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파르메니데스, 에피쿠로스, 프롤레마이오스, 유클리드…….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서양철학의 빛나는 거인들의 향연 자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기에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철학자들을 한자리에 불러낸 ‘사건’이 있다.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인 라파엘로 산치오가 교황 율리오 2세의 명을 받고 그린 그림 「아테네 학당(School of Athens)」 (그림1)이 그것이다.

▲ [그림1]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 서양철학의 비밀이 엿보인다.

교황 율리오 2세의 명을 받은 화가 라파엘로는 1509~1510년에 바티칸 사도궁전 내부의 방들 가운데서 교황의 개인 서재인 ‘서명의 방(Stanza della Segnatura)’에 프레스코화를 남긴다. 이 서명의 방 네 벽면에는 각각 철학, 신학, 법, 예술을 주제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가운데 「아테네 학당」은 철학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은 모두 54명.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그림 중앙에 위치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두 철인의 손의 방향이다. 플라톤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영원의 이데아를 중시했던 플라톤은 하늘(이상)을, 현실을 강조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땅(현실)을 가리키고 있다. 뿐만 아니다. 라파엘로는 자신의 존경심을 담아 선배 예술가들의 얼굴을 이 작품 속에 그려넣었다. 플라톤의 얼굴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그려넣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흥미로운 ‘비밀’이 그림 속에 숨어 있다면, 오늘날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는 광고는 어떨까. 그 속에도 과연 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가 숨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광고 속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특히 대학들이 좋은 학생을 찾기 위해 만든 ‘대학 입시 광고’는 조금만 들여다보면 의외의 사실을 만날 수 있다.

대학들이 내건 ‘수시 모집 광고’는 맞춤형 인재 모집을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성 때문에 광고는 직설적인 방식 또는 간접적인 우회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 [사진1] 건국대학교

‘건국, 혁신을 입다’라는 문구와 함께 ‘탄탄한 대학·든든한 인재 건국대학교’를 내세운 건국대 수시모집 광고(사진1) 는 카피와 이미지를 적절하게 배합해 ‘직설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불러낸다. 건국대가 ‘건국, 혁신을 입다’라는 문구를 맨 위에 크게 내세운 데는 최근 건국대가 주력해온 작업들이 배경에 놓인다. 디자인·예술·영화 부문에 무게를 실은 건국대는 이 광고를 통해 자신들이 디자인·예술·영화의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 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건국대가 일대 혁신의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은연중에 강조한다.

카피 오른쪽에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전경을 내세웠다. 예술디자인대학은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모습이며, 현대적인 모던 감각까지 디자인적으로 배치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미지 옆의 카피 문구인 “우수한 교수진과 미래지향적이 교육·연구로 디자인·미술·영상·영화 분야 산업발전을 이끌며 미래 문화를 창조하는 예술인을 키웁니다”가 탄력을 받게 된다.

▲ [사진2] 서울여자대학교

반면 ‘ACE 잘 가르치는 대학 서울여자대학교’를 광고하는 서울여대의 수시모집 광고는 다소 우회적인 방식이다(사진2). 활짝 웃고 있는 여학생이 오른손에 책 두 권을 머리 위에 얹고 있다. 이들의 광고 카피 문구는 “‘우리’는 ‘나’보다 똑똑합니다”이다. 물론 이 문구는 정시, 수시 둘 다 사용된다. ‘나’가 아닌 ‘우리’ 즉, 공동체 정신 함양을 가치로 내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물의 오른 쪽으로 ‘학부교육선도대학 Since 2010’ ‘수도권 특성화대학 5개 사업단’ ‘미래부 정보보호 특성화대학’ ‘대한민국 인성교육 대상’ ‘고교교육 정상화 기역대학’과 같은 대학의 성과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문구보다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여학생의 머리 위로 올라가 있는 손과 그 손이 쥐고 있는 책 두 권이다. 책의 제목은 각각 영어로 ‘BAHROM CHARACTER EDUCATION’ ‘Learn to Share, Share to Learn!’으로 돼 있다. 이것은 서울여대가 강조하고 있는 ‘바롬 인성 교육’과 이것의 가치를 풀어낸 것으로 읽힌다. 만일, 서울여대를 수시 지원하는 학생들이라면 광고 속에 이렇게 분명하게 나타나 있는 ‘바롬 인성 교육’의 의미를 읽어내고, 이에 대비해 지원하는 게 좋을 것이다. 

▲ [사진3] 한국외국어대

한국외대의 수시 모집 광고는 직설과 우회 두 가지를 모두 담고 있다(사진3). 한국외대는 메인 카피로 ‘외대를 닮았다 세계를 담았다’를 뽑았다. ‘닮았다’ ‘담았다’의 의미의 미끄러짐을 십분 활용한 카피다. 한국외대를 선택하는 학생들, 재학생들이 외대를 닮아갈수록 이들은 세계를 담는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메시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통상과 외교를 넘나드는 융합마인드로 통상사관학교 LT(Language & Trade)학부를 이끄는 김현종 교수의 창의적 사고와 글로벌 감각이 바로 한국외대가 키우는 인재의 미래입니다.” 이 카피 아래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는 국제화 1위를 넘어 융합교육 프로그램으로 세계를 담겠습니다”가 놓여 있다. 이렇게 보면, ‘통상사관학교 LT학부’가 국제화, 융합교육 프로그램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지는 좌우 양분 구도다. 한국외대 LT학부 김현종 교수가 왼 손 위에 ‘화물선’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세상은 내 손바닥에 있다’는 의미의 차용이다.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제품을 실은 화물선은 김현종 교수를 비롯한 교수진이 길러내는 새로운 융복합형 세계 인재들이다. 그래서 ‘From Korea To Global’을 내세운 이유도 짐작 가능하다. 이제 한국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청년들이 눈을 돌려야 할 때이며, 한국외대가 바로 그러한 일에 앞장서겠다는 메시지다. 한국외대 LT학부가 그 최전선에 있다.

최익현 기자 bukhak@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