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른 보완책으로 대학들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해 고교간의 학력 격차를 보정해왔다. 이명박 정권의 사교육 완화 정책 일환으로 수능에서 EBS 연계 출제율이 높아지고 고교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물수능’의 등장으로 대학들은 다시 변별력의 고민을 하게 된다. 대학들은 학생부와 수능 외의 다양한 전형요소의 반영을 통해서 우수인재 찾기에 나서게 됐다.

현재 수능 3등급 안쪽에서 합격권을 형성한 이른바 ‘인(in)서울’ 대학들은 논술 전형을 중심으로 한 입시를 구성했고, 3~4등급 선에서 합격권을 유지하고 있는 수도권 대학들은 적성고사를 반영 중이다. 2014학년도 입시의 경우 32개 대학에서 1만7천595명을 논술 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으로 2013학년의도 30개 대학 1만4천762명과 대비해 19%가 증가했다. 상위권 대학의 합격에 있어서 논술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게 됐고 학생부, 수능과 함께 입시의 정점에 논술이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논술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논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출제자가 무엇을 원하고 물어보는지 모르는 채 엉뚱한 답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논제에 대한 이해도와 글쓰기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논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다방면의 독서 활동을 통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배경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또한 신문 사설같이 논점이 들어간 글들을 신문사별로 다양하게 비교해 보면서 읽어서 같은 사안에 대해서 생각을 펼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 교육의 방향성이 점차 창의력과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는 방향에 맞춰져 있으며 대학 입학 후 무수하게 쏟아질 프로젝트 과제물과 취업 준비에 있어서까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 요구되므로 논술에 대한 준비와 연습은 입시를 떠나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다. 당장 수시 모집 원서 접수와 수능을 앞둔 고3에게는 논술을 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또한 오랜 연습과 준비 기간이 필요한 논술 능력이 단기간에 급속하게 향상되기도 어렵다. 따라서 논술 전형을 준비하는 고3들은 넓고 전반적인 방향으로 논술을 준비하기 보단 대학별 출제 유형 파악하여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자신이 지망하는 대학의 논술 출제 유형에 맞추어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인문계열의 학생 중 수학에 자신이 없을 경우 인문+사회 통합 출제 유형의 대학이나 인문·상경 분리 출제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경영·경제학과 같이 대학 진학 후에 수학을 많이 활용하는 학과를 중심으로 인문계열임에도 수리능력을 반영하는 대학들이 있는데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수리 논리형 문항을 통합해 출제하는 대학들로 건국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이 있다. 반면 수학 대신 통계자료나 도표를 제시하는 대학들도 있는데 경희대, 국민대, 서울시립대 등이 있다. 도표를 제시하는 대학들의 경우 논술에서 지원자 기피에 따른 부담으로 도표나 통계자료 해석의 방향으로 우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경계열 지원자 중 수학 분야의 취약점을 보이는 학생들은 통계도표형 출제 대학으로 지원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 영어 제시문을 출제하는 대학들도 있는데 영어 분야에 자신이 있으면 영어 제시문 출제 대학으로 지원하는 편이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논제가 덜 까다롭기 때문이다.

자연계열 역시 자신의 강점과 취약점에 따라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연계열임에도 과학 분야가 약한 학생들은 논술에서 수학만 출제하는 대학인 광운대, 단국대, 서강대 등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수학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과학만 출제하는 건국대, 서울여대, 한국항공대(공학계열)에 지원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 수학·과학 통합 출제 대학들은 수능 탐구영역 반영과목 수를 3개에서 2개로 축소하는 것에 맞춰 과학 분야 출제 과목수도 줄이고 있다. 논술 기출문제 중 지구과학 분야 출제율이 가장 떨어지고 물리 분야 출제율이 높다. 2014학년도 수능에 맞춰 준비한 과학탐구 분야 과목과 관련해 대학의 출제 영역을 확인해 자신에게 유리한 출제 경향을 보이는 대학에 지원할 것을 추천한다.

인문계 학생 중 우선 선발에 자신이 있을 경우 교차지원도 고려될 수 있다. 논술을 반영하는 상당수의 대학들 중 논술 전형 우선선발의 최저학력 유지조건이 일반전형의 최저학력 조건에 비해 상당히 까다로워 논술의 반영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들의 우선선발 수능 최저기준 통과자가 전체 지원자의 10% 수준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연계 논술 문항 중 수학 분야 출제 에서 수학I과 미적분과 통계 기본분야만 출제하는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인문계 학생들의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자연계 학생들에 비해 취약한 논술 실력을 자연계 지원자 대비 높은 내신 성적을 활용하여 지원해 볼 수 도 있다.

지원하려는 대학이 정해지면 논술에 대한 기출문제 분석은 지원하려는 해당대학의 홈페이지나 대학에서 제공하는 논술 해설집을 직접 활용해 확인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논술 강사에 의해서 2차 가공된 자료보다 직접 대학에서 제시하는 자료가 출제의도를 정확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의 설립이념과 교육 방향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의 논술 기출문제에 따르면 서강대 같은 천주교계 대학은 안락사 문제 같은 생명 존중의 논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던 반면 불교에 근간을 둔 동국대는 철학적인 논제를 제시하곤 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남은 시간 한 번이라도 더 직접 써보도록 하자. 입시에 맞춰 한두 달 논술 학원에서 족집게 식으로 정해주는 틀에 맞춰 정형화된 글을 써내기보단 자신의 생각과 스토리를 입혀서 자신만의 글을 써낸다면 더욱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승열 서울 풍문여고·교사
건국대 교육대학원 수학교육과를 졸업했다. 숭문중학교와 성포고등학교에 근무했으며 현재 풍문여고 진학정보부 진학담당 교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