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최선을 다해 대학입시를 준비해 온 고3 수험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내고 대학과 사회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믿고 응원해 주신 부모님과 가족들, 학교 스승님들과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떨리는 마음으로 미래를 계획하며 자신에게 맞는 진로와 전공분야를 찾고 있을 줄 압니다. 여러분의 인생 선배로서 작은 도움과 격려가 되고자 입시와 진로결정을 위한 몇 가지 생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첫째, ‘수능과 내신으로 일희일비하지 말라’입니다. 수능 점수는 여러분 인생의 성공을 결정하는 끝이 아니라 여러분이 택할 수 있는 수많은 인생의 기회를 열어 주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여러분 중에 혹시 생각보다 수능 점수가 높게 나와 기뻐하고 안심하는 사람이 있나요? 아니면 기대에 못 미친 점수로 걱정하며 낙담하고 있나요? 물론 높은 점수는 여러분에게 더 좋아 보이는 기회를 열어줄 수 있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여기는 기회가 여러분에게 정말 좋은 기회인지,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민해 보기를 권합니다. 낮은 점수 때문에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기회를 시도조차 못해 보지만 그것은 실패의 시작이 아니라 여러분이 진정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축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전공보다 꿈이 먼저다’입니다. 대학의 학과나 전공을 정하기 전에 자신의 인생의 가치와 꿈은 무엇이며 즐거워하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기를 권합니다. 많은 선배들이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여 세월을 뒤로 하고 뒤늦게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것을 봅니다. 아니 더 많은 선배들이 수많은 삶의 현장에서 ‘이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라고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마음 깊은 곳에서 들리는 여러분의 꿈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에 다가갈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기를 권합니다.

셋째, ‘대학보다 전공이 먼저다’입니다. 점수가 된다해서 소위 명문대학의 적성도 분명치 않은 전공을 택하기 보다는 내가 원하는 전공을 먼저 정하고 이를 이루어 줄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기 바랍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전공이라면 어느 대학에서 공부하든지 여러분에게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리라 믿습니다. 

넷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입니다. 동서양의 현자들은 공통적으로 인간 행복의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조건으로 ‘자아실현’과 ‘사람들과의 사랑과 신뢰 관계’를 꼽고 있습니다. 높은 점수로 선택한 대학이나 학과가 반드시 여러분에게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으며 낮은 점수 때문에 할 수 없이 선택한 대학이나 전공이 반드시 여러분을 불행하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정 여러분이 바라는 인생의 길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전공과 일을 통해 여러분의 자아실현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주위의 있는 많은 사람들과 사랑하고 신뢰하는 인간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입니다.

다섯째,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입니다. 12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학교에서 공부하고 입시를 거치면서 여러분이 원하는 혹은 원하지 않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졸업을 기다리는 것이 여러분 인생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힘들었던 고3세월을 뒤로 하고 대학의 낭만과 자유를 만끽하다 못해 무책임한 방종으로 내닫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많은 대학 선배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아니면 별로 내키지 않게 시작한 대학 생활에서 새 마음으로 진실 되게 진로를 고민하며 자신이 원하는 길을 묵묵히 준비하면서 지성과 역량을 키워가는 선배들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배들이 여러분을 어떤 선배로 바라보게 될 지는 온전히 여러분의 결심과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청춘의 황금기를 시작하면서 고민과 두려움과 설렘으로 많은 밤들을 지새우는 여러분은 분명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며 자랑입니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실패했다고 낙담하지 말고 벌써 성공했다고 자만하지도 말며 여러분 앞에 주어진 최선의 길들을 성실히 열어가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꿈과 미래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멋지게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