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무리한 남하정책으로 자극을 받은 유럽의 연합군은 크림반도와 흑해 부근의 패권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크림전쟁(1853~1856)으로 충돌했다. 전쟁이 길어지자 부상자와 사망자가 속출했고, 전장엔 임시로 야전병원들이 세워졌다. 터키의 스쿠타리 지역에도 러시아와 싸우다 부상을 입은 영국 병사들을 위한 야전병원이 들어섰다. 그러나 병원이라고 하기도 힘들 정도로 전쟁 중의 병원엔 해충이 들끓는데다 콜레라나 이질로 죽어가는 군인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영국에서 파견된 간호팀은 제일 먼저 병원 소독과 청소를 시작했다. 환자를 간호하는 방식도 체계화했다. 군의관들마저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겼지만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간호하자 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간 간호팀의 수장은 국민적 영웅으로 환대를 받게 된다. 그녀는 군병원을 개혁했으며, 1860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간호학교를 세워 간호교육의 기초를 세웠다. 그녀의 이름은 프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이다.

사진 남서울대 홍보팀

우리는 간호사하면 으레 하얀 가운을 입고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떠올리지만, 간호사가 일하는 곳에는 나이팅게일이 빛을 발했던 군대도 포함된다. 특히 군인을 상대로 간호 활동을 하는 간호사를 간호장교라고 하는데, 이들의 신분도 역시 군인이다. 이처럼 간호사는 일반병원 외에 다양한 곳에서 활동한다. 물론 주요 진출 분야는 국공립병원, 사립병원, 결핵요양소, 정신병원 같은 병원이다. 이외에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하면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 농어촌 지역의 보건진료소,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근무하는 간호직 또는 보건직 공무원이 될 수 있다. 또 간호대학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다음,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하면 학교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할 수 있다. 일반 기업체에서도 간호사들이 일하는데, 이들은 건강관리실에서 직원들의 건강관리와 보건교육을 담당한다.

한편 1970년대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독일로 파견을 갔던 것처럼, 요즘도 간호사 면허가 있으면 해외취업이 가능하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 중동지역의 경우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편이어서 외국어 실력을 갖춰 해외로 취업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이외에도 간호사 면허를 갖고 조산사(임산부의 정상분만을 돕고 임신부, 산욕부, 신생아의 보건지도를 하는 여자 의료인)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1년간 조산 실습과정을 거쳐 조산사 국가면허시험에 합격하면 조산사가 될 수 있다.

간호사는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대표적인 직업이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잘 알고 있다고 여겨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앞서 말한 진출분야도 그렇고 간호사가 하는 일도 생각보다 다양하고 전문적이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의사의 진료를 돕고, 의사의 처방이나 규정된 간호기술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또한 가정이나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질병의 예방, 건강의 회복, 건강의 유지와 증진을 도와주는 활동을 한다.

간호사의 구체적인 업무는 전문간호사 자격의 종류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여기서 전문간호사 자격은 의사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서 피부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의 전문 진료과목을 담당하는 것처럼 특정 영역에서 전문가적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격을 말한다. 전문간호사 자격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증하며 이 자격을 가진 간호사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갖고 활동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 자격은 가정, 감염 관리, 노인, 마취, 보건, 산업, 아동, 응급, 임상, 정신, 종양, 중한자, 호스피스로 총 13개 분야이며, 이 분야들이 간호사가 하는 업무를 총망라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간호사의 근무환경은 진출분야에 따라 다른데,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3교대 근무를 해야 하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근무할 때도 많은 편이다. 대신 보건소나 기업체의 의무실에서는 대개 주간에만 일을 한다.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직업이기도 하다. 교대근무를 하는 것도 그렇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픈 환자를 대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간호사에게는 의료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 책임감 등이 필요하고, 환자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사교성도 중요하다.

간호사의 하는 일과 진출분야, 그리고 의료인으로서의 마음가짐 등을 확인하고 간호사의 꿈을 꾸고 있다면, 지금부터 할 일은 간호학과에 입학하는 것이다. 어떤 곳에서 간호활동을 하든지 간호사가 되려면 정규대학 간호학과(4년제)나 간호전문대학(3년제)의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사 국가시험을 통해 간호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다만 전문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면 간호사 학사학위특별과정(RN-BSN)으로 편입하거나 학점인정제로 학사학위를 취득해야 간호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랑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전임연구원
직업 세계의 변화를 분석하고 진로 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직업 정보를 연구하고 있다. 『십대를 위한 직업 콘서트』 등 여러 책을 쓰고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