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1 남학생입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지금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요, 병원에서 만날 때마다 친절하게 맞아주고 치료해주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의사의 꿈을 갖게 됐어요. 그런데 얼마 전 학교에서 적성검사 결과를 받았는데 창의력, 예술시각능력, 언어능력이 꽤 높게 나왔고 수리·논리력은 중간, 대인관계능력은 낮게 나왔어요. 작가나 디자인, 영상 관련 직업을 추천했더라고요. 의사는 추천직업에 나오지도 않았어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의사가 되려면 성적도 좋아야 하고 이과에 가야 하는데 지난 학기 수학이랑 과학 성적이 너무 낮게 나왔어요. 이제 영영 꿈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가야하나 고민입니다.

▲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운영하는 ‘커리어넷’에 들어가면 직업적성검사뿐 아니라 흥미검사, 성숙도 검사, 가치관 검사 등 다양한 진로심리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A. 의사가 되고 싶은데 적성검사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와 실망스럽고, 수학이나 과학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 자신감마저 떨어진 것 같네요.

사실 커리어넷 적성검사는 자기 평가식 검사로, 개인의 능력 정도를 정밀하게 판단하는 근거로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검사를 실시할 때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좌우되기도 하고, 흥미가 있다 보면 잘할 수 있다고 선택해 실제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거기서 추천하는 직업도 그 분야 직업군의 대표직업 정도의 의미로 보면 됩니다. 따라서 검사 하나만으로 꿈을 접을 이유는 없습니다.

즉, 검사 결과는 하나의 참고자료로 봐야지 자신의 진로나 직업을 점지해 주는 점괘처럼 판단하면 안 됩니다. 능력을 측정하는 다른 적성검사를 실시해 보든지, 다른 심리검사(흥미, 성숙도, 가치관검사 등)도 함께 받아본 다음 종합적인 이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습니다. 적성을 무시할 순 없지만 직업을 적성만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건 아니거든요.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지요. 조급해하지 말고 충분한 자기 탐색의 시간을 갖고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거나 관련 체험과 교육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상담을 통해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그 과정에서 뜻밖의 선택이나 결정의 기회를 얻기도 하니까요.

학생의 적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는 근거자료로 모의학력평가 결과가 있습니다. 수능에서 전 영역 1등급으로 전국 석차 3천등 이내에 든 학생들이 의예과 합격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평소 잘하고, 자신 있는 과목이 뭔지 생각해 봐도 답은 나옵니다. 아무래도 의사가 되려면 모든 과목, 특히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월등한 능력이 요구되지요.

학생의 적성이 검사 결과와 대체로 일치한다고 판단하는지요? 그렇다면 적성에는 맞지만 도무지 내키지 않는 일과 적성에는 안 맞지만 왠지 끌리는 일 중 학생은 어느 쪽을 선택하고 싶은가요? 무엇을 택해야 힘들어도 행복할까요? 만약 전자라면 방송작가나 웹디자이너, 카메라기사 같은 직업을, 후자라면 의사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의사의 꿈에 도전하기로 했다면 우선 의예과 진학을 위해 전 과목에서 최상위 성적을 받아야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한 학기 성적만 삐끗해도 힘든 것이 의대 진학이라고 하지요. 그러니 정말 간절한 꿈이라면 힘들더라도 성적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에 노력을 계속해야겠지요.

의예과 진학을 위해서는 이과를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드물게 문과 학생들에게 허용되는 대학(서울대 의대, 경희대 한의대)도 있습니다. 또 아직은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유지하는 일부대학이 있고, 의대 체제로 전환하게 될 대학의 일부 정원을 학사편입학으로 선발한다고 하니 생물이나 화학을 전공한 후 의사가 되는 길도 당분간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수리·논리력 외에도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에게는 대인관계능력이, 특히 외과의사에게는 고도의 손재능이 필요합니다. 학생이 실제로 대인관계능력이 부족하다면 연구의나 보건의료분야의 임상병리사, 의공학자의 길을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이 아플 때 친절한 응대를 해주신 선생님을 통해 의사라는 직업에 매료됐다면 앞으로 만나게 될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로 또 다른 직업인의 꿈을 꾸게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겠지요. 당장 해답을 찾을 수 없어도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가 있는 청소년기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고민과 노력으로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기를, 그 길에서 또 다른 꿈과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