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고 성적표가 나올 때쯤이면 갑자기 전문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이 많아진다. 대부분 4년제 대학을 준비하다가 시험성적에 실망한 학생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수능 대박’을 노리고 4년제 진학만 고집하다가 성적표라는 현실을 마주하고서야‘전문대라도’를 외치면서 합격할 대학을 고른다.

전문대 정시 진학의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4년제 대학진학의 대안으로 전문대 정시를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진학은 혼란스럽고 어려운 선택이다. 그러면 전문대학의 정시 지원은 무엇을 고민해야하는가.

졸업할 시점의 학과 경쟁력이 중요하다

우선 전문대학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 고용률은 75.6%였고, 전문대학 졸업자 고용률은 73.9%로 10년 만에 최저였다. 더 이상 취업률이 전문대학만의 무기는 아니다.

사회 변화에 맞는‘틈새학과’,‘ 이색학과’진학으로 학벌 프리미엄을 없애고 사회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러나 전문대학의 인기학과를 모방한 4년제 대학의 학과들이 생겨나면서 학과의 희소성은 약해지고 있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전문대로의 U턴은 학교만을 보고 취업·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학과 선택에서 기인한다. 이제 전문대학 진학도 적성과 미래를 고려한 학과선택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을 전문대학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학교 명칭을‘대학’에서 ‘대학교’로 바꾸면서 외형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전문대학에서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수업연한의 다양화로 학과에 따라서 2년에서 4년까지의 다양한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학문적 연구를 지속하고 싶은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했던 산업현장 근무를 올해부터 없애고, 전문대학에서 직접 대학원 진학이 가능하도록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조정했다.

전문대학의 미래는 WCC(World Class College)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선정된 7개 대학과 올해 선정된 4개 대학은 특성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산학협력을 탄탄하게 했으며 각종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내년까지 21개 대학을 선정하고 10억원씩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체 전문대학의 15% 정도만 선정되는 것으로 세계적 경쟁력의 표본이 될 예정이다.

4년제 대학 이상으로 전문대학은 시대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적성을 고려한 진학을 한다면 경쟁력이 있는 선택인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전문대학 진학은 자신의 미래를 실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진학할 필요가 있다. 전문대학을 진학할 때 고려되는 요소로는 적성, 취업률, 통학거리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 중에서 취업률과 관련해 소개되는 이색학과와 특성화 학과는 자신의 적성과 연관해 고민해야 한다. 사회의 역동성만큼이나 전문대학의 학과 대응은 빠르게 변한다. 오늘의 특성화 학과가 내일은 없어질 수도 있
다. 한때 IT 관련 학과는 전문대학의 간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대학에서 폐과하고 있다. 지금은 보건계열 학과가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전문대학의 보건계열은 보조 인력이 주가 될 수밖에 없고, 의사의 수가 정해져있는 상황에서는 한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내가 졸업할 시점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전문대학 학과 길라잡이』(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홈페이지(www.kcce.or.kr) 자료실참고) 에 수록된 7개의 개열을 통해 전공선택을 좁혀나가도록 권유하고 싶다. 인문계열, 사회계열, 교육계열, 공학계열, 자연계열, 의약계열, 예체능계열로 다양화한 상황에서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 보는 것이다. 계열이 정해지면 어떤 명칭으로 학과들이 개설돼 있는지 살펴보고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서 앞으로 배우게 될 과정들을 탐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 대학 지원 가능 …‘모집정원’살필 것

자신의 적성을 고려한 학과를 정했다면 이제 전문대학 진학은 4년제 대학의 대안이 아니라 대학 진학의 여러 옵션들 중 하나가 돼야 한다. 이제 기술적인 면에서 전문대학 진학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수시에서 합격을 하면 전문대학이든 4년제 대학이든 정시지원은 부정입학이 된다. 하지만 4년제와 달리 전문대학은 정시모집을 군별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러 대학 지원이 가능하다. 접수기간 확인은 필수다. 하위권 학생의 경우 특별전형이나 복수지원으로 틈새를 노려볼만하다. 또 높은 경쟁률에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중복합격으로 상당수의 대학은 보통 5~10배수의 학생들이 합격하는 경우가 생긴다. 대신 모집정원의 확인이 필요하다. 정시 2차의 경우 아주 적은 인원을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지난해 입시결과를 활용자. 이땐 전형방법을 꼼꼼히 챙기고 대학마다 자신의 점수를 계산해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생활기록부는 1, 2학년 중 가장 우수한 1개 학기반영에 최저 240점을 부여해 실질반영비율은 6%밖에 되지 않는다. 즉 수능 우수 2개 영역의 백분위 점수가 절대적이다.

전문대학은 대학마다 특징 있는 전형을 갖고 있어 본인 성적을 갖고 직접 비교하는 것이 정확하다. 성적을 계산하다 보면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전형이 수능을 우선하는 것과 달리 특별전형의 경우 학생부 100% 반영이 대부분인 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경훈  경기 수원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