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꿈을 말하라고 하면 직업을 말한다. 하지만 꿈 찾기는 직업 찾기가 아니다. 꿈이란 자신의 내면세계 속에 숨겨진 자아를 만나는 것이다. 즉 단순히 경제적 목적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위한 목적과 성취과정이 바로 꿈 찾기인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복권에 일등으로 당첨된다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경제력은 확보했을지 몰라도 그 사람의 꿈조차 실현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꿈을 실현한다는 것은 목적을 위해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자아에 이르는 길을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꿈을 향한 노력 없이 결과만 주어진다면, 꿈의 실현이 아니라 하나의 마법의 실현일 뿐이다. 흔히 하는 말로 ‘No Pain, No Gain’이란 말이 있다.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 비록 꿈의 과정이 힘들지라도 그 과정이 결과만큼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꿈을 향해 달려가다 지친다면, 꿈이 뭔지 몰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꿈 찾기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머리를 식혀보는 것은 어떨까.

▲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사진 왼쪽)와「세 얼간이」의 한 장면.꿈 찾는데 도움을 주는 영화들이다.

꿈의 실현과정은 현실과 갈등하기 마련

먼저 소개할 영화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1989년)이다. 이 영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오래된 영화다.

평범한 36세의 농부 레이는 어느 날 자신의 옥수수 밭에서 “그것을 만들면 그가 온다”는 나지막한 계시의 소리를 듣게 되면서 평범한 농부의 인생이 완전히 변하게 된다. 그리고 옥수수라는 현실적 가치를 버리고 야구장을 만들면서 내면적 행복감은 얻지만 반대로 현실을 버린 대가로 경제적 고충과 주위의 냉담함이란 현실적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이 영화는 주인공 레이가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아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한 사람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적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두 번째 소개할 작품은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1989년)다. 영국의 명문 웰튼 고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영어 선생(John Keating)은 학생들에게 삶의 골수를 느끼며 오늘을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의 목적이고 꿈의 실현이라고 가르친다. 학생들은 기존 수업과 다른 파격적인 키팅 선생님만의 수업방식에 영향을 받아 답답한 규율과 현실을 벗어나려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을 부활한다.

그 과정에서 배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열혈 서클 회원 닐은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와의 극한 대립 속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의 행동을 하게 된다. 이 자살 사건의 원인을 찾는 과정 속에서 서클의 정체가 드러나고, 키팅 선생은 학교를 떠나게 된다.

필자가 이 영화를 추천한 이유는 꿈의 실현 과정이란 기존의 규범과 대립되며, 때로는 현실의 이익과 상충되는 관계에 놓이게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세 번째 소개할 영화는 에단 호크와 우마 서먼이 출연한 영화로, 1997년 발표된 「가타카(Gattaca)」다. 이 영화는 유전자 조작과 관련한 SF적 요소와 스릴러가 절묘하게 결합된 영화다. 청소부 생활을 하는, 태생적으로 열등유전자를 보유한 빈센트는 어느 날 가타카(우주항공사)에서 청소부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열등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들어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험난한 도전을 시작한다. 그 방법은 열성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판매되는 가짜의 우성인자 DNA를 구입한 후, 우성인자 DNA를 가진 사람으로 신체적 환골탈퇴를 감행해 위장취업을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타고난 유전적 DNA에 따라 직업이 결정되는 유전자가 스펙이 되는 사회에 맞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인간의 꿈 찾기는 결코 유전적 요인에 의해 포기될 문제가 아니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네 번째 소개할 작품은 2001년에 상영된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라는 작품이다. 광부인 형과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가난한 11세 소년의 다소 어색한 꿈 찾기 과정을 보여준 영화다. 흔히 검은 광부라는 직업 이미지와 흰색 발레리노의 직업 이미지는 절묘하게도 색채적 대비를 갖고 있어 어색함이 느껴진다. 또한 영화 내용 중 발레 교실에서 글러브를 끼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색함을 넘어서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파업한 광부의 아들이 품은 다소 엉뚱한 발레리노의 꿈이 현실적 부조화를 이겨내며 점차 현실화 돼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한 소년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 속에서 가족의 역할과 사랑이 잘 어우러진 영화다. 꿈이란 발견되기도 어렵지만 발견한 후에도 잘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다섯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세 얼간이(3Idiots)」(2009년)이라는 인도 영화다. 수재들만 다니는 명문대에서 얼간이 1호 란초는 성적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학교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맞선다. 얼간이 2호 파르한은 아버지가 정해준 공학자라는 현질적 꿈과 자신이 진정 바라는 사진작가라는 꿈 사이에서 갈등한다. 얼간이 3호 라주는 아버지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무조건 대기업에 취직해야 하는 어려운 형편을 갖고 있는 얼간이다. 이 영화는 대학생의 꿈 찾기라는 무거운 주제를 매우 코믹하게 풀어나가면서, 잔잔한 감동을 덤으로 주는 영화다.

자살 택한 닐은 꿈 아닌 환상을 좇은 것

지금까지 소개한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꿈에 대한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들 영화에 흐르는 공통된 교훈은 성년이 되기 위해 신체적 성장통을 겪듯 꿈의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라는 현실과의 갈등, 꿈의 실현 과정 속에서 부딪히는 각종 역경을 이겨내야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평범한 교훈을 말해준다. 물론 영화는 가상의 세계이므로 현실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영화 속에서 진로를 찾으려고 하고, 꿈을 찾으려는 것은 내 속에 숨어서 잠자고 있는 자아를 깨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제시한 ‘꿈 찾기’영화 가운데 가장 잘못된 ‘꿈 찾기’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닐의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자살을 택한 배우 지망생 닐은 결코 현실을 버리고 꿈을 택한 사람이 아니다. 닐은 꿈이 아닌 마음 속 환상을 좇는, 죽을 것을 알면서도 불에 달려드는 불나방과 같은 자유의지의 소유자일 뿐이다. 진정한 꿈은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질기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꿈과 현실이 대립될 경우 이분법적 양자택일보다 상보적(상호보완적) 절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연구위원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직업, 자격, 진로와 관련해 200여 편의 논문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주요 저서로 『톡 까놓고 직업 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