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중 선배는 월스트리트에 진출, 지금은 영국에서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런던 웨스트민스트궁 앞을 걸어가는 그의 표정이 밝다. 사진제공=김희중

여기 한 대학생이 있었다. 꿈도 인생의 목표도 없이 그저 성적에 맞춰 들어간 지방대에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았던 김희중 선배다. 고등학생 때는 50명 중 40등을 하기도 했고, 대학교 1학년 때는 강의실 대신 당구장에 죽치고 살다가 학사경고까지 받았다. 누가봐도 그는 구제불능 날라리였다. 이랬던 그가 미국 아이비리그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에 발을 내딛었다. 현재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의 런던지사 애너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끈질긴 노력 끝에 희망을 찾고 꿈을 이룬 그의 이야기가『지방대 날라리의 월스트리트 입성기』(RHK刊, 2014.9)로 출간됐다. 지방대(순천향대)라는 간판에 얽매이지 않고 끈질긴 노력으로 새로운 삶에 도전했고 꿈을 이뤘다. 희중 선배는“인생은 장기전입니다. 누가 더 꾸준히 노력하느냐가 명문대란 학벌보다 꿈을 이룰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말한다.

지방대 날라리 전액 장학금을 받다

학업보단 유흥을 즐기던 희중 선배였다. 그런 그가 절박하게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대학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입대를 앞둔 때였다. 실컷 놀기 위해 유흥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그곳은 돈에 의한 계급이 존재했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돈 있는 사람들의 노리개가 되는 모습을 목격하며 그는“미래에 힘 없고 돈 없으면 저렇게 될까?”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은“유흥주점 종업원들이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를 한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희망이라곤 없는 그들의 삶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입대하고도 삶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사격, 훈련 등에서 희중 선배에게 한참 밀리던 군대 동기가 자신만의 식견으로 역사에 대해 줄줄 읊고, 사회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상식을 갖춘 모습에 그는 묘한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희중 선배는“공부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그때부터 생겼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일련의 사건들이 그에게‘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줬다. 이를 계기로 그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복학 후엔 강의에도 성실하게 출석했고, 학과 600명 중 5명만 받는 전액 장학금도 수여받았다.“ 가장 큰 변화는 제가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이 됐다는 거예요. 이전에는 목표도 없이 하루하루를 시간 때우듯이 보냈는데, 목표가 생기니까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하더라고요.”

새로운 출발과 도전

전액 장학금을 계기로 더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편입을 하자니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아 학점이 엉망이었다. 열심히 노력하곤 있지만 뚜렷한 목표없이 막연하게 달리고 있는 점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저런 고민에 빠진 그에게 누나가 배낭여행을 제시했다. 머리를 식힐 겸 미국으로 떠난 배낭여행이 바로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미국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에 세상이 정말 넓구나 깨달았다. 그는 특히 뉴욕의 자유로움에 마음을 뺏겼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 맨해튼의 전경을 내려다보면서“한번 사는 인생, 나도 이렇게 넓고 좋은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솟았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본격적으로 어학연수를 준비했다.

1년 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지만, 여전히 고민은 많았다. 어학연수 3개월 차,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천천히 그려봤다.“ 만족할 만한 영어 실력을 얻기에 1년은 너무 짧았어요. 차라리 미국에서 새로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2년제 대학정도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충분히 졸업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의 나이 스물다섯살. 다시 대학에 입학하기엔 다소 늦은 나이이기도 했지만, 그는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다. 미국의 2년제 라과디아 커뮤니티 컬리지로 편입을 결정했다. 필요한 학점을 쌓아 미국의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도 계획했다.

미국의 2년제 대학은 토플 45점이상이면 이전 한국에서 받은 낮은 학점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비싼 학비였다. 일주일에 5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영어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건너 온 그였기에 “여기서 포기하면 이도저도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는“공강시간이나 전철을 타고 왔다갔다하는 시간에 항상 책을 읽었어요. 하루에 3~4시간 밖에 잠을 못 잤던 날들이 많았어요”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세계인재의 장 아이비리그 입성

희중 선배의 끈질긴 노력들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형편없는 영어실력이었던 그가 어느새 반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의 학생이 된 것이다. 영어실력도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의 4년제 대학으로 편입을 준비하던 그에게 한 교수가 미국 컬럼비아대를 추천했다. 처음엔“슈퍼 초 엘리트들이나 갈 수 있는 학교를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리 없다” 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해낼 수 있을거란 믿음이 생겼다. 믿음은 현실이 됐다. 합격을 통보받은 것이다.

낮은 학점, 지방대라는 꼬리표가 있었지만 그는 자신을 믿었고, 꾸준히 노력했다. 그는“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금방 좌절하게 되고 끈기를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희중 선배가 얻은 건 좋은 학벌이 아니다. 분명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의 실현이다. 그것이 확실하다면 지방대든 명문대든 꿈을 이루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방대생이라고 해서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에요. 공부와 실제 사회의 일은 많이 다르거든요. 최근에는 학벌과 상관없이 채용하는 회사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지방대란 현실에 사로잡히지 말고 5년, 10년 앞을 보고 묵묵히 노력한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옵니다.”

고등학생의 가장 흔한 착각 중 하나가‘명문대=성공’이란 공식이다. 공부를 못한다고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지방대로 진학했다고 세계 무대에 설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가‘난 이미 틀렸어’라고 생각하고 포기했다면 꿈의 멘토로 여러분을 만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노력하지 않고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패배자가 되는 건 당연합니다. 최선을 다해 산다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어요. 머리도 좋지 않고 잘난 것 하나 없는 저도
이렇게 할 수 있었잖아요.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윤지은 기자 jieun@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