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중고등학생 때 직업을 결정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자신을 탐색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직업들을 탐색하는 이런 시간들은 어쩌면 어렵고도 지루한 작업일 수 있지요.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고 여러 정보도 수집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본다면 훗날 더 행복한 자신을 만나지 않을까요?

Q 저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하고 싶은 직업을 정한 친구도 많은데, 저는 아직까지 흥미 있는 직업도 별로 없고요, 하고 싶은 직업도 없어요. 적성검사를 해봐도 원하는 직업을 찾을 수가 없어요. 더구나 1순위 추천 분야가 농업·천연자원분야로 나와서 맨 처음엔‘멘붕’상태였죠. 저에게 딱 맞는 직업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이제는 저의 마음도 조금씩 초조해집니다. 어떡하나요? 도와주세요.

A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고등학생이군요. 적성검사를 해봐도 딱히 마음에 드는 직업을 찾지 못했나 봐요. 더구나 주변에 하고 싶은 분야가 정해져 있는 친구들도 있어 조급한 마음까지 드는군요. 그래도 적성검사도 해보고 자신이 어떤 분야를 선택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상담실 문을 두드리고 있으니 용기 있는 학생이네요.

아직 뚜렷한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 했다고 너무 초조해 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온라인 취업포털‘사람인’의 설문조사자료(2011년 11월 9일자 <아시아경제>)를 보면 실제로 현재 직업을 결정한 시기는 ‘구직활동 시작 무렵’이라는 응답이 49.8%로 가장 많았고‘대학교 시절’(25.6%), ‘고등학교 시절’(11%), ‘중학교 시절’(3%) 등의 순으로, 아직까지 중·고등학생 때 직업을 결정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탐색이나 고민도 하지 않고 대학의 인지도나 자신의 점수에 맞춰 학과를 정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진로검사를 해보기도 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알려고 노력하고 있기에 점차로 자신과 어울리는 분야를 잘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그 분야를 경험해 봤기 때문일 거예요. 경험을 통해서 자신과 잘 맞을지 생각할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해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관심 있는 것)와 적성(잘하는 것) 분야를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어떤 분야를 경험해 볼 기회를 갖지 못해서 일 수 있어요.

물론 우리나라의 직업사전에 존재하는 1만2천여 개의 직업을 다 경험해 볼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직업적성검사를 해봤다면 추천 직업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탐색하면서 간접 경험의 기회를 갖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내 맘 속에 확 끌리는 추천 직업만 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다른 추천 직업들도 함께 살펴보면서 왜 이런 직업을 나에게 추천했을까도 생각해보는 것이지요. 나의 적성이 이런 다양한 분야와도 어울리는구나! 한번쯤 넓은 마음으로 탐색을 해 보는 것이지요. 또한 추천 직업들을 살펴보는 과정에서도 직업 이름에서 받는 느낌만으로‘하기 싫다, 좋다’혹은‘관심 없다, 있다’로 판단하기보다는 변화하는 미래사회(환경, 기후, 식량, 에너지, 관광 등)와 연관 지어 직업 전망까지도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추천 분야가 농업·천연자원분야로 나왔다면, 환경의 변화(기후)에 따른 농작물의 생태 변화를 예측하고 가뭄이나 병충해에 강한 품종 개발 같은 식량문제와 연관된 분야를 생각해 볼 수도 있고요. 단백질, 칼슘,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풍부한 품종을 개발하거나 다이어트 쌀, 항암 고추, 항당뇨 사과 같은 건강기능성품종 개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실내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채소 개발도 좋겠고요. 새로운 칼라나 고품질의 아름다운 꽃을 개발해 해외 수출의 효자 품목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죠. 새로운 품종 개발이 힘들다면 예쁜 꽃 장식을 공부해 결혼식이나 각종 행사를 빛나게 할 수 있는 직업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즉 전통적 의미의 농부를 넘어 다양한 관점에서 추천 직업들을 진지하게 탐색해 본다면 머지않아 관심분야가 생길 수도 있을 거예요. 적성검사 결과를 인터넷으로 확인할 경우에는 추천 직업들이 모두 링크돼 있어 클릭하면 자세한 정보(하는일, 적성과 흥미, 준비방법, 전망 등)를 얻을 수 있지요.

자신을 탐색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직업들을 탐색하는 이런 시간들은 어쩌면 어렵고도 지루한 작업들일 수 있지요. 그러나 어떤 결정은 앞으로의 자신의 삶에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되므로, 조금은 시간을 갖고, 공을 들이며 신중한 결정을 하면 좋겠어요.

조급하고 초조한 마음에 정보의 탐색없이 대충 빨리 결정한‘미흡한 결정’보다 관련 정보 탐색을 전제로 한‘현명한 미결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고 여러 정보도 수집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본다면 훗날 더 행복한 자신을 만나지 않을까요?

송기정 서울 신서고·진로진학상담교사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 진로진학정보센터 상담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 상담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