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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로 변신한 여배우 … “진짜 꿈은 ‘다가올 시간’이 결정하죠”
YTN 기상캐스터 ‘김수정’의 도전과 열정
2012년 06월 08일 (금) 22:29:30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daenamu.kr

“갈급하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타는 목마름’을 호소했다. 연기자로 살아온 12년 세월 동안 그가 몸으로 익힌 팔할이 기다림이었기 때문일까.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면 ‘갈급했기 때문이었다’라고 회상했고, 오늘과 내일을 얘기할 때도 ‘갈급하니까’ 뭔가를 해야겠다고 했다. 지난 2010년 돌연 기상캐스터로 변신한 ‘미완의 대기’ 탤런트 김수정(31세, YTN 기상캐스터·사진). 사실 그가 여전히 갈급증을 호소하고 있었던 건 조금은 의외였다. 기상캐스터, 잘 나가는 직업 아닌가.

10대와 20대, 청춘을 오롯이 바쳤던 과업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건 결코 가볍지 않은 용단이 필요할 텐데. 그러나 그가 걸어온 길을 천천히 되짚어보면 딱히 무겁게 가져갈 일도 아니다. 스스로 정한 목표를 따라 한 걸음씩 걸어가는 대표적인 ‘자기주도형’ 인물이다. 목표가 뚜렷하니 어떤 일이 닥쳐도 충격파가 미세하다. 그는 “자잘한 성공과 실패는 과정일 뿐”이라고 받아쳤다.

촉망받던 신인 연기자 “일 없어도 괜찮아”

   
김수정 YTN 기상캐스터
·계원예술고·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2010년 YTN 기상캐스터 입사
·출연작: 장미의 전쟁(2004), 사랑해도 괜찮아(2007), 김치치즈스마일(2007), 보석비빔밥(2009) 외
·광고: 사랑초(음료), 배스킨라빈스31(아이스크림), 피자헛(식품), 보건복지부 금연캠페인 등 다수
·진행: YTN 기상센터·웨더24·날씨로 읽는 경제(YTN웨더), 골프24(YTN), 디지로그 다잡기(YTN사이언스)
ⓒ 최성욱 기자  
수줍음이 많던 소녀는 유독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저 노래가 좋았다. 플루트도 익히고 성악도 배웠다. 중학교에 가서는 학급 음악부장을 도맡으면서 따로 발레를 배웠다. 그땐 무용이 하고 싶었단다. 그의 끼를 눈여겨본 음악선생님은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길 바랐다. 그때까지도 그는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계원예고에 진학한 김 캐스터는 연기자로서 모든 재능을 쏟아냈다. 유년기부터 단련해온 노래와 춤은 ‘뮤지컬’에서 꽃폈다. 연극사, 화술, 발성, 발음, 무용, 극작, 영화연기 등 대학 커리큘럼을 고등학교 때 이미 섭렵했다. 정돈된 듯한 절제된 내면연기를 선망해 동국대 연극영화과의 연극 무대를 쫓아다녔다.

“꿈에 그리던 학교에 합격했어요.” 순간 김 캐스터의 눈이 반짝였다. 지금도 합격의 여운이 남아있는 듯 보였다. 대학에 진학한 후 TV드라마에 조연과 단역으로 출연한 게 손가락으로 꼽을지는 몰라도, 그의 배우 인생은 10년을 훌쩍 뛰어넘는다. 탄탄한 기본기로 주인공을 독차지했다. 연기를 배울 때만큼은 늘 촉망받는 기대주였다. 대학연극인 축제인 ‘젊은 연극제’에서 주인공을 맡았고, 졸업공연으로 올린 ‘햄릿’의 히로인 오필리어도 그의 몫이었다.

시련은 졸업과 동시에 찾아왔다. 방송국에서 불러주지 않았다. 틈틈이 광고모델 활동은 했지만 드라마는 2~3년에 한 번 찾아왔다.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괘념치 않았다.

“연기자는 오디션과 배역미팅의 연속입니다. 대본을 받아놓고도 일이 어그러지기 일쑤죠. 그래도 연기를 배우고, 무대에 서는 그 자체로 행복했으니까 문제될 건 없었어요.”

무한긍정의 아이콘(!)이라도 되는 건가. 가장 어두웠던 시절, 소유진·전지현 등 친구들은 상종가를 달리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내가 가진 재능,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아요. ‘내려놓으니’ (내 재능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어요. 결국 카메라 앞으로 다시 돌아온 거죠. 예전엔 ‘오직 연기자’였는데, 이제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그리고 그 가능성이 나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알았으니 두려울 게 없습니다.”

기상캐스터, 1분 30초의 ‘히로인’

‘여배우 김수정’에게 기상캐스터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엄밀히 말하면 그의 가슴에 새로운 꿈이 찾아든 것이다. 스물 아홉. 교회칸타타를 올리는 자리에서 나레이션을 맡았다. 무대 위가 아닌 무대 바깥에서의 첫 호흡이었다. “제가 진행하는 대로 사람들이 움직이는데 문득 ‘이거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나는 왜 경주마처럼 연기만 보고 살아왔을까….”

그 길로 김 캐스터는 호기롭게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했다. 1차 카메라 테스트는 무난히 통과했지만 2차 필기시험이 난관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학원에 등록했다. 3개월 과정을 다 채우기도 전에 YTN 기상캐스터에 합격했다. 지역방송국의 아나운서 시험도 통과했지만 기상캐스터를 택했다. 단기간 합격 비결을 묻자, “연기자 수업이 기상캐스터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어릴 때부터 오디션을 많이 봤잖아요. 남들과 달라야 살아남는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이것 빼곤 자신감 하나밖에 없거든요.” 그는 당시 카메라 테스트에서 유일하게 주어진 대본으로 노래를 불렀다.

김 캐스터는 일기예보 외에도 기상정보방송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날씨전문 방송 <YTN 웨더>가 개국하면서 프로그램이 늘어난 덕분이다. 요즘은 ‘날씨로 읽는 경제’에 주력하고 있다. 날씨와 비즈니스를 접목해 기업의 성공노하우를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종영한 ‘YTN 골프24’에서는 골프관련 최신뉴스를 전달하고, 현장에서 시연도 했다. 특히 <YTN 사이언스>가 방송한 ‘디지로그 다잡기’(IT분야 명사 인터뷰)에서는 단독MC를 맡아 전문인터뷰어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스튜디오에서 날씨만 전달하는 기상캐스터는 거의 없어요. 중계도 뛰어다니고 날씨 관련 방송도 몇 개씩 진행하죠. 그야말로 ‘방송인’으로서 활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수정 YTN 기상캐스터는 10년이 넘는 연기생활에서 기다림을 배웠다. 끝없이 자신을 믿었다. 긍정의 힘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는지도 깨우쳤다. 늦깎이 기상캐스터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지금 자신의 일에 푹 빠져 있다.
ⓒ 최성욱 기자  

김 캐스터는 비교적 늦깎이 기상캐스터다. 그는 지난 2년여의 시간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유의 소탈한 성격과 자신감으로 조금씩 노련미를 붙여가는 중이다. 이제는 클로징 멘트 후에 고개를 갸웃하는 습관도 자기만의 개성으로 다듬어 가고, 오보에 대한 항의전화를 받아도 부드럽게 넘길 줄 안다.

“늦게 시작했잖아요. 불안할 때도 많죠. 그러나 매순간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설령 나중에 잘못된다 해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남들은 늦었다고 하지만 저는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진짜 제 꿈일 수도 있으니까요.”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심장이 요동치는 순간이다. 그에게 주어진 1분 30초의 ‘원샷’. 어쩌면 이 시간만큼은 연기자와 기상캐스터 둘 다를 떠나 있는지 모른다. 여전히 카메라가 그를 비추고, 손에는 마이크가 들려 있다. 그를 가슴 뛰게 하는 방송과 무대가 있는 한, 그의 일상에 마침표는 없다. 그의 말마따나 “끝까지 가본다면, 죽어서도 성공하게 돼 있다”.

‘여배우냐, 기상캐스터냐.’ 이제 그에게 이렇게 분절된 시간은 무의미한 주제이지 싶다. 그는 오늘도 ‘꿈을 예보하는 기상캐스터’로 우리 앞에 당당히 서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daenam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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