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으나 2004년 사내시험에 응시, 기자로 전직했다. <뉴스24>를 진행하면서 마감뉴스 사상 첫 여성 단독앵커로, 꿈을 이뤄가고 있다.

한국의 간판 앵커, 김주하 MBC 기자는 1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니, 늘 새로운 도전 속에 자신을 밀어 넣고는 ‘이제 시작’이라고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사람이다. 2007년 주말 뉴스데스크 사상 첫 여성 단독앵커를 맡았고, 2008년 여성 단독앵커 자리를 꿰찼을 때도 그랬다. 역대 아나운서 중 사내시험 전형을 거쳐 기자로 전직한 것도 사내 최초(2004년)다. 김 기자는 닮고 싶은 여성 1위, 대학생이 닮고 싶은 인물 1위 등 역할모델 관련 설문조사에서 수년 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성 앵커의 정점을 구가하고 있는 김 기자에게 대·나·무(대학은 ‘김 기자’에게 무엇인가?)는 무엇일까.

 “많이 기다리셨죠?” 김 기자는 메이크업을 끝내자마자 황급히 뛰어나왔다. 생방송 마감뉴스 1시간 전, 주어진 인터뷰 시간은 30분.  김 기자에게 앵커라는 꿈은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신문사에서 움텄다. 교내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낼 때였다. “내일이 시험인데 오늘, 앉아서 교정을 보는 생활이었어요. 성적 떨어진다고 많이 혼났죠.” 레이저라도 쏟아져 나올 것 같던 크고 날카로운 눈망울에 추억이 뚝뚝 묻어난다. “하루는 화단에 쓰레기가 많다고 취재를 나갔는데 그날따라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 거에요. 쓰레기를 풀어놓고 찍을까, 친구랑 진지하게 고민했죠.” (하하하) 김 기자는 학창시절 신문사 활동을 하면서 잘못된 것을 찾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에 매료됐다.

 “방송사에 입사하려면 신문방송학과 나와야 하나요?” 대학진학을 앞두고 그는 방송국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신문방송학과에 꼭 가야되는 건 아니라고 하길래 과학 선생님의 길도 염두에 뒀죠.” 그의 두 번째 ‘소원’은 과학 선생님이었다. 이른바 ‘일타이득’의 소신지원이다. 

 아나운서로 입사해 사내 전직(기자)시험에 응시했을 때도 그랬다. 취재와 편집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해 편집방향을 결정하는 미국식 앵커를 그렸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자가 되면 아나운서 경험을 바탕으로 ‘앵커’를 할 수 있겠다는 뜻이었다. 입사 7년차임에도 수습기자들과 함께 경찰서 출입기자를 자원했다. 오후 9시 뉴스데스>를 맡고 있던 터라, 11시 퇴근해 새벽 4시 경찰서 출근이라는 지옥 같은 생활을 1년 2개월이나 버텨냈다. 링거 투혼과 주말 야근까지 불살라가며 뛰었다. 김 기자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면서도 “명패만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잖아요. 기자가 되는 ‘모든 것’을 거기서 배우니까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죠”라고 회상했다.

 간판 앵커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지금도 일상은 마감의 연속이다. 김 기자에게 밤 12시 마감뉴스는 하루의 시작이다. 새벽 2시 편집국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한다. 4시가 넘어서야 잠깐 잠을 청한다. 서너 시간 눈을 붙였다 떼고는 여느 사람들처럼 아침을 맞는다. 네 살배기 아들을 유치원에 챙겨 보내고 운동, 영어학원을 거쳐 오후 3시 편집국에 들어선다. 하루 5시간 자는 게 삶의 목표가 된지 오래다. “9시 뉴스를 할 때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앵커는 8시 50분까지 뭐하냐’는 질문이었어요. 앵커가 되고 싶다면 화면에 비치는 화려한 모습뿐 아니라 길고 고된 준비 시간까지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 기자는 포기해야 할 것(개인생활)과 해야 할 일(뉴스)을 구분하고 냉정하게 자기결단을 내리는 과정이 진짜 앵커의 삶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김 기자에게 마르지 않는 열정의 비결, 자신을 지탱해주는 내면의 힘은 어디에서 우러나올까. “앵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아요. 그 사람의 인성에서 나오는 기사가 진짜 기사인데 인성은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완벽하게 객관적인 기사를 쓸 수 없다면 기자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서 넓은 가슴으로 많이 알고 있어야 해요. 이건 공부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죠.”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을 부탁한다는 질문에도 김 기자는 단연 ‘경험’을 첫 손에 꼽았다. “꿈은 스스로 만들어가고,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저지르는 실수는 ‘실력’으로 평가받지만 대학 때까지는 ‘경력’이 된는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김 기자의 열정은 오늘도 자정을 알린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