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범위가 협소한 이색학과는
직업진로와 연계성이 높다는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
반면, 범용학과는 다양한 직업 선택이 가능하다.

입시경쟁도 치열하지만, 대학의 살아남기 경쟁도 치열하다. 경쟁에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과거와 달리 눈에 쏙쏙 들어오는 이름의 독특한 학과 또는 전공명칭이 많다.

보석감정사는 보석의 진품여부와 가치를 평가해 품질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감정서를 발행한다.  <사진. 김지혜기자>

과거 미디어학과, 정보사회학과, 케어복지과, 호텔학과, 서비스유통학과 등을 특이한 학과라고 말했지만, 이젠 일반인들의 관심을 얻기조차 어렵다. 기술융합의 패러다임과 정보통신의 발달, 세계화 등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순수 학문의 명칭보다 산업현장에서 바로 취업해 활용할 수 있는 학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경디자인학과, 보석디자인과, 승마조련학과, 보건허브과, 카이로스포츠과, 트리콜로지, IPTV서비스학과 등을 들 수 있다. 대부분 협소한 학문범위와 영어명칭, 새로운 신기술 및 융합(conversion)관련 학과이다. 산업기술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현실적 요구에 맞춰, 학문보다는 실용을 택하겠다는 대학의 생존전략과 함께, 졸업 후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과를 선택하겠다는 개인의 취업전략이 만나서 각종 이색학과가 생겨나고 있다. 물론, 이색학과는 협소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일찍 자신의 직업진로를 선택해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현장 활용성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과정(curriculum)을 가진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선택과 집중’이라는 문제에서 선택에 대한 의미를 소홀히 여긴다. 즉, 집중이란 선택이 올바른 것을 가정하고 있다. 일단 가장 유망하고 내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한 후 집중을 해야 한다.

이색학과, 전공선택 = 직업결정

일찍‘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학문의 범위가 협소한 이색학과는 직업진로와 연계성이 높다는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영학같이 범용성이 넓은 학과는 공인회계사, 마케팅 분야, 사회과학연구원, 투자상담사, 은행원, 애널리스트, 판매영업원 등 다양한 직업선택이 가능하다. 다른 예로 기계공학의 경우 반도체, 메카트로닉스,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직종 및 산업분야로 진출이 가능하다.

반면 이색학과는 직무범위가 협소하므로 전공 선택과 동시에 직업진로가 결정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마술학과는 마술사, 승마조련학과는 승마조련사 등으로 학과와 직업이 일치되어 똑 떨어진다. 즉 학과선택이 직업선택으로 직결되므로 적성이 맞지 않거나, 흥미가 크게 변화된다면 학과 및 직업전환이 어렵다. 아울러 이색학과는 해당 직업이나 산업의 영향에 따라 취업가능성, 직업 발전가능성 등이 쉽게 영향을 받는다. 이색학과는 자라나는 새싹과 같아서 기반이 튼튼하지 않고, 활용되는 산업분야가 폭 넓지 않아 경기변화와 기술변화 등 외적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업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이색학과는 피하는 것이 좋다. 꼭 이색학과로 진로선택을 하고 싶다면, 자신의 적성, 산업 및 고용동향, 노동시장전망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만약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자신만의 확신이 없거나, 대학원 진학, 유학 등을 생각하고 있다면, 사회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학과나, 전통적 학과로 진학하기를 권하고 싶다.

둘째, 학과정원도 많고, 선후배도 많은 범용학과는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유리하다. 이색학과나 신생학과는 정원도 많지 않고, 선배가 적어 인적네트워크 형성에 제한을 받는다. 사실 대학을 가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다. 요즘은 유명대학의 이름난 강의를 유튜브(www.youtube. com)나 TV로 시청가능하다. 전공서적이나 교보재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좋은 강의를 듣기 위해 대학을 간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넓게 파야 깊게 팔 수 있다

셋째, 범용학과는 산업분야나, 직업선택의 폭이 넓다. 만약, 흥미와 적성이 맞지 않을지라도 세부전공, 응용된 다른 분야로 전환하기가 용이하다. 기계공학 출신이면 반도체, 로봇공학 등으로 연계가 가능하다.

‘넓게 파야 깊게 팔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직업세계에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넓게 판 사람은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 넓게 땅을 팔 수 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이 이색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우승 경험이 많지 않은 말에게 돈을 배팅하는 것과 같다. 간혹 엄청난 수익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잘 달린다고 소문난 말이 또 우승을 한다. 자신의 직업진로가 불확실하다면, 흥미분야를 가급적 넓게 포괄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