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은 ‘도깨비 같은 전형’도 ‘대입 로또’도 아니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도입 취지는 고등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그 노력과정을 평가받아 대학에 진학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교육활성화를 이루기 위함임을 명심해야 한다.

2007년 10개의 시범대학에서 운영했던 입학사정관 전형은 2012년에는 125개 대학에서 4만7천606명(4년제 입학정원의 13.6%)의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입학사정관 전형은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 인재선발의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이 지원자의 성적, 개인 환경, 잠재력 및 소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입학전형이다. 성적 위주의 입학전형은 학업성취 결과인 석차등급을 엑셀 프로그램으로 산출했다면, 입학사정관 전형은 ‘사람이 사람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이 부분이 성적 위주의 대학입학전형과 입학사정관 전형이 구별되는 핵심이며, 점수 위주의 양적평가에서 종합적인 질적 평가로의 평가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성적 위주의 선발에서는 성적 외에 지원자의 특성을 평가할 여지가 없었다면, 입학사정관 전형은 지원자의 학업능력과 다양한 특성을 함께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 것은 지원전공 관련 관심과 노력과정, 배려와 나눔을 통한 성장 등이 고교생활 속에서 어떻게 발현됐는가 하는 점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대체로 1단계 서류평가와 2단계 면접평가로 구성된다.

서류평가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는 학교생활기록부다. 자신의 강점을 자기소개서와 활동보고서(증빙자료)를 통해서 제시해야 하는데 이들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활동보고서(증빙자료), 교사추천서 등 제출된 자료를 ‘퍼즐 맞추기’식으로 자료 간 연관성을 고려해 지원자의 학교생활 충실성, 지원전공 관련 관심과 노력 등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면접평가는 면접의 내용과 시간 등에 따라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개별면접이라고 하는 다대일 면접인데, 이는 지원자의 서류에 기반하여 질의응답을 하거나, 지원자의 학업적 역량을 다양한 자료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등 일련의 정성평가과정은 다수-다단계-다면평가로 진행하여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대학입학전형은 전형요소에 따라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의 특성이 다소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신의 강점에 맞는 입학전형에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학사정관 전형에는 학교교육 안에서 자신의 꿈과 끼를 키워온 학생이 적합하다. 특히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공인 어학성적이나 교외 교과 관련 수상실적 등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 전형 준비는 일상준비와 전형준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고등학교생활 일상(고1~2)에서 준비해야 할 것은 첫째, 자기성찰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관심과 소질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둘째, 고교생활에 충실해야 한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서 자신의 관심영역이 확대되고 심화돼야 한다. 셋째, 자신의 성장과정을 자료화해야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에듀팟, www.edupot.go.kr)과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www.reading.go.kr)을 활용해 기록해 둬야 한다.

이렇게 일상준비가 됐다면 전형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학교 내 모든 활동을 자료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학교에서 진행했던 교과 수행평가라든지, 교내 수상실적, 동아리활동, 임원활동, 봉사활동, 독서활동 등 모든 것을 제출 자료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반해 자기소개서와 활동보고서(증빙자료)의 내용이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연결하면 좋겠다. 공인 어학성적과 교외 교과관련 수상실적 등이 일체 제출할 수 없기 때문에 교외활동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

둘째, 내 강점을 자료(자기소개서와 활동보고서)에 제시해야 한다. 고1 때는 자신의 진로를 다양하게 탐색하고, 고2 때는 자신의 진로탐색 결과 관심영역인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을 초점화해야 한다. 내 강점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내가 했던 활동을 초점화하고 자료의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경험활동을 제시할 때는 단순 나열보다는 체험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내 관심분야와 관련해 활동의 동기와 목적, 과정, 미친 영향 등을 제시하면 좋겠다. 만약 자신의 경험이 공동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그 역할을 통해서 어떤 것을 배우고 성취했는지를 기술해야 한다.

셋째, 면접 준비는 제출서류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마지막 단계인 면접은 대학마다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제출서류를 검증하기 위한 질의응답 면접은 반드시 진행된다. 따라서 면접 전 자신이 제출한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제출한 서류와 관련한 예상질문으로 친구들과 또는 부모님, 학교선생님과 함께 연습한다면 더욱 도움이 되겠다.

면접관의 질문 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침착하게 면접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질문에 적합한 대답을 못했다고 해서 낙심해 면접태도를 흩뜨리지 않았으면 한다. 면접방법에 따라 평가하고자 하는 측면이 다르기 때문에 면접진행과정과 소요시간, 내용은 해당대학의 2014학년도 모집요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 학교생활 충실성으로 평가 초점 변화

입학사정관전형은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향상 측면에서, 평가의 초점 측면에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평가의 초점이 학교생활 충실성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과 고교의 노력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학은 다각적 채널을 통해 입학사정관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대학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고교-대학 연계활동을 통해 고교교육을 풍성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고교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함께 찾기 위해 다양한 장을 제공하고 있고, 학생들은 학교생활 속에서 자신의 관심영역을 확대하고 수정·보완하고 심화하며 성장하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스펙 위주의 전형도 아니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도 아니고, 복잡한 전형도 아니다. 또한 자신의 내신 성적이나 수능 성적보다 높은 대학을 갈 수 있는 전형도 아니다. 고교생활에 충실한 가운데 자신의 꿈을 찾아 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전형이다. 2012년 건국대 입학전형의 사교육영향평가 연구 결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응답자의 95% 이상이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입학사정관 전형 준비에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주도로 진행된 활동은 결국 그 학생의 스토리가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뿐’이라며 고교생활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행복한 학교’는 학생들이 점수경쟁을 하는 곳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곳이고, 교사와 학부모는 그 꿈을 응원하는 장을 열어주는 곳이다.

김경숙 건국대·입학전형전문교수
동국대에서 박사를 했다. 동국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전임연구원과 입학사정관실 책임입학사정관을 거쳐 2010년 7월부터 건국대 입학사정관실에서 입학전형전문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