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호 영락고 교사

논술전형은 총 선발인원만 보면 2014학년도 1만7천534명에서 2015학년도 1만7천489명으로 불과 45명 줄어 감소폭이 적어 보인다. 그러나 거의 모든 대학이 적게는 20여 명에서 많게는 200명 이상을 감축했다. 특히 서울 소재 상위 14개 대학의 인원 감소가 2천50명에 달해 지난해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 가운데 국민대(337명), 상명대(100명), 성신여대(225명) 등이 논술전형을 아예 폐지했다. 이들 대학의 논술전형을 목표로 하던 학생들은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보면 부산대(870명), 서울과기대(393명), 세종대(697명), 한양대(에리카, 550명)가 논술전형을 신설하고, 경북대 AAT전형이 논술 전형에 포함돼 전체 인원 변화가 적은 것이다.

우선선발 폐지와 최저학력기준 변화

수능 중심 우선선발은 최저학력기준이 높아 수능의 영향이 절대적이었고, 상위권 대학(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은 논술전형 인원의 최대 70%까지 선발했다. 2015학년도에는 수능 중심 우선선발이 폐지돼 상위권 대학은 예년에 비해 논술의 영향력이 커졌다. 그럼에도 예년의 일반선발보다 최저학력기준이 높아진 경우도 많아 유의해야 한다.
최저학력기준이 없던 가톨릭대, 광운대, 동국대, 아주대의 논술 중심 우선선발과 숙명여대의 일반선발이 폐지돼 수능보다 논술에 경쟁력이 있던 학생들은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해야만 논술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고교 교육과정 반영 확대

대학들이 발표한 논술전형 내용을 보면 올해에는 국어, 사회, 경제,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 등의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EBS 교재의 지문 등을 활용하는 추세가 확대될 것이다. 반영 현황은 경희대는 제시문 중 1~2개, 성균관대, 건국대, 가톨릭대, 경기대 등은 제시문의 약 50%,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는 거의 제시문 전체, 서울과기대와 인하대는100% 등이다. 이 과정에서 번역서의 일부를 윤문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사라졌다. 이에 따라 제시문에 대한 체감 난이도는 낮아졌지만, 정밀한 독해 능력(논제와 제시문의 연관성 속에서 독해하기, 제시문 사이의 관련성 속에서 독해하기 등)이 중요해졌다. 그러니 제시문이 쉽다고 해서 논제의 난이도가 낮아졌거나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착시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 논제의 요구 사항을 정밀하게 파악해 답안을 구성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좋은 평가를 받는 답안을 작성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원 전략
논술전형을 지원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저학력기준과 논제 유형, 제시문의 특성이다. 계열별로 최저학력기준과 논제 유형을 고려해 지원 방향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인문계열
① 수능 평균 2등급에 해당하는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는 경우  탐구 1과목 포함 4개 등급의 합이 6이면 연세대를 지원할 수 있다. 기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수능 성적 3.8%~4.5% 정도의 학생들이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단 수능 성적이 좋아야 한다. 또한 논제 유형에서는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할 수 있는 심층적인 이해 분석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갖춘 학생이 지원해야 하며, 도표나 그래프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력을 아울러 갖춰야 한다.

3개 등급 합이 5이면 고려대 경영, 정경, 자유전공학부를 지원할 수 있으며, 3개 2등급이면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를 지원할 수 있다. 고려대와 이화여대 사회계열은 수리논리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해야 하며, 이화여대 인문계열은 영어 제시문이 포함된다. 고려대는 포괄적 주제를 토대로 논술하는 유형, 이화여대는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유형에 충분히 대비된 학생이 지원해야 한다. 서강대는 교과서 제시문 활용이 적은 대학으로 제시문의 난이도가 높으므로 어려운 글을 제대로 독해할 수 있는 이해 분석적 사고를 충분히 갖춘 학생들이 지원해야 한다.

3개 등급 합이 6이면 성균관대와 중앙대를 지원할 수 있다. 도표나 그래프에 대한 분석력이 뛰어나면 성균관대를, 수리논리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이 뛰어나면 중앙대를 지원할 수 있다. 언어논술에 있어 성균관대는 4~5개의 제시문들을 일정한 관점으로 분류한 뒤 그 관점들을 요약하는 능력과 자료 해석 및 설명과 옹호 논박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와 논증적 사고를 갖춘 학생이 지원할 수 있다. 중앙대는 복합적 제시문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춰야 한다.

② 2개 영역 2등급이나 2개 합 4의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는 경우  탐구  2과목 포함 2개 각 2등급이면 경희대를 지원할 수 있다. 경희대는 사회계열의 경우 수리논리 문항에 경쟁력 있는 학생들이 지원해야 하며, 영어 제시문이 있으므로 영어 독해력이 충분한 학생이 지원해야 한다. 논제 유형에 비춰 볼 때 비교, 비판, 해결책 제시 유형에 적응력이 있는 학생이 지원해야 한다.

2개 등급 합이 4인 경우 건국대, 부산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홍익대에 지원할 수 있다. 건국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 등은 도표·그래프에 대한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건국대 인문사회2 계열은 수리논리 문항에 대한 경쟁력도 갖춰야 지원할 수 있다. 탐구 1과목으로 2개 합 4인 경우 동국대를 지원할 수 있다. 동국대는 제시문이 다른 대학에 비해 많은 편이다. 2014학년도의 경우 계열에 따라 11개에서 14개에 달했다. 그러므로 제시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학생에게 적합하다. 한국외대는 영어 제시문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홍익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내신 비중이 크므로 내신 2등급 정도 이내인 학생에게 유리하다. 서울시립대는 아직도 어려운 장문을 요약하는 문항을 출제하므로 정확한 이해 분석적 사고를 갖춘 학생들이 도전해야 하며, 도표나 그래프에 대한 분석력이 좋아야 좋은 답안을 쓸 수 있다.

2개 등급 합이 5~7인 경우 서울과기대, 세종대, 숭실대, 인하대, 가톨릭대, 광운대, 아주대, 한양 에리카캠퍼스,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연세대 원주캠퍼스, 서울여대 등에 지원할 수 있다. 인하대와 아주대, 서울여대 등은 도표·그래프에 대한 해석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특히 인하대의 경우 요약과 조건 충족 형태의 논제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야 하며, 아주대는 요약과 비교, 분석 형태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인하대와 서울여대의 도표나 그래프는 5~6개가 제시되며, 1차적 의미를 파악한 뒤 다른 자료들과 복합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춰야 한다. 서울여대와 세종대는 3개의 제시문을 복합적으로 비교하는 유형이 출제되므로 고도의 독해력을 갖춘 학생들에게 가능성이 열려 있다.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대학도 있다. 경기대, 단국대, 덕성여대, 한국항공대와 더불어 한양대가 이런 유형에 포함된다. 이 중 한양대 상경계열은 수리논리 문제가 포함되며, 경기대와 덕성여대는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유형이 출제된다. 한양대는 시간이 75분이므로 짧은 시간 내에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문항들을 풀어야 하므로 사고의 순발력과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독해하고 분석하는 사고력을 갖춘 학생이 아니면 좋은 답안을 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열
자연계열도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다. 다음으로 고려할 사항은 논제의 유형 혹은 관련 과목이다. 먼저 서강대, 한양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홍익대, 인하대(일반전형), 세종대, 광운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연세대 원주캠퍼스 자연계열, 아주대 자연계열, 덕성여대 등은 수학 논제만 출제한다. 그러므로 이 대학들은 과학은 조금 부족해도 수학과목에 대한 충분한 역량을 갖춘 학생이 지원해야 한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중앙대, 경희대, 건국대 등은 수학뿐 아니라 과학 과목에 대한 실력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과학 논술에 지구과학도 포함하지만, 나머지 대학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까지만 출제하므로 대학에 따라 다르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희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는 과학Ⅱ 과목도 포함되므로 이에 대해 충분한 대비가 된 학생이 도전해야 한다.

김재호 서울 영락고·교사
서울 영락고 진학지도팀장과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대학별고사 팀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