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줄 모르는 웹툰의 인기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포털 사이트 Daum과 Naver의 웹툰 담당자들이 말한 것처럼 모바일로 인한 접근성이 높아진 웹툰은 그 퀄리티에 대한 피드백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결국 성공한 웹툰은 독자의 인정을 받은 것을 의미하기에 다른 매체로의 전이가 쉽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부분 1인 제작시스템으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검증된 웹툰은 수십억이 오가는 영화판에서 흥행보증수표 콘텐츠로 통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를 검증받은 웹툰 중에 영화화된 작품들은 뭐가 있을까. 단연 돋보이는 2명의 파워 웹툰 작가는 강풀과 윤태호이다. 2006년 웹툰 최초로 영화화 된 「아파트」는가 바로 강풀의 작품. 5·18 광주 사태를 다뤘던 「26년」(296만 명),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동네를 다룬 「이웃사람」(243만 명) 역시 관객들로부터 높은 평점을 얻으며 웹툰의 신화를 스크린에서도 재현해 냈다. 윤태호의 「이끼」 역시 충무로의 터줏대감 강우석 감독이 영화화 해 2시간 4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340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지난해 여름 할리우드 대작들 사이에서 파란을 불러일으킨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 감독) 역시 웹툰이 원작이다. 네티즌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웹툰 1위’, ‘누적 조회수 3억 뷰’, ‘100만 독자’ 등이 이 웹툰의 수식어. 여기에 현재 최고의 대세남 김수현이 최고의 엘리트 남파간첩 ‘원류환’ 역에 캐스팅됨으로써 영화의 파괴력이 배가됐다. 이끼의 최종 관객 수를 개봉 첫 주 만에 돌파하고 700만 관객(7월 18일 기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개봉 대기 중인 웹툰도 많다. 평범한 주부를 스토킹 하던 남자가 주부의 딸이 유괴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단우 작가의 「스토커」는 홍수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서영희, 조한선, 박병은 등이 캐스팅돼 촬영을 마치고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삼봉이발소」, 「3단합체 김창남」등을 연재했던 인기 작가 하일권의 「목욕의 신」 역시 영화화가 결정됐다. 멋진 도시의 삶을 꿈꾸던 23살의 청년 허세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목욕탕에 숨어들었다가 회장님의 등을 밀며 때밀이가 돼 가는 스토리라인이다. 「최강로맨스」, 「로맨틱 아일랜드」(2007) 의 각색에 참여했던 이창섭 감독이 연출에 나섰다. 어머니가 외계인에게 납치되는 것을 목격한 기자 철수가 그 사실을 은폐하려는 국가와 벌이는 고군분투를 담은 장이 작가의 SF 웹툰 「미확인 거주 물체」도 최근 영화화가 결정됐다.

그러나 영화화된 모든 웹툰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파워 웹툰 작가인 강풀의 작품 중에서 스크린에 옮겨져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영화는 위에 언급한 두 편 정도다. 윤태호 작가의 「이끼」가 흥행하긴 했지만, 「미생」이 모바일 무비로 제작되며 아이돌 배우인 임시완이 주인공 ‘장그래’ 역에 캐스팅 됐다는 보도가 나가자마자 독자층은 일제히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원작의 캐릭터와 캐스팅 된 배우의 싱크로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웹툰이 영화화 될 때 감독들이 만나는 또 하나의 고민은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패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웹툰과 영화의 공통점은 2차원 평면에서 구현되는 장르라는 점이다. 그러나 컷의 여백을 충분히 살리며 호흡을 등장인물의 감정을 조절하게 하는 웹툰에 비해, 숨 쉴 틈 없이 바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는 영화는 그 화법이 매우 다르다.「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캐릭터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만화‘라서’ 묵인해 주는 캐릭터의 오버스러운 설정이,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관객들에게 용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봉을 기다리는 웹툰들, 영화화되길 꿈꾸며 그려지는 웹툰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