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이러한 미래 사회의 인재상을 인식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보완하려는 노력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아 읽고 사고하며, 미래 사회의 변화 트렌드에 시선을 놓지 않으려는 자세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하다.”

직업세계에서는 어떠한 일을 하든 요구되는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능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는 8가지 직업기초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문제해결 능력으로, 업무 수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둘째는 수리능력으로, 사칙연산, 통계, 확률 등을 이해하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셋째는 자원·정보기술 활용 능력으로, 다양한 자원과 정보기술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넷째는 대인관계 능력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협동하여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섯째는 의사소통 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글과 말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여섯째는 조직·문화 이해 능력으로 다양한 조직과 문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곱째는 자기관리 능력으로 정서를 스스로 조절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마지막은 진로개발 능력으로, 합리적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진로를 개척하는 능력이다.

이상의 8가지 직업기초능력은 미래사회에도 유효할까? 미래의 직업세계에서도 이러한 능력은 직업세계에서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산업화 시대를 지나 정보화 시대에 놓여있다. 그러면 정보화 이후의 시대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사고의 시대(conceptual age)’로 정리하고 있다. 새로운 사고의 시대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핑크는 ‘하이컨셉’, ‘하이터치’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예술·감성 능력이 중요한 시대

하이컨셉은 감성적, 예술적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하이컨셉은 트렌드와 기회를 감지하는 능력이며, 스토리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하이터치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며,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은 지식근로자가 주도하는 정보화 시대의 필요능력과는 상이하다. 정보화 시대에서는 논리적, 이성적, 언어적 능력, 이른바 좌뇌적 능력을 중시한다. 정보화 시대의 직업세계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능력이 앞서 살펴본 8가지 능력이다. 물론 정보화 시대에 필수적인 좌뇌적 능력은 새로운 사고의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에 필수적인 능력은 감성, 직관, 공감 능력이며, 이 능력은 우뇌가 관장하는 영역에 속한다.

애플이 수년전 아이폰을 첫 출시했을 때의 충격을 생각하면 새로운 사고가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은 기존의 휴대폰 개념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직관적 디자인 개념을 적용해 별다른 학습을 하지 않고도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됐다. 휴대폰의 스마트한 기능뿐만 아니라 외관과 내부 콘텐츠의 디자인에서도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추구해 기존 휴대폰 시장을 근본에서부터 흔들었다.

다니엘 핑크에 따르면 새로운 사고의 시대에는 MFA(미술학 석사)가 새로운 MBA다. 오랫동안 MBA가 글로벌 기업의 인재가 되는 관문이었다면 이제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예술적, 감성적 능력이 중요한 시대를 맞이해 선진국의 주요 기업은 MFA를 MBA 못지않게 선호하고 있다.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변호사의 논리적인 변론보다 미술 전문가의 시청각 자료가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새로운 산업질서와 미래 인재

미래사회에 요구하는 인재는 생태적 관점을 보유한 사람이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하던 산업 질서는 화석연료의 고갈과 지구온난화로 한계에 이르렀다. 새로운 산업 질서는 우리 모두가 지구라는 공동체 내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하는 인재를 요구한다. 제러미 리프킨은 ‘생물권 의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생태 발자국을 남겨 타인과 지구상 생명체의 안녕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의 인식이다. 지구라는 공동체를 인지하고 협업을 통해 공생을 길을 찾겠다는 생태적 인식은 미래 인재의 중요한 조건이다.

그리고 미래사회는 융합적 인재를 요구한다. 최근 산업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요한 현상 가운데 하는 융합이다. 기술과 기술, 산업과 산업, 기술과 산업 등 다양한 융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 기술과 나노기술의 융합, 1차 산업과 2차 산업의 융합, IT 기술과 농수산업의 융합, IT 기술과 제조업의 융합 등 다양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지구라는 공동체에서 공생의 길을 찾는 인재

융합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재가 융합적 사고능력을 가진 인재다. 융합적 인재는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접 분야 혹은 학문적으로는 거리가 먼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함께 갖추고 있다. 생물학과 나노공학을 함께 공부한 학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엔지니어, 예술적 기예를 겸비한 과학자, 경제학적 지식을 갖춘 공학자 등이 바로 그들이다.

세계 주요대학의 전공 학과를 살펴보면 융합적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금융공학 전공,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전공, 바이오의학 공학 전공, 사회공학 전공, 이미지 과학 전공, 물리정보학 등의 융합형 대학 전공이 주요 대학에 설치돼 있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미래 인재의 조건은 감정, 직관, 공감 능력을 겸비하고, 생태적 인식을 갖춘 융합적 인재다. 우리가 이러한 인식과 능력을 모두 갖추기란 매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미래 사회의 인재상을 인식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보완하려는 노력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아 읽고 사고하며, 미래 사회의 변화 트렌드에 시선을 놓지 않으려는 자세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하다.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선임연구위원
고려대 사회학 박사. 진로정보센터 소장을 지냈고, 직업진로정보망 커리어넷 사업과 『미래의 직업세계-학과편』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