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방송, 라디오 방송으로 더 잘 알려진 CBS에서 강연으로 소리 없는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구범준 CBS TV PD의‘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세바시’)이 바로 그 주인공! 본방을 사수 못한 이들은 유튜브나 Daum TV팟을 찾는 마다하지 않는다. 220회를 맞은‘세바시’는 유튜브 누적 조회 수만 천만 뷰가 넘는다. 매일 50만명이‘세바시’를 본다. 페이스북의‘좋아요’도 만이천을 넘었다. 단순한 열풍이라고 말하기엔, 이 꾸준한 인기를 설명하기 부족하다. 10년 뒤 삶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로 가득한 프로그램‘세바시’. <대나무> 18호는 이‘세바시’를‘우리시대의 얼굴’로 조명한다.

구범준 PD는 ‘세바시’를 “누구나가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아이디어나, 삶에 좋은 생각이 있으면, 15분 동안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강의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강연쇼 ‘TED’에서 ‘세바시’의 모티브를 얻었다. ‘TED’는‘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를 모토로 18분 동안, 대통령부터 청소년까지 아이디어와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구 PD는 우리말로 우리 이야기를 하자는 생각으로 ‘세바시’를 기획했다. 시간도 15분으로 줄였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부담 없이 한 편의 강연을 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판단에서다. 강연회는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월요일에 6명의 강연이 연달아 열린다. 두 시간동안, 한 사람당 15분 씩 자신만의 강의를 한다. 처음엔 200명 남짓 차던 객석에 이젠 500명이 꽉 들어찬다.

무대에 서려면? 세상을 바꿀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초기에는 유명한 강사들을 초청했다. 대표적인 사람이‘세바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두 스타 강사,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과 김창옥 서울여대 교수(기독교학)이다. 구 PD 는 이 둘을‘세바시’의 흥행보증수표라고 말한다. 김미경 원장(169회-청년, 불공정거래 하지 마라, 211회-죽어가는 꿈을 구출하라 등)은 강연에서‘도전’과‘성공’을 주로 다루고, 김창옥 교수(38회-상처와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는 성공보다는 자기 내면을 바라보며 치유하는 강연을 주로 한다. 그 외에 삼성전자 임원을 고사한 김동준 이노캐털리스트 대표(75회-내 인생의 혁신 삼성전자를 떠나다), TEDxSeoul 오거나이저였던 송인혁 작가(8회-창의력은 우리 사이에서 나온다 등), 방송인 김제동(175회-불행에 맞서는 가장 멋진 방법) 등이 있다. 지금은 일반인들의 출연 요청도 밀려든다.

‘세바시’의 꾸준한 인기결에 대해 구 PD는“예전에는 심리학을 알고 싶으면 심리학 교수의 책을 사서 읽거나, 대학에서 강의를 들어야 했어요. 하지만, 이제 자료 조사가 쉬워지고, 대중들의 관심영역도 넓어졌어요. 자신의 삶에 관심을 갖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했고요”라고 말하며,“ 처음 200여명의 청중이15분 강의에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걸 보며, 아, 되겠구나하는 확신이 들었어요.”라고 예전을 회상했다.

세바시 강연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강연자들이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안무가 팝핀현준,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개그맨 임혁필.

그런데, 과연 15분 만에 세상이 바뀔까. 구 PD는 “‘15분은 한 사람의 내면을 바꾸는 시간이란 의미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15분 만에 바뀌겠어요? 개인적인 삶도 마찬가지예요. 그렇지만 그 15분 안에 변화의 동기는 얻을 수 있다는 것 이지요”라고 대답했다.

구 PD의 삶도 ‘세바시’를 통해 변화했다. 정진호 SK커뮤니케이션즈 차장의 강연을 듣고 나서였다. 회사 일로 바쁜 정 차장이었지만, 어렸을 적 꿈이었던 화가를 잊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매일 그림 그리기를 실천했다. 조금씩 작품들이 모이자 정 차장은 개인전을 계획했다. 미대를 가려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사회학과에 진학한 구 PD는“생각만 하던 사람이 강연을 통해 자기 삶을 돌아보고 바뀌게 돼요. 저도 예외가 아니었어요”라고 말하며, “그 이후로 저도 다시 그림을 시작했어요. ‘세바시’세트나 로고 디자인도 다 제가 한 겁니다”라며 웃었다. 강연 시작 전에는 현장 체크, 방청석 박수 유도까지, 철저히 PD지만, 강연이 시작되면 한 명의 청중으로 함께 울고 웃는다.

그렇게 보면, ‘세바시’강연자들을 우리 시대의 얼굴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세바시’의 15분은 수많은 우리 시대의 얼굴 중 하나를 만나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구 PD는“청중이 강연을 듣는 이유는 강연이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사람을 보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 받고 그렇게 되려고 하는 거죠. 220명의 강연자 중에 감명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가 바로 나의 거울이죠.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새로 내 삶을 바꿔 나가려는 확신을 갖게 된 거겠죠”라고 ‘세바시’의 강연자를 청중과 연관시켰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 후원을 받아 개최한 ‘청소년자살예방’강연회는 바로 그 지점에서 순기능을 제대로 발휘했다. 미국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의 최초 한인 우승자인 권율, 김창옥 교수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부모님, 선생님 손을 잡고 온 청소년 중 한 명은 강연이 끝나고 다같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에서 “죽으려고 했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살고 싶어졌다”라고 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돌아갔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 진학을 앞둔 친구들에게 하는 구범준 PD의 조언.“ 대학을 가든 안가든 중요하지 않아요. 10년 뒤 뭘 할 것인가, 그런 씨앗을 발견하는 고민하는 게 중요해요. 어차피 대학은 4년이면 끝나니까요.”너무 입바른 말 아니냐고 묻자 그는 “‘세바시’를 보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삶을 실천해 왔는지 볼 수 있어요. 고등학생 때 대학을 갈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고민의 축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스타벅스 앱을 디자인한 여고생 유가람(94회-세상은 나의 학교), 서울대생 권태훈의 후배들을 향한 조언(70회-공부의 신, 스펙의 신보다 꿈신이 되자)을 찾아 볼 것을 추천했다.

구 PD도 자신이 고등학생 때,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오늘도 그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얼굴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공복에 챙겨먹는 약처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보다 보면, 어느새 나의 잃어버린 얼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구범준 CBS TV PD

- 1999년 <CBS> 입사
- 1999년~2001년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라디오 저널’,
                ‘산뜻한 오후’ 연출
- 2002년~2005년  CBS TV 편성기획PD, ‘CCM BoX’, ‘김현주의 아름다운 세상’
                 연출,
- 2006년~2011년 ‘김대중 전 대통령 특집대담’, ‘블로그다큐 예수와 사람들’,
                ‘김창옥 오종철의 강의쇼, 만사형통’ 등 기획/연출
- 2011년~현재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기획/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