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진로를 결정할 때 좀더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여전히 아쉬운 상황이다. 지금 당장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만족스런 대학생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과선택 고민을 단계적으로 풀어봤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대학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지,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을지(또는 계속 공부할 수 있을지), 내 강점과 개성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 신중하게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STEP 1. 학과선택!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앞으로 무슨일을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수많은 학과 가운데 자신에게 적합한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양손에 든 물건 중 하나를 결정하는 것처럼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학과선택은 독립적인 의사결정과정이 아니라 향후 취업과 진출직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거죠. 취업이 인생의 최대 목표가 되어버린 대학 졸업생들에게도 마음속에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지막 한 가지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대학에서 배운 학과공부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만약 2년 혹은 4년간 배워야 하는 공부가 내 관심밖에 것이라면, 대학시절 그리고 그 이후의 직장생활은 얼마나 재미없을까요? 이처럼 대학입학을 앞두고 있다면 ‘학과선택은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즉, 대학에서 특정 학과를 전공한다는 것은 관련 직업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능력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학과를 선택하기에 앞서 ‘앞으로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고심해보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키우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내가 결정한 학과(전공)는 앞으로 내가 할 일에 가장 밑바탕이 될 테니까요.

STEP 2. 학과선택 전에 직업선택부터? 그럼, 직업은 어떻게 결정하나요? 나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요!
진로결정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을 살펴보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저는 잘 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꿈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고민이예요’ 등과 같이 자신에 대한 이해나 명확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는 학과선택도,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결정도 제대로 내릴 수가 없습니다. 학과선택 이전에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이 먼저입니다. 그럼, 학과와 연계하여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나 자신’ 그리고 ‘내 주변 관심사’에 대해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 옷 스타일, 이상형 등과 같은 일상적인 것들은 잘 알고 있어도 내 성격은 어떤지, 내가 잘 하는 교과목은 무엇인지, 내가 즐기는 취미활동이나 특기는 무엇인지 쉽게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진로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나의 ‘적성’과 ‘흥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뒤돌아보기 바랍니다. 만약 여전히 대답하기 힘들다면 ‘직업심리검사’를 하면 도움이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검사로는 ‘직업흥미검사’와 ‘직업적성검사’가 있습니다. 직업흥미검사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검사이며, 직업적성검사는 내가 어떤 것을 잘 해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검사입니다. 중고등학생이라면 한번쯤 다 받아봤을 검사이지만 그 결과를 제대로 알고 있는 친구는 많지 않습니다. 학과 선택을 앞두고 있다면, 직업심리검사 결과지를 찾아보거나 다시 한 번 검사를 받아보고 내게 추천된 직업과 학과를 참고해보세요. 최종 판단을 위한 근거자료가 많을수록 후회 없는 결정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지니까요.

STEP 3. 수많은 학과 중에서 어떻게 하나를 선택할 수 있나요? 계열로 범위를 좁혀 보세요!
전국 대학에는 몇 개의 학과가 있을까요? 학과(전공)는 나누는 기준에 따라 수십개 또는 수백개가 될 수 있지만 크게는 7개의 계열로 구분됩니다. 당장 하나의 학과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우선 이보다 넓은 범위인 ‘학과계열’을 선택하고 그에 속한 학과를 결정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이러한 방법은 세부학과가 아닌, 학부 형태로 지원할 때 더욱 유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만큼은 자신 있었으니까 영어영문학과를 갈까?’ 아니면 ‘남들보다 언어에 소질이 있고, 앞으로 영어는 기본으로 해야 할 테니까 스페인어학과를 지원해서 새로운 언어를 배워볼까?’라는 고민에 답을 내릴 수 없다면, 두 학과가 있는 '외국어학부'에 진학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인문계열 중 외국어 분야로 선택의 폭을 좁힌 것으로도 큰 수확이니까요.

STEP 4. 본격적인 학과선택!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 하는 것, 성격, 가치관, 취미활동, 넓은 범위의 학과계열을 어느 정도 탐색했다면,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바로 ‘각 학과에 대한 탐색’입니다. 경찰이 범죄수사를 할 때, 단서나 증거물이 많을수록 범인을 더 빨리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지금 결정하려고 하는 것이 ‘학과’라면 학과에 대한 정보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신입생들도 자신이 지원한 학과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학과 중 항상 랭킹 1~2위를 다투는 학과로 ‘경영학과’가 있습니다. 그럼, 경영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경영학의 세부전공에는 무엇이 있고, 졸업 후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인지를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은 얼마나 될까요? 실제 학과 결정에 있어 학과정보를 충분히 탐색했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경영학과 심리학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기 보다는 마케팅학, 국제경영학, 경영정보학, 실버산업경영학, 의료경영학, 호텔경영학(이상 경영학 세부전공), 산업심리학, 상담심리학, 범죄심리학, 성격심리학, 환경심리학(이상 심리학 세부전공)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무래도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따라서 본격적으로 학과를 결정하기에 앞서 다양한 학과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과가 있고, 내게 딱 맞는 공부를 할 수 있거나 내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확 끄는 학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학과정보를 탐색할 때는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 ‘대학알리미’ 같은 공인된 정보처나 대학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STEP 5. 유망학과, 새로 생겼거나 특이한 학과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혹시 주의할 사항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패션이 유행과 흐름을 타듯 학과 역시 시대적 요구와 변화에 따라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고 없어지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거나 관심 밖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알려진 학과뿐 아니라 앞으로 유망한 학과나 새롭게 생겨나는 학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유망학과나 신생 및 이색학과는 이를 보는 개인의 특성이나 주관적인 관점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를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학과선택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합니다. 즉, 유망학과라고 해서 졸업하고 나면 100% 취업이 되고, 직업적으로도 성공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어느 학과가 취업이 잘 된다고 하면 유행처럼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기도 하고, 적성이나 흥미는 무시한 채 맹목적으로 의대, 약대, 법대 등 전통적인 강세를 보이는 몇몇 학과에 매달리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이처럼 전도유망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학과를 선택했다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 수업방식, 졸업 후의 진출분야 및 관련 직업 등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지 않아 나중에 후회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따라서 그 학과가 정말 유망한지, 졸업 후에 진출하게 될 분야의 전망은 어떠한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학과가 내게 잘 맞는 학과인지 신중하게 탐색했는가’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한편 새롭게 생겨난 특이한 학과의 경우는 ‘새로움’으로 인한 장단점, 즉 남들보다 새로운 분야를 먼저 개척할 수 있다는 장점에 비해 커리큘럼이나 진출분야가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는 단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학과정보 탐색에 도움이 되는 웹사이트
□ 한국직업정보시스템 know.work.go.kr :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운영하는 학과 및 직업정보 사이트. 학과별 상세정보, 개설대학, 진출직업 등이 제공된다.
□ 대학알리미 www.academyinfo.go.kr : 대학정보공시센터에서 운영하는 대학정보 소개 사이트. 대학별 검색, 주요지표 검색, 학과사전 등이 제공된다.

이랑 한국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

우리나라 대표 직업정보 포털사이트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work.go.kr) 운영 및 직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