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사회를 스펙(Spec) 위주의 표현이 화려해야하는 경력 중심의 역량을 요구하는 사회라고들 한다. 이는 과거와 같이 단순한 업무와 직무역량을 갖고 노력만 해서는 안 되는 변화무쌍한 사회를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살아남아야 하는 생명체와 같은 유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조직원을 선발하는데 있어서도 경쟁력 있는 자원을 선호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학교교육만으로 충당하려 했으나 지금에 와서는 너무도 급변하는 환경에서 여러 가지의 역량을 갖춘 특성화, 핵심우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남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 창출하는 인재 원해

학교교육에서는 변화하는 환경보다는 주어진 학업에 열중하고 이해를 하며 주어진 과정에 잘 따르고 적응하는 인재를 우수인재라고 봤다. 따라서 과거엔 학교에서 주어지는 학점이나 학력 등의 계량화, 수치화 가능한 요소만으로 인재를 평가했다.

최근에는 학부제 실시에 따른 학사관리 상의 문제점, 취업난 이후 학점의 상향평가 추세 등으로 기업들도 학업 이외의 요소를 경시하는 풍조에서 벗어나 각종 다양한 학습을 통해 얻어진 개인 지식의 바탕 위에 폭넓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 능력적 요소와 기본 심성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종합능력을 선호하게 됐다.

자질 면에서 두뇌가 우수하고 태도가 바르며 주어진 내용을 잘 숙지하며 이행하는 인재를 선호하나 남과는 다르고 특별한 문제를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를 원하는 시대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부지런하고 무조건 열심히 업무에 임하는 착한 인재에서 디지털 시대에는 잠재적 능력과 다양한 경험으로 폭넓은 경험과 지식의 바탕 위에 축적된 능력적 요소와 기본 심성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인재를 원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가치를 무수히 만들고 이를 성공에 이르게 하는 문제해결 능력이 요구되는 조직의 풍토가 조직원들의 선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기업에서 학위를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하고 질문을 던지면 학위가 조직역량에 반영되는 조직원의 능력과 완전히 일치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지금껏 근무해온 삼성의 예만 봐도 최고 경영자에 이른 수많은 임원들의 학력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우수대학의 최고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 조직원의 능력이나 자질을 견줘 볼 때 어느 분야에서 어느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및 정보통신 등의 심화된 분야의 연구직종이나 특수한 분야의 경우 일반적인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조직에 착근하기가 싶지는 않다. 하나 대부분의 직무분야에 있어 회사에서 요구되는 능력, 특히 역량부분에 있어 학위에 연관된 능력보다는 개인적 노력과 사회적 자질이 결과 면에서 더욱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에 와서도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학위를 마치고 회사조직에 들어와서 자기스스로 제대로 업무를 행하려면 최소한 1년 반에서 2년 이상 현업 적응을 해야지만 겨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립 상태가 된다.

이는 학교교육이 실제 역량을 발휘하는 데는 아직 거리감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수많은 학교 종사자들은 학교는 취업 준비 양성소가 아니라고 많이들 반박을 한다. 그러나 대학 졸업자들이 모두 교수나 연구자가 되는 것도 아닌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회 조직 즉 기업 등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학교육과 사회의 니즈에 대한 괴리에 대해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고민해야 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18년 전부터 소프트웨어와 디자인분야에서 학교와 성적과는 무관하게 그 분야의 특화된 인력들을 사전 육성하고 취업을 시키고 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특성우수인력의 특징이 잘 살려져 현재는 인력 활용의 다양성 면에서 성공한 프로젝트가 됐다. 인재상을 종합해 보건데 4가지 특성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전문성, 창의성, 리더십, 인간미로 볼 수 있는데 이런 특성적인 역량이 사회적 자질과 학업적 자질이 어우러질 때 바람직한 우수인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인재는 단지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교육의 요람이 되는 가정에서 기본적인 인성과 품성을 양성하고, 학교에서는 그 자질에 방향성을 제시해 올바른 삶의 괘도에 진입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사회는 더욱 각 개인들로 하여금 심화 발전시켜 사회에 이익이 되고 더 나아가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문성·창의성·리더십·인간미 갖춰야

지금껏 기업 및 사회적 차원에서 인력 확보는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보충적인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본다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적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되는 것이 된다. 인력을 노동력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가의 부(富), 또는 가치 차원에서 접근해야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사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자원의 차원에서 접근해야지만 그 사회, 국가의 미래는 밝아지리라 본다.

그 나라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과거를 보려면 역사관을 둘러보고 현재의 모습을 보려면 시장을 가면 되고, 미래를 보려면 학교를 가보면 된다고 한다. 이젠 학교는 우리가 지금껏 알던 학교가 아니라 총체적 학교, 다시 말해 가정, 학교, 기업, 사회, 국가가 생의 교육터가 되는 학교가 돼야 하는 것이다.

안승준 전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장(전무)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해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장(전무)을 지냈다. 2011년 한양대 자연과학대학 특임교수로 부임해 아너스 프로그램 학생 지도와 멘토 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