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요즘 많이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자기주도학습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자습과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자습 시간에 푸는 것만으로는 정확히 자기주도학습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주도해서 하는 학습’이라는 것은 일단 맞는 말이지만 좀 부족합니다.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이란‘왜’와‘어떻게’에 대한 답을 갖고 스스로 계획을 짜서 관리하며 주도하는 학습을 말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이란 과연 무엇일까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은 방향성(Direction, Vision), 그리고 시간 관리와 점검(Schedule & Feedback)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학습 전략을 활용해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에게“이제 그만 들어가서 공부해라”하며 TV를 끄면 흔쾌히 공부하러 들어갈까요. 부모님들도 그냥 공부하라고 하기보다는“이 다음에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단다”고 하시는데, 이것이 바로 방향성입니다. 무엇을 위해, 왜 하는지는 생각하고 목표와 꿈을 정하는 것이 자기주도학습의 첫걸음입니다.

다음 단계는 학습 전략과 시간 관리를 통해 앞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것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달려가기 위해서는 오른쪽의‘학습전략과 방법’이라는 페달과, 왼쪽의‘시간 관리와 점검’이라는 페달을 함께 굴려야 합니다 . 어느 한 쪽에만 힘을 주면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넘어집니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할 때도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계획을 짜서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 하나가 돼야만 합니다. 이렇게 두 힘이 고르게 가해져야 앞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때 방향성은 가야할 곳을 정확히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고 페달만 밟으면 핸들이 옆으로 자꾸 움직일 테고, 그럼 페달을 열심히 돌려봤자 힘만 들고 엉뚱한 방향으로 갈 테니까요.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학습하는 것을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합니다.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하고 싶은 일은 뭔지, 어떤 대학에 가고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등이 모두 학생이 가져야 하는 방향성입니다. 수능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성적이 떨어지기도 하고 개인적인 아픔을 겪기도 하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목적지가 분명하다면 언제 어디서 쉬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가던 곳을 향해 다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또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수준과 유형에 맞게 계획표를 작성하고, 습관과 건강을 조절하고 게으름과 방만함을 절제하면서 실천하고, 계획의 실천여부를 점검하며 스스로를 진단하고, 또 이를 통해 더욱 노력할 기회로 삼는 생활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스스로 학습 전략과 방법을 짜서 자기주도학습의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힘차게 달려갈 수 있습니다.

방향성은 왜 중요할까

초등학교 때는 TV에 나오는 가수나 탤런트 같은 연예인을 동경하고, 무엇이든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가도, 제복 입은 경찰과 군인을 보면 멋있어 보입니다. 이 시기엔‘내’가 아닌‘내 밖의 보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춘기 시기가 되면‘나’와‘나와 다른 남’을 구별하고‘하고 싶은 것’과‘할 수 있는 것’사이에서 갈등을 겪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도 잠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입시’라는 큰 산을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산이 너무 높고 험해서‘직업’이니‘능력’이니‘꿈’이니 하는 무거운 것들은 모두 내려놓고 그저‘입시’라는 큰 산에만 오르려고만 합니다.

그런데 정작 정상에 거의 도착해서 보니‘꿈’과‘직업’은 무거워서 중간에 내려놓고 온 것을 알게 됩니다. 뒤늦게 확인하고 줍기 위해 다시 내려갈까도 하지만, 너무 큰 공을 들여서 힘들게 올라왔으니 그냥 버티려고 하지요.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 기어이 정상까지 오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마지막 과정에서 버티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조금도 즐겁지 않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방향성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왜 하는지 모르고 하는 공부는 엉뚱한 산의 정상으로 인도하는 것과 같습니다. 적성과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면 그곳도 엉뚱한 산의 정상이었다는 것을 결국 알게 됩니다. 반면 가고자 하는 산이 뚜렷하다면, 공부를 하다가 힘들 때마다 정상을 보며 한발 한발 내딛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므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려면‘내가 왜, 어디를 향해’달려가는지를 분명히 정하고 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지성은 목표가 최고의 축구선수였기에 축구를 공부했고, 김연아는 목표를 최고의 피겨스케이터에 두었기에 스케이트를 공부했고, 고등학생 반기문은 외교관이 되고자 했기에 외교학과에 진학해서 유엔 사무총장까지 오른 것입니다. 축구와 스케이트가 무슨 공부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도 공부가 맞습니다. 책상에 앉아 교과서와 수험서를 보는 것만 공부가 아닙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방과 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음대를 가려고 하는 학생이 피아노를 치는 것도 모두 공부입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고자 땀을 흘리고, 배우고 노력하는 모든 것을 공부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설명할‘시간 관리’에서도 이 시간들을 공부 시간에 넣을 겁니다.

자기 적성과 기질에 맞는 목표를 찾아야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제가 집필한『기적의 고등 공부 멘토링』을 참고해서 자신의 적성과 기질에 맞는 목표를 반드시 찾기 바랍니다. 다시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다음의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1.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가?
   2. 나는 어떤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3. 나의 성적과 적성에 맞는 직업과 전공은 무엇일까?
   4. 나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

목표는 크게 잡느냐 작게 잡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혹은 어떤 대학에 가고 싶은지 등이 모두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멀리 있는 목표부터 가까운 목표로 3단계를 거쳐 설정할 수 있습니다.

    1단계 : 미래 목표, 나의 꿈 -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2단계 : 중장기 목표, 진학 -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느 대학, 무슨 과를 지원할 것인가?
    3단계 : 오늘 목표, 시험, 시간 관리 ? 다음 시험의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를 정할 때는 맨 먼저 미래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미래 목표는 바로 우리가 꿈, 비전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미래 목표를 설정했으면 그것에 맞는 대학 진학을 고려합니다. 미래 목표가 국가대표 축구 선수인데 서울대를 중장기 목표로 삼고 밤새 공부할 필요는 없겠죠. 리듬체조 선수가 돼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면 도서관에서 종일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체육관에서 몸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처럼 미래 목표를 정해야 공부를 해서 진학을 할지, 운동을 해서 태릉선수촌에 들어갈지, 음악가가 되기 위해 레슨을 받을지를 정하는 진학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워진 진학 목표인 대학이나 학과가 있다면 지금의 내 위치를 확인하고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바로 다음 시험에 대한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또 그것을 이루려면 오늘의 목표를 세워서 시간 관리를 하는 겁니다.

‘다음에 점수가 오르면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하겠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틀린 생각입니다. 가고 싶은 대학을 먼저 정해야 어디까지 점수를 올려야 할지 목표가 생기는 것입니다. 목표는 위에서부터 지금의 나까지 내려오는 것이지, 지금의 내 위치에서 성적이 더 오른 후에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윤기영 서울 충암고·진로지도부장

대교협 대표강사, 서울대 등의 입학사정관 연수강사, 진로진학카페‘윤초시 사랑방’운영자. 저서로『기적의 고등 공부 멘토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