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이외에 다양한 적성과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뽑기 위해 2008년 본격 도입된 입학사정관 전형. 처음 10개 대학으로 시작해 2013학년도에는 125개 4년제 대학에서 4만7천606명을 선발할 정도로 확대됐다. 특히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의 경우 전체 모집정원의 20~30% 이상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교과위) 국정감사에서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특목고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또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사교육을 받아온 고소득층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에 유리하다는 볼멘소리도 교육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먼저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2012학년도 서울대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자. 2012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서울대에 최종 합격한 학생의 고교 유형을 보면 일반계 고등학교가 1천477명으로 가장 많았다. 과학고 217명, 외고·국제고 166명, 영재학교 122명 등 이른바 특목고 출신은 505명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일반계 고등학교 출신 학생이 특목고·영재학교 출신의 약 3배다.

지원자 대비 합격률을 비교해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은 1만887명이 지원해 1천477명이 합격했다. 지원자 대비 합격자 비율이 13.6%다. 반면 특목고·영재학교 출신은 2천256명이 지원해 505명이 합격했다. 지원자 대비 합격률이 22.4%로 일반계 고등학교의 1.6배다.

특히 영재학교 학생들은 185명 지원에 122명이 합격해 합격률이 65.9%에 달했다. 과학고도 769명이 지원해 28.2%(217명)가 합격했다. 외고·국제고 학생만 지원자 대비 합격률이 12.7%((1천302명 지원에 166명 합격)로, 일반계 고등학교 출신 학생보다 약간 낮았다. 유 의원은“서울대가 입학사정관 전형 선도대학임에도 입학사정관의 본 취지에 맞지 않는 선발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뿐 아니다. 유 의원이 서울대를 포함해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2012학년도 입학사정관 지원사업 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처럼 특목고·영재학교 출신 학생의 합격률이 일반계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보다 더 높은 대학은 경희대, 중앙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 4개 대학이 더 있었다.

15개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얼마나 다양한 지역의 학생을 선발했는지 분석한 결과 동국대·서울대·서울시립대를 제외한 12개 대학은 합격자를 배출한 시·군·구 수가 증가했다. 서울대와 서울시립대를 제외한 13개 대학은 합격자를 배출한 고등학교 수도 증가했다. 서울대는 입학사정관 전형 도입 초기인 2008년과 2012년을 비교한 결과 합격생 배출 시·군·구 수는 198개에서 197개로, 고교 수는 928개에서 906개로 줄었다.

유 의원은“주요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이 일반계 고교 학생들을 두루 뽑고 있고,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진입하는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자사고 등이 일반계고로 합산되므로 이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목고 출신뿐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소득 부모의 자녀일수록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더욱 유리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회 교과위 소속 박혜자 민주통합당 의원이 광주·전남지역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6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가 그렇다.

설문에 응한 교사 10명 중 8명은‘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하기에유리하다’고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7.4%(46명)에 불과했다. 또 77.4%(480명)는‘부모의 직업이 전문직일수록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하기에 유리하다’고 답했다.

76.6%(475명)의 교사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는‘입학사정관 전형이 학생 선발에 있어 지역적 격차를 고려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6.6%(351명)인 데 반해‘기여하고 있다’는 응답은 14.8%(92명)에 그쳤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사교육비 부담은 줄었을까. 불행히도 82.1%(509명)가‘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75.8%(470명)의 교사는 입학사정관 전형 준비 때문에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늘었다고 대답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생명이랄 수 있는 신뢰성과 공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학생 선발을 공정하게 실시하고 있어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15.3%(95명)뿐이었다. 39.2%(243명)가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학생들의 인성측면 반영과 창의적 인재 선발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각각 43.1%(276명)와 41.1%(255명)의 교사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 의원은“고교 교사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입학사정관 전형이 교육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학생 선발을 할 수 있도록 대입 제도의 큰 틀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