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학과 실습실에서 포즈를 취한 박민욱씨

간호사는 더 이상 금남(禁男)의 영역이 아니다. 1962년 국내에 첫 남자간호사가 나온 이후 반세기만에 ‘남자간호사 6천명 시대’를 맞았다. 올해 초 치러진 간호사 국가시험에서는 전체 합격자의 8%에 해당하는 1천19명이 남자였다. 남자간호사 수간호사를 맡은 병원도 나왔다. 간호대학에 입학하는 남학생도 매년 늘어 전국 간호대학 재학생 중 남학생은 2000년 662명(2%)에서 2012년 8천500여명(14%)으로 급증했다.

가톨릭대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박민욱 씨(사진)도 간호사를 꿈꾸는 남학생 가운데 한 명이다. 고등학교 때 간호학과를 생각한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했다. 취업이 쉽고 경제적 대우도 좋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박 씨는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만으로 오기에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곳이다. 남자 신입생들에게 물어보면 무엇보다 간호사 일을 하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만의 직업이라는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간호학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모두 간호사만 되는 것은 아니다. 박 씨도 간호학과에 들어오고 나서야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간호사 외에도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은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한다. “보건교사가 되거나 일반 기업체에서 간호사로 일할 수도 있고, 간호직만 따로 뽑는 공무원도 있다. 주위에 보면 약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임상경험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제약회사로 진출하려는 친구도 있다.” 박 씨의 꿈은 “20년 정도 임상간호사로 근무한 후 노인이랑 상처 전문 간호사, 호스피스 자격증을 취득해서 치료와 재활을 할 수 있는 요양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듯 이과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보통 문과, 이과 학생을 반반씩 뽑는다. 1학년 때 배우는 과목도 문·이과 과목이 거의 반반이다. 생물, 화학뿐 아니라 사회복지학, 한국역사와 문화, 여성학, 인간학과 같은 문과 과목을 함께 배운다. “1학년 때는 문과 출신들은 이과 과목이, 이과 출신들은 문과 과목이 힘들다. 하지만 2학년 때 배우는 약리학이나 생리학, 해부학 같은 것은 문·이과 할 것 없이 다 힘들어 하니까 문과나 이과나 별 차이가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과라서 뒤처지고 그런 것은 없다. 자기가 얼마나 끈기 있게 열심히 하느냐에 달렸다.”

특히 박 씨가 간호학과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끈기’와 ‘긍정적 사고방식’이다. “다른 학과에 비해 스케줄이 엄청 빡빡”하기 때문에 “그걸 버텨낼 수 있는 끈기와 긍정적 사고방식이 꼭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1,2학년 때는 다른 학과 친구들보다 힘들지만 3,4학년이 되면 시간을 쪼개 쓰는 법도 알고 오히려 조금 여유로워진다. 무엇보다 다른 학과 친구들은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정신이 없는데 우리는 차근차근 커리큘럼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정말 대학생다운 대학생활을 하는 면도 있다.”

간호학과를 선택할 때에는 자대(自大) 병원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임상실습을 나갈 때는 물론이고 졸업 후 취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가톨릭대는 전국 곳곳에 성모병원이 있고, 의대가 함께 있어 의학 관련 수업은 대부분 의대 교수들이 맡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 박 씨는 “기본 베이스로 갖춰야 할 게 해부학이나 생물학이기 때문에 입학하기 전에 생물을 미리 공부해 놓으면 좋다. 의학용어가 어렵다 보니 영어로 해놓으면 공부하기에 훨씬 수월하다”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남학생들을 위한 팁 하나. 4학년을 마치면 간호장교로 군대에 입대할 수 있다. 물론 시험을 봐서 통과해야 한다. 주위에 보면 보통 80%는 합격하는 것 같다는 박 씨의 전언이다. 가톨릭대 간호학과에는 남학생이 40명 정도 되는데 군대를 갔다 온 남학생은 10명 정도라고 한다.

권형진 기자 jinny@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