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입학전형에 입학사정관제가 처음 도입됐다.
입학사정관들은 일년 내내 입학업무를 전담하면서 학생을 선발하는 일을 한다. 2010학년도에는 49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4천300여명을 뽑을 계획이다.

가톨릭대는 2009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에 잠재능력우수자전형을 도입,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51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의 성장과정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가톨릭대 입학사정관들이 학내 교정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가톨릭대 대외협력실

대학입학을 앞두고 있는 지금, 수능과 내신성적에 따라 지원할 대학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뭔가 부족하다. 3년 동안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남들과는 조금 다른 활동을 하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했다. 대학에서도 단순히 점수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아쉽기만 하다. 점수보다 나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꿰뚫어 보는 대학, 어디 없을까.입학사정관제가 이런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줄 수 있을 듯하다. 입학사정관제는 2008년 대입제도에 처음 도입됐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이유는 학생부에 중점을 두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생들의 잠재력과 특별한 소질, 능력을 골고루 파악해 점수위주의 학생선발 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그래서 대학 설립이념, 발전전략에 맞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 천천히 들여다보자.

우수학생 선발 막강한 권한
입학사정관(Admission Officer)은 입학전형기관과 상관없이 일 년 내내 입학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다. 이들은 학생의 성적과 개인 환경, 잠재력 및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생을 선발하고, 교수 등 학생을 선발하는 사람들에게 우수한 학생을 추천한다.

대학의 구성원은 교수와 교직원, 학생이다. 이때 입학사정관은 교수보다 교직원에 조금 더 가깝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은 교직원들이 하는 일과는 조금 다른 활동을 한다. 수시모집, 정시모집 등 입학전형기관과 상관없이 ‘우리 대학에서 어떻게 하면 잠재력과 소질을 충분히 갖고 있는 학생들을 뽑아서 인재로 길러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연구한다.

입학사정관이 하는 일을 세분화하면 △교육청과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모집 활동을 하거나 △대학 입학박람회를 열어 학생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지원자를 평가하고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좀 더 보완할 점은 없는지 연구한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학업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미국 대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해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이유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기가 쉽지는 않다. 점수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면 시간과 노력이 절약되지만,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을 먼저 고용해야 하고 새로운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입학사정관제도를 운영하려 하고 있다. 지나치게 학업·수능성적을 중시하고 기계적으로 점수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이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할 수는 없다. 그래도 몇 명이나마 새로운 방법을 통해 신입생을 맞이하고자 한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대학들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해 4년제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고자 하는 대학을 심사해 10개 대학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10개 대학은 가톨릭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다. 이들 중 일부는 2009학년도 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수시모집 2-1학기, 2-2학기에서 입학사정관전형을 신설했다.

2009학년도 수시모집 1학기 전형에서 가톨릭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인 잠재능력우수자전형에서 51명을, 건국대는 입학사정관전형인 자기추천전형에서 15명을, 리더십전형에서 70명을 뽑았다. 연세대는 입학사정관전형인 연세인재육성프로그램전형에서 20명을, 중앙대는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실시되는 다빈치형 인재전형에서 30명을 선발했다. 수시모집 2학기에 입학사정관전형을 도입한 대학은 더 많다.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인하대, 한양대 등에서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앞으로 더 늘어난다
올해 8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입학사정관제 지원 대학을 10개에서 40개로 늘렸다.
새롭게 지원 받는 대학은 건국대(충주), 건양대, 경원대, 고려대, 공주대, 동국대, 목포대, 배재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숙명여대, 순천향대, 아주대, 울산과학기술대, 이화여대, 전남대, 전북대, 전주대, 조선대, 충남대, 충북대, 충주대, 포스텍, 한국외대, 한동대, 한림대, 홍익대, 카이스트다.

2010학년도 대입전형에서 입학사정관을 활용한 특별전형을 도입하는 대학은 49개. 입학사정관을 활용하는 49개 대학에서 4천300여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건국대, 경희대, 부산대 등 20개 대학은 입학사정관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이화여대 등 29개 대학은 기존 특별전형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해 학생의 잠재능력을 평가해 인재를 선발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입학사정관을 신뢰하고, 입학사정관은 대학의 설립이념과 발전방향에 맞게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한다면 우리도 미국 대학처럼 입학사정관제가 이른 시일 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김유정 기자 Editor@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