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맞춰라! 2014학년도 수시모집에 숨겨진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이다. 논술, 학교생활 우수자, 특기자 전형 등 수시모집에서 많이 선발하는 전형에서는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수능 성적을 요구한다. 다른 전형요소가 아무리 뛰어나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합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선택형 수능이 도입되면서 높은 등급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져 어느 해보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역시 영어다. 국어, 수학과 달리 영어는 그동안 모든 수험생이 같은 문제를 풀었다. 하지만 선택형 수능 도입으로 영어B형 응시자가 줄면서 1,2등급을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A형을 선택한 학생은 17.6%지만 11월 수능에서는 30%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중하위권 학생이 쉬운 A형으로 빠져나가면서 어려운 영어B형에서 응시자 수가 줄어들게 돼 높은 등급을 받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 파견교사인 채용석 배명고 교사는 “게다가 또 다른 변수는 재수생이다. 11월 수능에서는 최소한 6만명 이상 들어온다. 이 수가 1등급은 4천600명, 2등급까지 합하면 1만1천100명”이라며 “내 모의고사 등수에 1만1천100명을 더하면 2등급 컷에 위치한 학생은 3등급으로, 5등급 컷은 7등급까지 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배 교사는 특히 “영어의 경우 인문·자연계열 모두 6월 모의고사에서 받은 자기 등급의 2배% 정도는 낮게 잡아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채울 확률이 높아진다”라며 “모의고사 성적이 5,6,7등급인 학생들은 A형으로 옮기는 게 훨씬 유리하다”라고 강조했다.

국어의 경우 인문계열은 6월 모의고사 성적과 비슷하게 잡아도 되지만 자연계열은 낮게 잡아야 안전하다. 예체능계 학생들이 A형에서 B형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국어A는 쉽고, 국어B는 어렵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채 교사는 “6월 모의고사를 보면 국어A에서 자연계 제시문이 18점이나 출제됐다. 국어A는 자연계 국어, 국어B는 인문계 국어”라며 “예체능계열 학생이 국어A를 보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못 채울 확률이 높다. 국어B를 보는 게 유리하다”라고 조언했다. 여기에는 상위권의 경우 자연계열 학생이 국어 성적이 더 좋다는 점도 작용한다.

윤기영 충암고 미래계발부장(진로지도부장)은 “탐구과목 또한 응시자 수가 확 줄어들어 1등급, 2등급 받기가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며 “올해 수능에서는 영어B형뿐만 아니라 탐구과목 또한 최저학력기준 맞추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종전에는 탐구영역에서 3과목을 선택해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과목을 버릴 수 있었지만 올해는 최대 2과목 선택으로 바뀌면서 2과목을 모두 반영하기 때문이다. 60만 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고 가정했을 때 3과목을 반영할 때는 1등급을 받기 위해 180만 명 가운데 4% 안에 들면 됐지만 2과목으로 줄게 되면 120만 명 가운데 4% 안에 들어야 한다. 작은 실수가 합격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권형진 기자 jinny@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