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선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송지선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30세, 사진)는 제주도 토박이다. TV화면으로 보이는 상큼발랄한 이미지는 학창시절에 섭렵한 갖가지 활동들의 소산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내리 교내방송국 활동을 했다. 아나운서가 본업이었지만 교장선생님 훈화나 각종 시상식 자료를 시간 맞춰 트는 기술팀 업무를 주로 했다.

남 앞에 보이기 좋아하던 ‘끼 많은 소녀’ 송 아나운서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돌연 방송국 활동을 접었다. ‘더 이상 신선할 게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 길로 미술반과 합창반에 들어갔다. 대학에 가서는 춤 동아리까지 했으니, 예체능분야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셈이다. 주체할 수 없는 끼와 끊임없는 자기 실험은 그의 자산이다.

송 아나운서는 ‘한 우물을 파는 일’에는 손사레 치지만 사실은 욕심 많은 똑순이다. ‘자신이 선택한 일’에 진득하게 몰두해 왔다. 평균 5년이 넘는 그의 ‘우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선택의 기준은 본질, 그 자체다.

대학을 진학할 때도 선택지는 대학간판이 아닌 학과였다. 의류학과에 진학한 그는 패션쇼에 매료돼 교외 동아리 활동까지 해가며 옷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대학 4학년 때는 졸업작품전을 마치자마자 교내 논문 콘테스트에 출전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여세를 몰아 출전한 전국 대학생 논문대회에서는 3위에 올랐다. 유학길에 오르기 직전, 아나운서에 도전했고 그 해 제주MBC에 입사했다.

그는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7개월 동안 잘 다니던 제주MBC에 사표를 내고 그가 꿈꾸던 스포츠 캐스터에 도전한 게 2007년 겨울. 우연한 기회에 KBS N 스포츠전문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했다. 입사해서는 축구, 배구, 비치발리볼, 정구, 탁구 등 다양한 종목을 맡았다. 올해 2월부터 MBC스포츠플러스로 옮겨와 ‘야’를 진행하고 있다.

흔히 ‘야구 전문아나운서’로 오해받지만 송 아나운서는 더 큰 꿈이 있다. 스포츠 생중계와 토크쇼다.

“선배님들 덕에 성역(?)이 많이 깨지긴 했어요. 그래도 아직까지 여자 아나운서가 스포츠 중계를 맡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시청자들에게 ‘스포츠 중계=송지선’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까지 할 일이 많죠. 어때요? 여자 스포츠아나운서, 도전해 볼만하죠?”

서른 즈음에 당도한 우물에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있다. 여자 스포츠 캐스터로 가는 긴 호흡이 시작됐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