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학과 선택을 못해 갈팡질팡하는 학생들에겐 전도유망한 분야를 살펴보는 게 가장 발빠른 처방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 학생들에게 대체로 ‘장래성’이란 단어는 직업적 성취와 직결된다. ‘그 대학, 그 학과를 나오면 취업할 수 있나.’ ‘그 분야는 내 미래를 보장해 줄까.’ 가까운 미래에 대해 확신을 점치는 일은 누구에게나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취업률에 기대거나 이른바 ‘뜨는 산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된다. 실제로 취업 잘 되기로 이름난 학과를 살펴보자. 그리고 올해부터 새 단장하고 나선 학과는 과연 어떤 미래를 품고 있을까.

건국대_ 바이오 관련 전공 묶어 생명특성화대학 출범

건국대(총장 직무대행 한성일)는 내년부터 단과대학별로 흩어져 있던 바이오 관련 학과를 통합해 ‘생명특성화대학’을 신설하고, ‘생명과학분야大학부’를 출범시켰다. 학사조직 특성화와 생명과학계열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다.

생명특성화대학은 기존에 특성화학부로 운영해오던 생명공학전공과 이과대학의 생명과학과가 통합된 대학이다. 올해는 융합생명공학, 시스템생명공학, 생명과학 등 3개 전공에서 신입생 102명을 모집한다.

동물생명과학·생명환경과학대학은 바이오산업공학과, 동물자원과학과, 보건환경과학과, 녹지환경계획학과, 생명자원식품공학과 등으로 개편했다. 이들 학과를 생명특성화대학과 묶어 총 3개 단과대학, 12개 전공을 골격으로 한 ‘생명과학대(大)학부’로 운영하기로 했다. 생명과학대(大)학부는 생명특성화대학 102명을 합해 올해 총 445명을 모집한다.

가천대_ 2014년 첫 졸업생 배출, 이미 전원 취업

졸업 전 기업체로부터 취업을 약속받는 일종의 계약학과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지난 2010년 개설돼 올해로 3년째를 맞는 가천대(총장 이길여) 소프트웨어설계‧경영학과는 학생 전원이 졸업 전인 최근까지 취업을 보장받았다. 첫해 입학생은 45명이고, 군 입대 등 휴학생을 제외한 첫 졸업 예정자는 20명이다. LG전자, LG CNS, 다우기술, 한글과 컴퓨터, 와이즈넛, 아이컴피아에서 이들 18명의 학생들을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학원 진학 예정 학생 4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 취업이 확정됐다.

3학년 학생들 중 4학년이 되기 전, 학과에서 추천을 해주면 서류전형을 면제하고 회사별로 정해진 인턴과정을 거쳐 채용을 보장하는 형식이다. 1학년 1학기부터 전공수업을 시작해 매학기 3강좌 이상 소프트웨어와 경영 관련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한다. 소프트웨어관련 전공학점을 78학점, 기술경영전공학점을 12학점 이상 이수해야한다.

전임 교수들이 문제해결 및 실습위주의 수업으로 100% 수업을 책임지는 전공 강좌는 국제화 시대의 인재로 키우기 위해 영어 강의(수준을 고려한 맞춤형태 원어강의)로 진행하고, 정규시험·수시시험·과제에 대한 균형을 맞춘 ‘1000점 만점제’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체 방문은 물론 매주 산업체 임원을 초청, 현장 이야기를 듣는 ‘IT 세미나 강좌’와 하위 20% 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료보충수업 캠프 ‘낙오자 Zero’ 등도 인기과목이다. 특히 졸업조건으로 교양필수 도서 40권 이상을 읽게 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목욕봉사를 10회 이상 하도록 하고 있다. ‘예절과 이미지 메이킹 강좌’도 졸업필수 과목이다.

성공적인 사전 취업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엄격한 학사관리가 한몫했다. 지각·잡담·조퇴는 모두 결석처리하고 수업시간에 핸드폰 소리가 울리면 퇴장해야 하고, 지정좌석제를 운영한다.

동양대_ 든든한 취업률 떠받히는 철도대학, 올해도 ‘인기’

‘공무원 사관학교’를 표방하는 동양대(총장 최성해)의 철도대학은 지역의 대표적인 특성화대학이다. 지난 2005년 문을 연 철도대학은 △철도경영학과 △철도운전제어학과 △철도차량학과 △철도토목학과 △철도전기통신공학과 5개 세부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철저히 실습과정 위주로 커리큘럼이 짜여있는 덕분에 첫 졸업생을 배출했던 2009년부터 평균 취업률 70~80%대를 꾸준히 달성하고 있다. 특수목적 대학답게 철도관련 기관의 순 취업자(ROTC 등 제외)가 90%에 달한다.

한국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등 전국 6대 도시, 7대 지하철공사 등 철도관련 기업체와 산학협력을 체결해서 ‘수업이 곧 현장’이다. 예컨대 철도차량학과의 경우 철도경력 25년 이상의 현장전문가들이 코레일에서 직접 현장강의를 맡는다. 강의는 코레일 차량관리팀에서 전문가의 지도 아래 실습을 한다. 실습대상은 신입생을 포함한 전 학년이다. 실무교육을 기반으로 모든 학생들이 포트폴리오를 제작해 면접 준비를 병행하도록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학과에서는 철도선로공학, 응용측량학, 궤도 역학 등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물리학에 이해가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성신여대_ 미래예측 지형도 ‘정보보안·신재생에너지·건강’

성신여대(총장 심화진)는 미래 사회의 특화된 핵심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융합보안학과(인문)’, ‘청정융합과학과(자연)’, ‘운동재활복지학과(예체능)’ 등 총 3개 학과를 신설했다.

융합보안학과는 핵심 기술과 정보에 대한 보안 능력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사회적 추세를 기반으로 주요 정보와 자산을 위험·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한 인재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인적·물리적·환경적 보안과 IT 응용 기술, 개인정보 보호·보안을 아우르며 정책 수립·실행·평가·감리·감독을 수행하는 실무 능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정융합과학과는 4S, 지속 가능하고(sustainable) 탁월하며(smart) 느리지만(slow) 안정적인(stable) 미래사회를 추구한다. 에너지·자원 순환과 지속 가능성 관련 연구를 통해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대변되는 기후 변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청정 생산 기술 △후세와의 공존을 지향하는 생산과 소비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운동재활복지학과는 인류의 평균 수명 연장에 따른 예방·재활 중심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건강 증진과 복지 향상에 필요한 이론과 실기를 통합적으로 가르친다. 현대사회에서 중요성이 가중되고 있는 개인정보, 산업·재해, 국가 정보 등 각 분야에서 정보와 자산을 보호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전공이다.

이번 수시모집 선발인원은 융합보안학과 14명, 청정융합과학과 14명, 운동재활복지학과 10명 등 총 38명이며 모두 수시1·2차 일반학생전형으로 선발한다.

한양대_ 취업률 괄목한 ‘중국경제통상융합전공’, 새 단장한 로봇공학과·보험계리학과

지난 2006년 개설된 ‘중국경제통상전문가’ 양성 과정인 ‘중국경제통상융합전공’은 최근 한양대(총장 임덕호)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80%를 웃도는 취업률 덕분이다. 한양대의 평균 취업률 64%를 크게 앞지른다. 이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들은 삼성전자·LG이노텍·한진해운 등 대기업을 비롯, 외환은행·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삼일회계법인 등 금융기관으로 진출해 있다. 지난 2월까지 400여명의 학생들이 중국 상해교통대학 어학연수와 기업 인턴십을 전액 지원 받았다.

학생들은 4학기 동안 중국의 경제제도, 권력구조, 통상정책, 금융시장, 지적재산권, 세무회계 등을 배운다. 교과과정이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융복합 과목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재학생들의 전공도 경제·경영학부에 한정돼 있지 않다. 공과대학·자연과학대학·사회과학대학·인문과학대학 등 다양하다. 매년 2학기 말에 지원할 수 있고 성적(40%), 면접(30%), 자기소개서(20%), 중국어능력(10%)을 기준으로 선발한다.

ERICA 캠퍼스는 ‘신설학과’를 주목할 만하다. 로봇공학과와 보험계리학과다. 각각 모집정원이 30명이다.

우선 한양대 로봇공학과는 기존 개별학과에서 각각 배웠던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을 기초로 통합교과과정을 도입해 세 과목을 종합적으로 가르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로봇공학과 입학생에게는 외부 산업체 장학금과 성적장학금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턴십, 해외 유수대학과의 업무 협력을 통해 학생들에게 연수기회도 제공키로 했다.

내년 3월 문을 여는 보험계리학과는 각종 통계과목을 기초로 보험 업무에 응용하고 첨단 금융모델로 상품을 개발해 고부가가치를 담당하는 보험계리사(actuary)를 전문적으로 양성한다. 보험계리사는 보험료 산정과 보험계약 등에 대한 계산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전문 직종으로,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이 시행하는 전문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올해 미국에서 ‘베스트 직업’ 2위에 오를 정도로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고급 전문 직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최성욱 기자 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