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  청주대 교무처장·수학교육과

해마다 이맘때면 계절처럼 마주치게 되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여름은 아직 가지 않았는데 벌써 가을이 찾아온 8월, 코스모스 졸업식장에서 제자를떠나보내는 한 교수의 정처 없는 생각이라고 할까. 졸업생들이 각자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내야 할 터인데, 하는 걱정이 바로 그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만 진로 선택이 고민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들은 더더욱 그렇다. 고3 수험생들의 고민이 인생의 방향을 폭넓게 결정짓는데 관련된 것이라면, 대학 졸업생들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취업, 즉 직업선택 문제를 고민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일하지 않고, 취업걱정 없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럴 수 있는 인생은 많지 않다. 게다가 그처럼 무위도식하는 인생이 그다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일을 한다는 것’, 직업과 직장을 갖는다는 것은 삶의 가치관을 비롯해 개인의 정체성, 나아가 인생의 상당부분을 좌우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고3 수험생이 각자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진로선택은 자신의 미래 삶을 설계하고 선택하는 고심의 과정이다. 일찍이 공자가 ‘어찌 할꼬 어찌 할꼬 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는데, 고민스러운 문제에 당당히 맞서는 사람은, 이른바 ‘비전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해결의 가능성, 새로운 미래설계 비전을 꿈꾸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나는 여러분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이 ‘비전’-가능성의 정체가 바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은 현재보다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믿음이고, 더 훌륭한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의 가능성을 현실화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아름다운 가치다. 진로선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희망이다.

    진로선택은 여러분의 인생을 설계하는 문제다. 단순히 보자면, 각자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후 열심히 공부해 희망하는 직업을 찾아 인생 기반을 다지는, 꽤 오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지금 어떤 학과가 인기를 얻고 있는지, 어떤 전공분야가 취업률이 높은 지는 그리 중요치않다. 대학에 진학한 뒤 졸업하기까지 어떤 희망을 품고, 어떻게 노력했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여러분 책상 놓여 있는 ‘진로가이드’ 류의 책은 다만 참고용일 뿐이다. 짧게는 4년 뒤, 길게는 8년에서 10년 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현재 진로선택에 대한 고민이 시간낭비라거나 쓸모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현재 맞닥뜨린 ‘진로선택’이란과제는 지금 여러분의 능력과 관심분야, 의지를 성찰해 보는 기회다. 동시에 미래의 포부를 키우는 계기다.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인생길을 설계해 보는, 훌륭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연습하는 시간이며 인생의 큰 보람을 성취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과정이다. 진로선택이 여러분 모두에게 기쁨의 인생 연습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병기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  청주대 교무처장·수학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