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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소양이 된 '정치학'…리더십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활약 가능
▣ 학문의 길 _ 정치외교학과
2012년 10월 26일 (금) 20:44:39 윤상민 기자 cinemonde@daenamu.kr

   
▲ 정치학은 권력을 매개로 개인,집단,사회가 이득을 추구하는 활동을 탐구한다. 사진은 지난 17대 대통령선거 벽보.
요즘 TV나 신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대통령 후보’뉴스일 것이다.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국민의 관심 사항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정치’를 떠올리면 바로 이들부터 연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외교학’이란학문은도대체어떤학문일까.『 스무살에선택하는학문의길, 대학에서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김용준·정운찬 외 지음, 아카넷, 2005)에서 강정인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정치학을 가리켜 이렇게 설명했다.

“공동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창출·유지함으로써 공동체를 보존하고자 하는 한편, 미래 지향적인 결정을 통해 의식적이고 집단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역사를 창조하려고 하는 곳에 넓은 의미의 정치가 있다. 이 과정에 명령과 복종, 지지와 동의를 수반하는 권력현상이 개입하는 바, 정치가 있는 곳에 권력이 있다. 역사·문화·과학·철학 등 모든 사회현상 역시 이러한 정치적 역학에 노출되면 부득불‘정치화’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인간은 권력을 통해 지배를 도모하기도 하고 해방을 추구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정치는 어쩔 수 없이 야누스적 속성을 띠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치현상을 탐구하는 것이 정치학의 본분이다.”

설명이 조금 어렵다고? 자,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정치외교학이란 학문이 무엇을 배우고, 장차 학업을 마친 뒤 전망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정치학과의 만남

『민주주의의 이해』(1997),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2004) 등의 책을 지었으며, 마키아벨리의『군주론』(2008)을 번역한 바 있는 강정인 교수는 원래 학부시절 법학을 전공했다. 법학을 전공하던 그가 정치학으로 과를 바꾼 것은 당시 유신시대의 어두운 분위기가 작용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암울한 유신시대에 우리 세대를 짓누르던 절박한 정치적 고뇌, 즉‘왜 남한의 정치는 이 모양 이 꼴로 돼 가는가?’, ‘왜 우리들이 타는 목마름으로 외치던 민주화의 이상은 여지없이 짓밟히고 역사상 유례없는 폭압정치에 시달리게 됐는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다른 동기 하나가 더 있다. 사춘기 때의 유아론(唯我論)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사회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을 때 가졌던 소박한 사회의식. 즉,“ 개인의 행복은 자신의 노력과 성취에 의해서 결정되기보다는 오히려 그가 어느 사회에서 태어났는가에 더 많이 좌우된다”는 느낌이 작용한 결과다. 머리가 커져서 사회를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게 됐을 때 가졌던 문제의식이 법학 전공자를 정치학으로 이끌었던 셈이다.

강 교수는 법학에서 정치학으로 전공을 바꿔 미국 버클리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버클리대에서 묘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즉,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플라톤이 정치철학에 몰두하게 된 배경이자 동기가 그의 고민했던‘문제의식’과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플라톤의『국가』를 다시 읽으며‘정의로운 인간이란 어떤 인간인가’,‘ 정의의론 국가란 과연 어떤 국가인가’란 주제와 만나게 된다. 이어 소크라테스의‘이상국가’, 시대를 훌쩍 건너 뛰어 이탈리아의 마키아벨리의『로마사 논고』도 뒤지게 됐고,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로가 아리스토렐레스의『정치학』을 다시 읽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그의 정치학 여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정치학에는 어떤 분야가 있나

정치학을 이해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의 복잡성, 정치사회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 합리성 등을 중심에 놓고 활동하는 살아 있는 인간 사회의 복잡성 때문에‘정치’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잘지적했듯,“ 정치는 살아 있는생물이다”라는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강정인 교수는 이런 점을 전제하고 정치를 이렇게 정의한다. “변화와 상대적 희소성의 상황에서 집단·개인·사회가 경쟁적으로 이득을 추구하는 데 집중된 활동으로서, 그 이득의 추구가 권력을 매개로 해 해결되는 활동”이라고 말이다. 바로 이 점이 과거 전통시대의 유가적 정치개념이나 고대 그리스적 정치개념을 특징짓던‘윤리성’의 탈색을 알게 해준다.

강 교수가 구분한 정치학 분야는 이렇다. △‘정치학을 어떻게 연구해야 할 것인가’라는 기본적 물음에 관심을 갖는 정치학 방법론 △정치에 대한 인간의 체계적인 사색과 성찰의 성과를 동서양의 고전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정치사상 △ 전 세계 차원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치 및 이와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국제정치 △세계의 여러 국가나 지역에서 일어나는 정치현상을 상호 비교하면서 연구하는 비교정치 △대중 민주주의의 도래와 함께 정당·의회·선거 등 우리가 주변에서 가깝게 볼 수 있는 현상을 연구하는 정치과정 △현대 남북한의 정치 및 통일에 관해 공부하는 한국정치와 북한정치 △한국정치에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한국정치사 분야 등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치학의 연구대상

정치적의 시대적 관심은 현실의 변화와 이론적 혁신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겪어왔다. 현실의 변화에 따라 주요한 정치적 쟁점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정치공동체의 개별 구성원이나 집단은 물론 전체 정치공동체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 노력을 경주하게 되고, 이러한 노력의 학문적인 성과는 정치학으로 다시 돌아온다.

예컨대, 현대 정치에서 여성해방이 주요한 쟁점과 운동으로 부상하게 되고, 정치공동체가 적절한 정치적 해결책을 찾으려고 갈등·고민하는 과정에서 여성해방은 정치학의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일부 정치학자들이 여성주의 정치학을 발전시키게 된다. 철학적 사조의 변화 역시 정치학에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제기한다. 1980년대 이후 서구에서 시작된‘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철학적 사조도 그런 예다. 이성, 인간주체에 대한 종래의 철학적 가정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으로, 건축학·철학·문학·역사학·신학 등은 물론 사회과학 분야인 정치학·사회학·인류학 등도 심각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 그 결과 정치학은‘포스트모던 정치학’이 관심을 끌었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정치사상 분야에 포스트모던 정치사상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실의 빠른 변화 물결이 정치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란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냉전의 종언, 세계화, 정보화, 생태계 파괴, 유럽 통합, 9·11 테러와 이슬람 세계의 변동 등과 같은 현실 변화가 연구 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1987년 이후 한국정치 분야는 이른바‘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을 자극해, 과거사 청산, 입헌주의 대 민주주의 등에 관심이 새롭게 부상하기도 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전개된 남북관계 역시‘햇볕정책’이나‘북한 인권문제’가 뜨거운 학문적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강정인 교수는 이렇게 급변하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한국 정치학을 공부하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학문적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첫째 서양 정치사상의 한국화(또는 토착화). 둘째 전통사상, 곧 동양 및 한국 정치사상의 현대화. 셋째 현대 한국정치의 사상화. 넷째 정치사상의 탈중심화(또는 탈주류화).

정치학의 도전과제

정치학이 탐색하는 서양정치사상은 서구의 오랜 철학과 정치이념, 제도 등이 녹아든 특수한 것이다. 물론 거기엔 보편적인 내용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보편성(인간의 존엄성 등)은 취하되, 특수성은 우리 맥락에 맞춰 한국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의 전통 정치사상에 주목해, 이들이 지닌 생명력을 갱신해 단순한 윤리·수양론에서 벗어나 현대 한국정치에 원대한 비전과 예리한 통찰력을 마련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원효와 퇴계, 율곡 등이 외래의 철학과 이념을 주체화한 것처럼 말이다.

또한, 현대 정치학은 보다 현실적인 주제들, 추상화된 이론이 아니라 분단, 통일, 한국에 적합한 민주주의 모습, 지역주의 극복 등과 같은 현안들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실사구시형 학문이 돼야 한다. 조선시대 정도전, 조광조 같은 개혁정치가들의 정치사상도 탐구해볼만한 내용이다. 덧붙여, 오늘날 정치학에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된 남성중심적 시각을 극복하고, 여성 등 소수자의 권리를 증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여성주의 정치, 소수자의 정치, 차이의 정치, 정체성의 정치 등으로 정치학을 탈중심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에는 함정이 있다. 정치학을 공부하면 정치가나 외교관이 되고, 국문학을 전공하면 작가나 시인으로 나갈 것이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 PD나 기자가 된다고. 이런 일반적 사고에는 일종의‘블라인드 포인트’가 있게 마련이다. 대충, 어렴풋하게 관련 학문을 이해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정치학을 공부하면 어디로 갈 수 있나

오늘날은 과거와 달리 모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민주주의 시대다. 군주정이나 귀족정 시대에는 치자계급이 한정돼 있어서‘정치학’이 통치자를 위한 학문으로 생각돼 온 것이 사실이다. 민주주의 시대인 오늘날은, 민주적 시민은 비록 정치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정치공동체가 내리는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또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정치학적 소양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품격은, 일반 시민의 시민적 덕성에 의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대다수의 시민이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도“하나라의 정치지도자의 수준에 대해서는 그 나라의 시민이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 정치학을 전공하든 하지 않든 대학에서 정치학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닦는 것은 책임 있는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정치학을 전공한 학생은 사회에 진출할 때 정치적 지식이 필요한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하게 된다. 정치학적 지식을 쌓은 정치학도는 인간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할 때 요구되는 리더십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정치학 지식이 중요한 대표적 분야로는 정치계, 관료계, 언론계, 법조계, 재계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또한 대학원 등의 상급 교육 기관에 진학해 정치학을 전공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도 있다. 국제정치전문가, 지역정치전문가, 선거전문가, 한국(북한)정치전문가 등으로 대학·연구기관에서 강의와 연구에 종사할 수 있다. 나아가 해당 분야에서 국가 정책자문 또는 여론 선도계층으로 활약할 수 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daenam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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