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시에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3학년도 수시모집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수능 이후 11월에 원서를 접수하는 대학들의 속내에는 학생부 교과성적은 우수하지만 수능에서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뜻이 숨어있다. 사진은 지난해 대교협이 주최한 수시 박람회에서 한 학생이 대학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교수신문 ·대나무 자료사진

우선 중·하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경쟁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경희대 일반전형의 경쟁률이 63.1대 1에서 40.1대 1로, 교과 우수자 전형이 17.1대 1에서 11.9대 1로 하락했고, 중앙대 학생부 전형이 14.8대 1에서 9.2대 1로 하락하는 등 9월 수시 1회차 원서접수 마감 결과 중·하위권뿐 아니라 상위권 대학까지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률 하락은 점수의 하락으로 연결된다. 올해 덕성여대 일반전형의 경우 경쟁률이 14.2대 1에서 7.8대 1로 하락했다. 이러한 경쟁률 하락으로 인해 1단계 합격생의 점수가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서울 소재 아무개 여대의 경우 1차 합격자의 합격점수를 실제로 조사해본 결과 1단계 학생부 통과 점수가 지난해 2점대 중반에서 올해 3점대 중반으로 큰 폭 하락했다. 경쟁률 하락으로 인한 합격점수의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각 대학들은 수시 전형에서 복수지원을 확대해 우수한 학생 유치에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대학별로 다양했던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이 올해는 2회로 조정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로 많은 대학이 원서접수 기간을 수능 전 9월과 수능 이후 11월로 나누던 방식에서 9월 접수로 조정했다. 이는 수능 이후 11월에 원서를 접수할 경우 수시 지원 횟수 6회 제한의 영향으로 지원자의 남은 원서의 수가 적어서 나타날 수 있는 경쟁률 하락을 피하기 위한 대학들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내신 우수 학생 선발 위해 수능 후 원서접수

거꾸로 9월과 11월로 나눠 접수하는 대학들도 생겨났다. 대부분의 대학과는 달리 분할 접수로 변경한 이유는 수능 후 성적이 목표한대로 나오지 않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하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대학의 전형으로는 서울여대 논술 우수자·학교생활 우수자Ⅱ 전형, 세종대 일반학생 전형, 연세대(원주캠퍼스) 학업우수자 전형이 있다. 이들 전형은 9월 원서접수 때 수시 1차와 2차를 한꺼번에 받다가 수능 이후인 11월에 따로 원서접수를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현재 수능 전 접수인 9월 원서접수는 마감된 상태다. 따라서 수능 이후 11월에 원서를 접수하는 대학이 어디인지 알아보고 대학들의 어떤 고민들이 숨어 있는지를 파악한다면 지원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수시모집에서 수험생이 부담을 느낄만한 대학별 고사가 없는 학생부 위주의 전형에서 수능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최저학력 기준만이라도 충족되기를 기대하며 학생부 점수가 좋은 상위권 학생들도 보험성으로 지원해 놓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에는 수시 지원 6회 제한으로 이러한 보험성 지원에 쓸 원서의 수가 부족해졌다.

따라서 학생부 위주의 전형에서는 합격점수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수능 이후 접수하는 대학의 전형으로 가장 많은 학교가 택한 방법은 학생부 전형이다. 여기에는 학생부 교과 성적은 우수하나 수능에서 평소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대학의 속내가 숨어있다.

학생부 전형 많지만 적성·논술고사도 있어

수능 이후 접수대학들의 전형으로 학생부 위주의 전형이 많지만 적성고사 전형도 남아 있으니 학생부 점수가 낮아서 지원이 힘든 경우에 응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도 일부학과만 적용하고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 수시 지원 횟수가 남아있고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지난해에는 수능 이후 적성고사 전형이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수능 이후에 남아있는 원서가 많지 않다고 예상되므로 지난해보다는 경쟁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률이 낮다는 얘기는 합격점수도 낮아진다는 의미다.

또한 입학사정관 전형도 실시하는 대학이 남아 있으므로 지원 기회가 남아있다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전형일이 겹치지 않는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지방 국립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립대가 수능 이후 접수를 실시한다. 비수도권에서 수능 이후에 원서접수를 받는 규모가 큰 대학으로는 대전·충남·충북권의 대전대, 목원대, 배재대, 한남대, 남서울대, 백석대, 선문대, 순천향대, 한서대, 청주대, 호서대, 광주·전남·전북권의 조선대, 원광대, 전주대, 순천대(국립), 강원권의 한림대, 상지대, 관동대, 대구·경북·부산·경남권의 경성대, 동아대, 동의대, 울산대, 경남대, 인제대 등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전형이 학생부 100%전형이다. 지난해보다는 경쟁률도 낮아지고 합격점수도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여학생이라면 여대 노려볼 만

여학생이라면 여대들의 수능 이후 전형에 관심을 가져보자. 숙명여대를 제외한 서울 소재 여대들이 수능 이후 분할접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러한 여대들의 속내는 내신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내신 성적이 우수한 여학생들이 대학 생활도 충실하게 잘 하고 대학에 대한 소속감도 높아서 학교를 다니다가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적다는 사실을 여대들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대들 가운데 특히 이화여대의 학업능력 우수자 전형에 상위권 여학생들의 관심이 많다. 하지만 3단계로 구분해 놓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다소 높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학생부가 다소 낮더라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2단계와 3단계에 해당되는 여학생은 적극 지원해볼 필요가 있다.

이화여대 이외에도 서울 소재의 여대들 중 덕성여대, 동덕여대, 성신여대에서‘학생부 100%+수능 최저학력 기준’전형을 실시한다.

덕성여대는 수능 이후 학생부 우수자전형을 신설했다. 인문계열은 2개 3등급, 자연계열은 1개 3등급이다. 지원 가능한 교과성적은 인문계열은 2점대 중반에서 3점대 초반, 자연계열은 3등급 중반까지도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동덕여대는 인문·자연 모두 2개 3등급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다. 지난해 경쟁률은 22.9대 1이었고, 인문계열은 1점대 중·후반, 자연계열은 2점대 초반까지 합격생이 나왔다. 올해는 특히 자연계 학생이라면 3등급 초반까지도 합격생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성신여대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 2개 4등급으로 50%를 일반선발하고, 인문계열은 2개 합4, 자연계열은 2개 합5로 50%를 우선 선발한다. 지난해 경쟁률은 25.7대 1로 높았고, 점수도 인문계열은 1점대 후반, 자연계열은 2점대 초반까지에서 합격생이 나왔다. 올해에는 경쟁률도 낮아지고 학생부 점수도 낮아질 전망이다.

서울여대는 앞서 기술한 여대와는 다르게 논술 전형과 입학사정관 전형을 수능 이후에 배치했다. 논술 전형은 학생부가 다소 낮더라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논술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인문·자연계열 모두 2개 3등급이다. 자연계열의 경우 수리‘가’형과 과학탐구 영역은 4등급도 인정된다. 지난해엔 경쟁률이 28.9대 1이었으나 올해엔 경쟁률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학교생활우수자Ⅱ 전형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고, 제출 서류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이므로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하는 부담도 없다. 2단계의 심층면접은 단순히 제출한 서류를 확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교과문제 해결형태로 진행돼 변별력이 충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해 경쟁률은 8.5대 1이었다.

손태진 서울 풍문여고·진학담당교사

서울시교육청 진학지도지원단 교사, 수시·정시 상담캠퍼스 상담교사, 서울진학지도협의회 교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