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에서도 취업이 중요해진 지 이미 오래다. 고등학생들은 이왕이면 취업 잘 되는 학과를 가려고 한다. 입시철이면‘취업률 전국 ○위’와 같은 홍보 플래카드가 등장할 정도다. 정부에서 대학에 돈을 지원할 때도 취업률은 중요한 평가요소다. 그러니 대학은 취업률 높이기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취업률이라는 숫자를 무턱대고 믿어서는 곤란하다. 취업률이 높다고 모두가‘괜찮은 일자리’로 취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인천·강원지역 대학 가운데 취업 우수 학과를 소개한다. 단순히 취업률이 높은 학과가 아니다.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으로 기업이 그 경쟁력을 인정한 학과들이다. 기업과 연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졸업 후 취업까지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장학금 혜택, 해외연수 등 재학 중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다른 학과에 비해 알차다.

가천대 소프트웨어 설계·경영학과

졸업도 하기 전에 대부분의 학생이 취업을 확정한 학과가 있다. 그것도 국내 굴지의 기업에. 가천대 소프트웨어 설계·경영학과 얘기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려고 2010년 신설해 내년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그런데 취업 대상자 15명 가운데 12명이 채용 연계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취업을 확정했다. LG전자(5명), LG CNS(2명), SK C&C(1명), 다우기술(2명), 한글과컴퓨터(2명) 등 하나같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다. 채용 연계 인턴십 프로그램은 4학년이 되기 전 학과에서 추천을 받으면 서류전형 없이 회사별로 정해진 인턴 과정을 거쳐 채용하는 시스템이다. 일종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국내 유수의 IT기업인 LG전자와 LG CNS, 다우기술, 아이컴피아, 와이즈넛, 한글과컴퓨터 등이 참여하고 있다.

▲ 가천대소프트웨어설계·경영하과 학생들은 채용 연계 인터십프로그램으로 졸업도 하지 전에 약90%가 취업을 확정했다.<사진제공 가천대 홍보팀>

이처럼 졸업도 하기 전에 채용이 보장된 것은 가천대 소프트웨어 설계·경영학과만의 특성화한 교육 시스템이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설계·경영학과 학생들은 다른 학과와 달리 1학년 1학기 때부터 전공수업을 시작한다. 소프트웨어와 경영 관련 전공필수 과목을 3강좌 이상 수강해야 한다.

전공 강좌는 철저하게 문제 해결과 실습 위주다. 국제화 시대의 인재로 키우기 위해 영어 강의(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강의)로 진행한다. 정규시험 외에도 수시시험과 과제 점수를 종합한‘1천점 만점’제 시스템을 운영해 높은 수준의 전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하나 강조하는 게 있다. 인성 교육이다. 학생들이 창조적 리더십과 인성, 교양을 두루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졸업 조건으로 교양필수 도서목록을 정해 40권 이상 읽게 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목욕 봉사를 10회 이상해야 한다. ‘예절과 이미지 메이킹 강좌’를 졸업 필수로 정해 반드시 수강하도록 했다.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장학금 지원도 다양하다. 수능 반영영역이 1.8등급 이내인 신입생에게는 4년간 전액장학금을 지원하고, 매달 30만원의 학업보조비도 지급한다. 정시모집 최초합격자 가운데 수능 성적이 2.2등급 이내인 신입생에게는 1년간 등록금을 면제해 준다. 학과를 설립한 김원 IT부총장이 사재로 매년 1천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해‘김원펠로우십’을 조성하고 학기마다 10명 안팎의 학과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한신대 e-비즈니스학과

▲ 한신대 이비즈니스학과 <사진제공 한신대 홍보팀>

한신대 e-비즈니스학과도 취업 명문학과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가 지원하는‘취업 예약형 전공과정 지원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된 것. 취업 예약형 전공 지원사업은 기업체와 대학이 협약을 맺어 대학은 기업이 요청한 건설, 기계, 전기, 디자인, 정보통신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기업은 교육을 이수한 학생의 취업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총 2억원의 사업비를 받아 학생장학 프로그램과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 취업 지원 시스템 개발,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e-비즈니스학’은‘경영학’과‘IT’에 기반을 둔 신생 학문분야다. 기업의 경영활동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IT기술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과 활용기법을 연구한다. 기업의 일반경영분야는 물론 IT를 기반으로 한 기술 응용 분야에서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체계화된 프로그램 덕분이다.

e-비즈니스학과의 교육과정인‘Hard and Smart Program’은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으로 전공,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자기관리 능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공은 경영학, IT, e-비즈니스 3개 분야로 구성된다. 1학년 전공 필수 과목에 프로그래밍 과목이 개설돼 있는 점이 주목된다. 문과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학과지만 e-비즈니스 환경을 공부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목이라고 한광희 학과장은 강조한다.

한신대는 e-비즈니스학과 설립 초기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노트북을 지원한다. 특히 우수 학생에게 다양한 혜택을 줘 자연스런 경쟁을 유도했다. 개인 책상을 지급하고 24시간 활용할 수 있는 스터디 룸을 제공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했다. 교수 1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10명 정도로 진로나 취업에 대한 상담이 원활하다. ‘대학생활 길잡이’라는 프로그램에 따라 학생들이 대학생활 계획서를 제출하면 교수들이 밀착 상담과 지도를 해주는 등 철저한 학사관리도 강점이다.

능력에 따라 수준별 강의를 실시하고, 특히 현장에 최적화된 학생을 육성하기 위해‘기업 협업형 맞춤’교육과정을 개발했다.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일본 구주정보대와‘2+2교환학생’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2학년은 한국, 3~4학년은 일본에서 공부해 복수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한광희 학과장은“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외국어, 실무, 인성 등의 교육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