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설립된 학교에서 법과대학이 사라졌다. 그 인원을 흡수하며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 자유전공학부는 이름처럼 각 학교마다 취지나 방식이 다르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저런 수업을 들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창조해 나가는, 통섭·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시도다. 학생들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선택권과 기회를 누리기 위해 자유전공학과를 선호해 경쟁률이 높고, 입학성적으로 따지면 소속 대학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반면 대세에 따라 빠르게 확산된 경향이 있어 그림자도 존재한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자유전공학부들이 하나둘씩 폐지되고 있는 것이다. 상명대, 연세대, 서울시립대, 전남대 자유전공학부가 사실상 폐지돼 2014학년도에는 학생을 모집하지 않는다. 소속된 학부가 해체되더라도 학생들이 고학년이 돼 전공을 선택하고 나면 자유전공학부의 소속이 아닌 경우가 많다.

논란 가운데서도 자유전공학부는 학생들의 지속적인 수요로 매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학과처럼 보이더라도 학과 설립의 목적에 따라 특징과 커리큘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자유전공학부에 원서를 쓰기 전에 각 학교의 학사제도에 대해 잘 숙지해야 한다.

1년동안전공찔러보기‘, 전공탐색’유형

자유전공학부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탐색형’학교들은 1년 동안 학생들이 자기가 가고자 하는 학과의 전공과목이나 전공기초 과목을 들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학과를 선택하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탐색형’은 거의 모든 학교가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면서 기본적으로 갖고 가는 유형이기도 하다.

탐색형 자유전공학부를 찾아볼 때 학생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2학년이 돼 전공을 선택할 때 한 학과에 들어갈 수 있는 제한인원이다. 국가에서 인원을 제한해 놓은 의학, 약학, 사범계열등은 진입하지 못한다. 또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한 학과에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과를 들어가는 데 제한인원을 둔다. 계명대, 명지대, 홍익대처럼 일부 쏠림현상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만 제한을 두는가 하면 가천대, 고려대, 대구대, 우송대 등은 모든 학과에 일정 제한인원을 걸어두고 있다. 제한을 걸어 두지 않는 학교도 있는데 예를 들면 강남대, 대구가톨릭대 등이다.

학과 선발기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평가항목이 대부분‘이수 학점’이나‘성적’인데, 1학년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과목은 어느 정도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성적이 높을수록 희망 1순위 학과를 갈 가능성이 높다. 학교에서 유명한 학과라거나 취업이 잘 되는 학과 등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라면 자유전공학부 내에서도 경쟁을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유전공학부만의특징, 살아있네~‘ 전공트랙’유형

대부분의 학교들이 기본적으로는 ‘탐색형’ 자유전공에 속해있지만, ‘ 트랙형’ 자유전공을 접목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트랙형 자유전공은 학교에서 만들어낸 융합 과목을 따로 이수할 수 있게 한다. 학생은 학적을 자유전공으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트랙의 종류는 통섭 학문을 교육과정에 도입해 일반 전공에서 충분히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보충하거나 특정 목적을 가진 복합전공 트랙으로 나눠볼 수 있다.

건국대는 공공인재트랙을, 충남대 등의 학교는 정책학이나 법무트랙을 개설해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 대학원, 행정고시 같은 국가고시를 보는 데 도움을 준다. 주전공을 따로 선택하며 트랙을 복수 전공 개념으로 선택해야 하는 학교는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이 있다. 부산외국어대는‘2+2전공’으로 한국에서 2년 동안 계열만을 선택해 그곳에 속한 여러 과목을 수강하며 전공을 선택, 체험해 보고 일정 학년과 영어점수, 학점을 만족하면 2년 동안 외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학교를 다니며 선택한 전공을 공부한다.

창조적 인재들이 가는곳‘, 전공설계’유형

마지막으로 ‘전공설계’과정은 학생이 직접 전공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학교에 존재하고 있는
학과로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전공설계 과정이 있는 학교로 가서 자신만의 학과를 만들 수 있다. 서울대 전공 설계 과정은 저학년 때 관심 분야에 대한 교수 면담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수업을 구성해 자기만의 전공을 만들면 자유전공학부 교수들의 허가 아래 공식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자유전공은 진로탐색의 시간을 주고 선택을 늦추는 기능을 하기보다 다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래에 하고픈 바나 목표가 뚜렷하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자유전공학부에서 단순히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저절로 나의 진로가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삶은 스스로 챙길 줄 아는 사람만이 그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치열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진로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홍익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최민지 학생의 말처럼, 자율전공에 입학하기만 한다고 해서 1년 만에 자신의 진로나 적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선택권이 많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하기 이전에 자신의 상황과 목표를 고려해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한다.

신동은 객원기자 editor@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