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들, 그 중에서도 여대생들을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은 어떨까.

익명을 요구한 국내 10대 그룹의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최근 채용인력의 30% 정도가 의무적으로 여직원으로 할당돼 있다고 말했다. 그 중에 여대생이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 지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부장이나 팀장급 리더들 중에 상당수가 여성이고, 여성 임원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그만큼 여성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에서 보이는 부분이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사담당자는 최근 자기소개서의 트렌드가 ‘스토리’를 중요시하는데, 여대생들은 그런 면에서 조금 불리하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장사도 하고, 부모님과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해보기도 하며, 공모전 수상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그것을 자기소개서에 자기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비해 여대 출신들은 그런 경험보다 학교생활에만 충실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여행을 많이 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본 경험이 적어 자기만의 커리어 플랜을 다채롭게 갖고 가는 사람이 드물다는 평가다.

여대생들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기업도 있었다. 한 언론사의 인사담당자는 예전에는 여기자가 적었지만, 최근에는 7(여자):3(남자)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한 이유가 남자 기자를 뽑으려 해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자 가운데 여대 출신 비율도 상당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능력적인 면만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인사담당자는 여대 출신들이 학교를 다닐 때부터 남학생들에게 부탁할 수 없는 환경이기에 무거운 물건을 든다던가 잡무가 있어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성향이 있어서 업무적인 평가도 플러스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대생들끼리의 경쟁이 남녀공학보다 치열하다는 점도 입사 후 자신의 경력계발에 있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조직문화가 아직 남자위주인데다 보수적이다보니 그런 데서 오는 정서적인 충격은 감당해야할 부분이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인사담당자는 항상 여자들 주위에 둘러싸여 있다가 어떤 회사를 가도 남자 중심인 점을 보면 그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재학시절 주도적 역할이 입사 후 플러스 작용

‘여대생’이라는 범주 안에서만 그들을 국한시키지 말아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국내 5대 우량은행 중 한 은행의 인사담당자는 단 한 번도 여대생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그런 편협한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여대생이라도 대학 재학시절 아르바이트나 여러 대외활동을 통해 자신을 계발하면 남녀공학 대학교 출신과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원장 원숙연)는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을 초청해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여대 출신의 자사 직원들에 대한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귀 기울여 들을 만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강한 독립심 그러나 공감능력 더 길러야

우선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여대 출신들의 장점으로 뛰어난 능력과 강한 독립심을 꼽았다. 이는 채용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인사담당자들은 여대 출신 학생들이 남녀공학 출신 여학생에 비해 똑 부러지는 면이 있고 자립심이 강하다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채용과정 중에 성비를 보지 않으면 단연 여학생이 성적관리, 어학능력, 커뮤니케이션 스킬 면에 뛰어난 편이라 면접 점수가 남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반면 여대 출신이라 기업에서 느끼는 선입견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 이번 포럼에 참가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또한 회사 내에서 남자들 혹은 조직문화에 융합하기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남녀공학 출신의 여학생들보다 여대 출신 학생들이 자기의견을 개진한다거나 주장을 하는 데 익숙한데, 이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생활해온 여대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체득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다만 이것이 조직생활에 있어 조금 튀는 면으로 작용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는 것이 인사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받은 인상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여대생을 학교생활에 의지가 없어서 취업하고 잠깐 일하다 결혼하려는 유형, 그리고 반대로 기업 내에서 독하게 생존해내려는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는 여대 출신이 자기 의견을 잘 말하는 것 자체는 나무랄 것이 아니지만, 대기업의 의사결정구조를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리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의사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여대 출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둥글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곧 타협이고, 정의의 실천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대생들은 남녀공학 출신 여학생보다 타인을 배려한다거나 기업의 예전 가치를 존중하는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