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보다 어려워진 수능은 9월 모의평가의 쉬운 난이도에 반해서 그 체감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작년 수능에 비해서 어려웠을 뿐이지 그 이전년도의 난이도와 비교해 볼 때 크게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선에서 이야기하는 수능의 변별력은 상위권 20%에서의 변별력이지 대다수 수험생인 80%의 변별력이 아니다. 왜냐하면, 국어·수학·영어영역 3등급 표준점수는 수능이 쉽든 어렵든 비슷한 점수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시 모집군별 인원을 살펴보면 가군 4만3천188명 나군 4만5천450명 다군 2만7천524명이다. 그렇다면 나군의 모집정원이 상대적으로 많으니 나군에 안정지원을 고려할지도 모르지만,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대가 가군으로 모집군을 변경한 뒤로 대부분 대학의 군별 이동과 분할모집이 이루어졌다. 올해까지도 그 혼돈은 지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전체모집 정원은 나군이 많지만, 이화여대(1천163명)가 가군에 포함되면서 서울 소재 상위권 9개 대학의 모집인원은 오히려 나군보다 약 700여 명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상위권은 가군의 안정지원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최상위권 3개 대학으로 국한해 생각해 보면, 가군에서 서울대는 766명, 나군에서 연세대 1천51명과 고려대 1천37명을 모집한다. 인문계에서 가군 서울대 지원학생은 대다수가 나군에서 연세대와 고려대를 지원하고 있다. 자연계 최상위권은 늘어난 의대 정원으로 인해 나군보다 모집정원이 많은 가군에 의대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즉 최상위권 지원전략에서 고려해야 할 첫 번째 요소는 군별 모집인원이다. 자신이 지원하려는 대학만이 아니라 최상위권 대학의 모집인원까지 표로 작성한 후 누적 인원을 확인해보아야 하며 가군, 나군 중 상대적으로 누적 모집인원이 많은 부분에 안정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상위권, 사탐·과탐 변환표준점수가 당락 갈라

다음으로 지원대학의 과목별 반영비율과 자신의 표준점수를 계산하여 최적의 대학을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문계 상위권 지원에서 국·영·수·탐, 모든 과목을 고르게 잘한 학생은 한양대가 유리하고 수학과 영어를 유독 잘한 학생은 서강대, 국·영·수를 고르게 잘한 학생은 성균관대 지원이 적합하다.
자연계 상위권 대학에서는 보통 수학, 탐구영역이나 수학, 영어영역에 가중치를 두는 형태를 띠고 있어, 수능 국·영·수·탐의 영역별 반영비율이 대부분 20/30/20/30 또는 20/30/30/20이다. 하지만 서울대(25/30/25/20), 서강대(20/35/30/15), 이화여대(25/25/25/25)와 같은 대학들은 조금씩 반영비율이 다르므로 반드시 자신의 성적 유불리를 따져보아야 한다.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사탐과 과탐의 변환표준점수가 당락을 결정짓기도 한다. 전년도에 단순 과목 표준점수 합이 530/530/528이었던 세 학생이 서울대 반영비율만을 고려한 백분위로는 1등/2등/3등 순이지만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했을 때에는 2등/2등/1등으로 바뀌는 사례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 학생이 연세대 점수로 환산했을 때에는 1등/2등/2등으로 또다시 뒤바뀌게 된다. 반드시 수능성적 후 발표되는 대학별 제2외국어와 탐구영역의 변환표준점수를 고려해 지원해야 한다.

중위권 지원전략을 말하기에 앞서 우선 중위권 학생들의 지원경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의 정시 결과 분석 자료를 참고해 보면 중위권 학생들은 비슷한 성적 대의 학교들을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고 성적 대가 낮은 학과라도 인지도가 높은 학교에 대한 지원 선호도가 높다.

비슷한 성적 대의 학교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능 반영비율과 경쟁률을 잘 살펴야 한다. 반영비율은 상위권의 전략과 대동소이하다. 전년도 입시를 참고해 보면 인문 군별 경쟁률은 가군 3.8:1, 나군 3.5:1, 다군 6.4:1이다. 자연 경쟁률은 가군 3.8:1, 나군 4.4:1, 다군 6.2:1이다. 어디까지나 평균경쟁률이지만 이 평균은 지원전략 수립에 중요한 요소이다.

복수의 대학 경쟁률 적어두고 추이 분석해야

평균경쟁률보다 높은 경쟁률로 예상되는 모집단위는 합격 커트라인이 상승할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위권 학생들은 원서마감일까지 경쟁률의 추이를 확인하여 지원해야 한다. 필자도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는 원서접수 시작일부터 지원선에 있는 복수 대학들의 경쟁률을 적어보도록 지도한다. 경쟁률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합격 커트라인의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안정지원으로 결정한 대학의 경쟁률이 마감 2~3일 전에 전년도 경쟁률을 돌파했다면 심각하게 지원전략의 수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하위권의 지원전략 역시 위에서 언급한 반영비율의 유불리와 경쟁률 모두 중요한 요소이다. 추가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학과 중심 지원이다. 하위권에서는 일차적으로 전문대를 고려하는 학생들이 발생한다. 이는 여학생일 경우에는 중대한 고려사항이기도 하다.

올해에도 4년제를 다니다가 전문대로 U턴하는 학생들이 5천명 이상이었다. 즉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중위권까지는 대학중심으로 지원하는 경향이 남아있지만, 하위권은 학과에 대한 소신이 남다르다. 매우 긍정적인 선택이다. 대학의 서열화와 선호도에 따른 지원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관련 있는 학과에 지원하는 모습은 바람직한 부분이다. 그래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학과별 모집인원이다.

자신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들을 결정하고 자신이 지원하려는 학과들의 모집정원의 수를 표에 구분을 지어 적어 보자. 그런 뒤에는 수험생들의 가군. 나군. 다군의 지원전략을 예상해보면 군별로 안정, 소신, 상향의 지원을 할 수 있다.

하위권 학생들에게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수험생의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도권에 있는 일부 대학보다는 대학 생활이나 취업 여건 등이 잘 준비돼 있는 지방의 대학들이 많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 육성하는 ‘특성화’ 학과가 바로 그 예일 것이다. 꼭 지원 가능한 지방대 특성화 학과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끝으로 상위권·중위권·하위권으로 성적이 나뉘고 대학이 서열화되는 현 입시체제가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재 주어진 숙제를 마쳐야 하는 수험생들에겐 입시전략은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정시 박람회(12월 3일~6일, 코엑스)를 연다. 이젠 너무 많이 알려져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찾아가서 여러 대학을 동시에 상담해 보는 것도 지원 가능 대학을 결정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성적이라고 낙담하지 말자. 합격통지서를 받는 그 날까지 긴장감을 좀 더 부여잡고 고민하고 탐색한다면 최선의 입시 결과를 품에 안을 수 있다.  

          

▲ 오주석 교사

오수석 부천 소명여고 교사·수학

경기도 교육청 대입상담교사, 전국진학지도협의회 학생부종합전형 연구위원을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