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세계의 다른 청소년들보다 대학입시에 목메는 것은 아마도 좋은(?)대학에 입학해야 행복하다는 사회적 경험과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 역시 자녀들의 입시준비에 모든 것을 인내하면서 지원하는 것도 괜찮은(?) 대학에 입학해야 행복할 것이라고 믿어서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보장할까. 좋은(?) 대학에 입학한 것이 행복한 삶으로 연결되려면 적어도 두 가지의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한 것이 개인의 인간관계 능력 함양으로 연결돼야 하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특성에 맞는 직업선택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러스트 : 이재열

좋은 대학 입학 =행복한 삶?
    공부를 열심히 하는 고3 수험생이든, 유명한 프로스포츠 선수든, 인기 있는 연예인이든 모든 사람의 인생의 목표는 ‘행복한 삶’으로 수렴될 것이다. 물론 행복한 삶의 조건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의미하는 ‘사람궁합’과 적합한 직업을 찾는 ‘직업(일)궁합’ 역량이다.

아무리 공부를 잘했더라도 삶 속에서 주변사람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절대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없다. 부모나 형제, 동료, 상사 및 부하 등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어떻게 행복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아무리 명문대학 인기학과를 졸업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특성에 적합한 직업을 만나지 못하면 역시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없다.

    우리는 주변에서 공부를 꽤 잘했으면서 자신의 특성에 적합한 전공이나 직업을 만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안타깝게도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대학에 재입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학창시절 죽자 살자 공부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특성에 적합한 직업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도 보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고3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특성에 적합한 학과나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이나 진로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 가운데 성격은 개인의 직업적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다. 일반적으로 성격이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질로, 대인관계나 상황에서 비교적 변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나타내는 개성적인 행동양식이나 반응양식’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개인의 인간관계 방식이나 일처리 방식,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 등이 성격에 의해 영향 받게 된다. 심지어 좋아하는 활동이나 놀이마저 성격적 특성에 따라 좌우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성격의 형성은 후천적인 환경이나 경험보다 선천적인 특성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된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성격 특성을 파악하는 일은 향후 직업세계에서의 성공적인 적응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 개인의 성격은 얼굴 모양새 만큼이나 다양하다. 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성격을 유형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통일된 성격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인의 성격특성이 대인관계나 직업적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경험과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표준화된 성격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직업(학과나 전공)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일은 대학진학에 앞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업이다.

내 성격 맞는 직업 탐색 필요
    성격 유형 분류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외향성과 내향성만 보더라도 성격과 직업적성이 얼마나 관계가 깊은지를 알 수 있다. 외향성을 지닌 사람은 모든 에너지가 밖으로 향하고 있는데 비해 내향성을 지닌 사람은 모든 에너지가 안으로 향하는 특성을 지닌다. 설사 학업성적이 유사하다 하더라도 이 둘은 서로 다른 학과나 전공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같은 학과나 전공을 선택했다면 졸업 후 서로 특성이 다른 직무에 종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에는 내향성을 지닌 사람보다는 외향성을 지닌 사람이 더 적합할 뿐 아니라 생산성도 높을 것이다. 반면에 내향성을 지닌 사람은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조용히 탐구하고 분석하는 일에 생산성이 높을 것이다.

    자신의 성격 특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맞춰 학과나 전공을 선택해야 고3수험생 시절 열심히 노력한 공부가 행복한 삶으로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시골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버스를 타고 갈 것인지, 기차를 타고 갈 것인지, 고속버스를 타고 갈 것인지, 비행기를 타고 갈 것인지,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갈 것인지의 선택은 개인의 독특한 상황(성격 특성)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송병국 순천향대·청소년교육상담학

필자는 서울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지냈고, 현재 한국평생교육학회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