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2 시절의 로드맵은 꿈을 향해 가는 단단한 초석이 된다. 멀리 바라보면서, 지금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해야 한다. <사진제공 관동대 홍보실>

  꿈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준비하는 것과 변화하는 모든 과정,
  그 속에서 느낀 점을 학생부에 꼼꼼히 기록하자.
  학생부는 내 삶의 이력서다.

대학이 실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렇다면 실력이란 무엇일까. 부모님 세대에는 학력고사 성적과 고등학교 내신 성적. 단 두 가지를 통해 실력을 평가했다. 물론 지금도 대학 입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 내신 성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3천 가지 이상의 전형이 있다고하니 실력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3천 가지가 넘는다는 말이다. 수능 성적만 100% 보는 전형이 있는가하면 논술고사 성적에 수능 성적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형이 있고, 적성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전형이 있다. 그리고 리더십, 세계시민의식, 재능과 탐구력, 성장 가능성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전형도 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 후 대입을 준비하면 너무 늦다’고 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다양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자.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그 중 적어도 한 가지는 자신에게 꼭 맞는 한 가지 전형이 있을 것이다. 대입에 대한 준비만 서두른다면 그‘복잡함’을 오히려 ‘내게 맞는 전형 찾기’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대입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빠를수록 좋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과 인정을 받으며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구분할 줄 알고,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며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대해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고등학교 2학년. 본격적으로 대입을 준비해야하는 바로 그 때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첫 번째. 꿈의 구체화다. 상상으로만 하면 안 된다. 워크넷(www.work.go.kr)이나 커리어넷(www.careernet.re.kr), 학교 진로상담 선생님의 도움을 받자. 분야별 진로에 관한 정보, 진로심리 검사, 학과 및 직업 전망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자료에 현실의 나를 접목시켜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으리라. 물론 이런 과정 속에서 다시 한 번 꿈이 바뀔 수 있다. 상관없다. 단, 무엇 때문에 바뀌게 됐고,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런 과정 속에서 내가 느낀 것은 무엇인지 기록해 놓으면 된다. 그것이 학생부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기장이나 연습장이어도 상관없다. 이렇게 기록된 내용 하나하나가 대학 입시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의 훌륭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두 번째. 대입 전형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정시와 수시, 대학별고사(논술, 적성, 면접), 입학사정관 전형이 무엇인지, 백분위와 표준점수가 무엇이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가장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에서 운영하는 대학입학포털사이트(univ.kcue.or.kr)와 EBSi(www.ebsi.co.kr)다. 대교협 콜센터(1600-1615)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평일 오후 10시까지 상담이 가능하다. 모든 대학별고사 기출문제와 해설강의 동영상은 EBSi에 탑재돼 있다.

세 번째. 자신의 위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다. 3월 전국연합 학력평가 성적을 통해 전국 단위에서 내 위치를 파악하고 교내 시험을 통해 학교에서의 내 위치를 파악한다. 어떤 과목에 강점이 있고 어떤 분야에 취약한지 파악한다. 진학하고자하는 학과에 따라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버리면 되는 것이 있는가하면 어떻게든 약점을 극복해야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고 싶은데 수학을 못한다고 가정하자. 문제는 전국에 수학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 의대는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의대 진학을 포기하거나 수학의 벽을 넘어 버리는 것. 반면 화가가 되고 싶은데 수학을 못한다면 수학에 대해서는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그림을 그려 강점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이 낫다. 취약점을 극복하는 것도, 강점을 살리는 것도 고등학교 2학년 시기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네 번째. 꼼꼼하게 학생부를 채우는 것이다.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려 학생부 1부를 출력한 다음 기록된 내용을 살펴보자. 성실함의 척도인 출결사항, 학업능력과 인성을 엿볼 수 있는 수상내역, 봉사활동상황, 독서활동상황. 학업능력과 전공적합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교과학습발달상황, 진로지도상황, 과목별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학생의 됨됨이를 파악하기에 가장 손쉬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이렇게 모든 것이 누가 기록되고 있는 학생부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약 내가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의 입학사정관이라면 나의 학생부를 보면서 어떻게 평가할까. 이 속에 답이 있다. 내가 봐서 만족스럽지 못한 학생부라면 학생부 분석이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입학사정관 눈에는 전혀 경쟁력이 없게 비춰질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부를 알차고 풍성하게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자.

다섯 번째. 공부하자. ‘실력’을 바라보는 3천가지 이상의 시선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모든 것에 바탕이 되는 생각이 있다.‘ 우리대학에 진학해서 충분히 공부를 따라올 수 있는 학생 선발’이 그것이다. 대학 진학 후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판단하겠다고 만들어진 대학수학능력시험. 12년 동안 학습한 내용을 총정리하는 그 시험을 통해 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능 성적을 절대적으로 반영하는 정시 전형 이외에도 매우 많은 수시 전형에서‘최저학력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일정 정도 이상의 수능 성적을 요구한다.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수능은 결코 쉽지 않기에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충실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반영 비율이 50%로 높아진 것에 대비, 등하교 시간에 영어 듣기를 하는 것 등이다.

정리하면, 꿈은 변할 수 있다. 상관없다. 하지만 준비하는 것과 변화하는 모든 과정, 그 속에서 느낀 점을 학생부 등을 통해 꼼꼼하게 기록하자. 학생부는 내 삶의 이력서다. 교과와 비교과,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도 놓치지 말자. 고등학교 2학년은 이 모든 것을 준비하기에 결코 늦지 않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 때다.

김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