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을 치르던 날 아침, 인천의 한 고사장 앞에서 고3 담임선생님들이 시험을 보러 학교로 들어가는 제자들을 안아주고 있는 흐뭇한 풍경이 이어졌다. <사진 윤지은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채점 결과 수학B형과 영어영역에서 만점자가 속출하면서 정시 지원전략 짜기가 어느 해보다 어려워졌다. 인문계열은 국어B형, 자연계열은 과학탐구 성적이 좋은 학생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것 말고도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모집군 변화에 따른 인원 변동, 경쟁률, 동점자 처리 기준까지 꼼꼼히 살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정시 지원전략을 짤 때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고교 진학 담당 교사들에게 들었다.

우선 지난해 입시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우선선발로 수능 100%를 적용해 선발하는 대학도 있었고, 두 개 혹은 세 개 영역만 반영하기도 했다. 주석훈 인천 하늘고 교감은“한 과목을 망친 학생들은 이런 전형을 십분 활용할 수밖에 없었고, 총점만 보면 어려운데도 2영역 혹은 3영역을 잘 봐서 합격한 사례가 있다. 올해는 우선선발이 폐지됐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그대로 믿고 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2학년 부장의 조언도 비슷했다.“ 상위권 대학에서 백분위 합산 점수는 지난해보다 올라갈 수 있다. 백분위 점수가 지난해 합격선보다 높다고 합격을 자신해선 안 된다. 반대로 올해처럼 수능이 쉬우면 표준점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표준점수 합산이 지난해 합격선보다 낮다고 지레 포기할 필요도 없다.”채용석 서울 배명고 교사는“지난해 합격, 불합격 자료는 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 하고, 2013학년도 정시 결과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강점을 찾는 일이다. 유제숙 서울 한영고 진학지도부장은“표준점수와 백분위 가운데 나에게 유리한 활용지표를 파악하고, 각 영역별 평균점수와 비교해 나에게 유리한 영역을 높게 반영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대학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석용 서울 서라벌고 교사는“수능 성적은 대학에 따라 반영영역의 수, 영역별 가중치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의 성적을 가장 유리하게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며“단순 합산하면 합격해도 대학별 환산점수로는 불합격할 수도 있어 반드시 대학별 환산점수로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제원 교사는“자기 점수의 최적화된 조합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탐구영역을 잘 본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갈 가능성이 높다. 자연계열은 생명과학 2가 어렵게 출제돼 여기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 유리하다. 인문계열은 제2외국어와 한문을 사회탐구로 대체해 주는 대학이 많아 변수가 될 수 있다. 유제숙 교사는“사회탐구를 잘 봤다고 생각해서 원서를 넣었는데 제2외국어를 잘 본 학생이 높은 표준점수를 갖고 들어오게 되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제원 교사는“탐구영역은 대부분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하기 때문에 대학별 환산점수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나군에서 가군으로 옮기면서 연쇄적으로 모집군을 변경한 대학이 많은 것도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채용석 교사는“모집군 이동에 따라 군별 모집인원이 지난해와는 달라졌다.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까지의 누적인원을 비교해 보고 지원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군별 모집인원의 차이로 지난해에 합격선이 비슷했던 모집단위가 올해 가·나군으로 따로 뽑게 되는 경우 합격선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석용 교사도“최상위권, 상위권 인원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때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까지 포함해서 최종 모집인원을 확인해야 한다.

지원 대학의 경쟁률을 파악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원 대학의 경쟁률뿐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대학 경쟁률도 함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 연·고대의 경쟁률이 낮으면 하루 이틀 뒤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대학은 점수가 5점, 10점 낮아도 소신 지원해볼 만하다. 반대로 이 세 대학의 경쟁률이 높으면 그 점수대에 학생들이 많다는 뜻이므로 안정 지원해야 한다.”유제숙 교사의 조언이다.

쉬운 수능으로 동점자가 많이 발생해 동점자 처리 기준도 최종 합격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채용석 교사는“대부분 수능으로 뽑지만 일부 대학은 학생부를 반영하기도 한다. 실질 반영비율이 미미하지만 수능이 쉬워 동점자가 발생할 때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유제숙 교사는“배치표는 수시 이월 인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의예과 모집인원 증가와 쉬운 수능으로 고득점을 받은 학생들이 정시 지원을 포기하는 경향으로 뜻밖의 행운이 찾아올 수 있으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권형진 기자 jinny@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