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에서 논술 전형으로 지원할 대학이 정해진 상태이므로 이제 수험생들은 좋은 답안의 요건이나, 논제 유형별 답안 구성 방법, 대학별 특징에 맞는 대비책 등 보다 실질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실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2015학년도 논술고사의 경향

시간·분량·문항 축소와 쉬운 제시문    정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과 논술의 사교육 유발 혐의 때문인지 논술고사의 시간과 답안 분량, 문항수가 축소되는 추세다. 서강대는 논술 시간을 120분에서 100분으로 축소했고, 분량도 800~900자 분량으로 줄였다. 한국외대는 분량을 1천800자에서 1천600자로 줄이고 영어 지문도 2개에서 1개로 줄였다. 그러나 문항수는 3개에서 4개로 증가했다. 건국대도 시간을 100분으로, 분량은 문항당 100자씩 줄였다. 상경계열의 수리문항도 4문항에서 3문항으로 감소했다. 가톨릭대는 2015학년도 논술부터 계열 공통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계 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이 아닌 인문사회계열 지원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봐도 된다. 한양대는 변화가 커서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시간이 120분에서 75분으로 줄었으므로 짧은 시간에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문항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제시문을 교과서나 EBS 교재에서 발췌하는 대학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성균관대, 건국대, 가톨릭대, 경기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서울과기대, 인하대(100%) 등은 제시문의 50~100%에서 이들 교재를 활용한다. 자연계도 수학이나 과학 모두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출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논제의 난이도 상승   문항수가 감소하고 제시문 독해가 쉬워진 면이 있지만, 시간이 줄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난이도가 내려간 것은 아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로 논술의 변별력이 더 커지면서 논제의 난이도가 더 높아진 경우도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대표적이다.

고려대의 경우 언어논술은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하는 능력, 제시문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 창의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겠다고 했는데, 문항의 발문이 달라졌다. 2015학년도 모의논술 문항을 보면 “⑴과 ⑵를 활용해 사회발전에 관해 논술하시오”처럼 큰 주제만 주고 제시문들을 어떤 단계로 분석해 나갈지 방향을 수험생 스스로 찾도록 하고 있다. 이전에는 “①의 논지를 바탕으로 ②에 소개된 자발적 결사체들의 특성을 비교 설명하고, 그 결사체들의 공익 실현 가능성과 그 한계를 ③의 관점에서 논술하시오”처럼 논제를 단계화해 일정한 분석 과정을 밟도록 했었다.

연세대의 경우 2014학년도에 출제된 고난도의 복합 제시문 비교(3개 이상의 제시문 비교) 문항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2013학년도까지 지속적으로 출제됐던 고난도의 도표·그래프 분석 문항이 모의논술에서 다시 등장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서강대나 서울시립대처럼 교과서 제시문 활용도가 낮은 대학들은 제시문에 대한 이해·분석부터가 쉽지 않다. 심도 있는 독서를 통해 높은 수준의 독해력을 갖춰야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논제 유형별 접근법

비교, 대조 유형   비교의 경우 공통점과 차이점이 모두 포함되는 경우가 많고, 대조의 경우 차이점을 다각도로 분석하되 논제나 제시문에 따라 공통점을 먼저 밝힐 필요가 있다. 차이점을 분석할 때는 각 제시문의 논리적 관계에 따라 차이점을 서술할 수도 있고, 다양한 준거를 설정해서 준거별로 차이점을 서술할 수도 있다. 서강대처럼 분량이 많은 경우(900자) 각 준거별로 제시문들이 보이는 차이점을 서술하는 것이 유용하다.

논술 유형  일반적으로 견해 논술하기가 주종을 이루나 이유 논술하기, 분해 논술하기 등도 있다. ‘논술형’ 논제는 내용 구상, 글의 구조, 전개 방식 등에 나름대로의 주관성을 허용한다. 단, 논제의 논점에서 벗어나 논의가 지나치게 비약되거나 전혀 무관한 내용이 되면 안 된다. 주관성이란 ‘내용을 구조화하는 것’, 제시문들의 논지를 바탕으로 논의를 확장해서 ‘어떤 내용으로 답안을 작성할지 구상하는 것’들을 일컫는다.

설명 유형   설명은 논술하기 발문에 비해 객관성에 무게가 실리므로 제시문의 논지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논지와 무관하게 자신의 견해대로 내용을 구성하면 안 된다.

요약 유형   요약은 이해 분석적 사고를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 유형이다. 2012학년도까지의 고려대처럼 원문의 분량이 많은 단일 제시문이나 이화여대, 인하대 등 비교적 긴 분량의 단일 제시문 요약의 경우에는 각 형식 문단의 중심 논지를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성균관대나 경희대처럼 복수의 제시문을 일정한 관점이나 입장으로 나누고 요약하는 논제의 경우에는 각 제시문 요약에 치우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명확한 입장 혹은 견해를 중심으로 제시문들의 논지를 묶어서 요약해야 한다.

단일 제시문의 경우 되도록 간접 진술을 피해야 한다. 특히 제시문의 내용을 소개하듯 서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신의 글이므로 직접 진술 중심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복수 제시문의 경우 어떤 제시문의 논지인지 밝혀야 할 때는 “제시문 ㈎는~” 형식의 간접 진술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비판(논평, 평가 포함)과 옹호, 논박 유형   비판하기는 쉽게 말하면 ‘따져보기’다. ‘따져보기’를 위해서는 명확한 준거가 필요하다. 준거가 제시됐다면,그에 맞게 적합성, 적절성, 타당성, 오류, 효용성 등을 따져야 하며, 준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면 논리적으로 타당한 준거를 다각도로 설정하는 능력에서 답안의 질이 나뉘게 된다. 옹호하거나 논박할 때도 대립되는 제시문의 논지에서 명확한 준거를 세워야 한다.

해결책 제시 유형   주된 발문 유형은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시오.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시오.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시오.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시오” 등이다. 많은 경우 해결책을 지나치게 세밀하게 세우려고 애쓰면서 객관성이 결여된 내용을 제시하게 된다. 정책 입안자 위치에서 해결책을 억지로 쥐어짜듯 내용을 구상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답안의 분량도 많지 않고, 제시문에 충분히 추출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있으므로 답안을 구성할 때 큰 방향 제시와 함께 제시문 속에서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안을 추출하는 것이 좋다.

시각 자료 분석 논제  기출 논제들에 포함된 시각 자료에는 도표, 그래프, 그림, 사진, 만화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도표·그래프의 경우 인하대나 서울여대처럼 자료의 수가 많으면 도표나 그래프의 1차적 의미만 이해해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수의 도표와 그래프의 의미들을 비교하고 종합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제시문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연세대나 성균관대 등 상위권 대학들처럼 도표, 그래프가 단일하거나 2개 정도인 경우는 1차적 의미를 토대로 변인들을 비교한다든지, 수치를 가공해서 비율이나 추이 등 함축된 의미를 추출해 내는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서울 영락고 진학지도팀장과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대학별고사팀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