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60만6천813명으로 재학생이 47만7천297명, 졸업생이 12만9천516명이었다. 국어·수학·영어 선택 유형을 살펴보면, ‘BAB형’을 선택한 수험생이 35.5%, ‘ABB형’은 24.9%, ‘AAA형’은 14.6%였다. 복잡한 입시 정세에서 우리가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사항이 바로 수능의 선택형(AB형) 도입과 난이도 상승이다. 이 두 가지는 입시 전략을 세울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인 것이다. 정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말 그대로 막강하며, 따라서 위 두 요인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평소보다 낮은 점수대를 얻은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중하위권에서 많은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처하는 차별화된 지원 전략을 세워보도록 하자.

유·불리 분별 조건 1: 응시 유형

2014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수학, 영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A 132점, 국어B 131점, 수학A 143점, 수학B 138점, 영어A 133점, 영어B 136점으로 발표됐다. 수능 전부터 가장 관심 영역이었던 영어의 경우를 살펴보자. 영어 B형의 표준점수는 주로 문·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면서 전체 평균이 상승해 지난해보다 5점 하락했지만, 만점자 비율은 지난해 0.66%에서 올해 0.39%로 줄어들었다. 또 영어 A형 응시자 17만9천766명 중 사회탐구영역 응시자의 비율이 70.1%로, 과학탐구영역 응시자 22.9%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문계열 학생들 중 상당수의 중하위권 학생들이 영어 A형에 응시한 것으로 추측된다.
인문계열의 경우 두 가지 점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해야 하는데, 첫째는 영어 B형 지정 대학에 지원할 경우다. 인문계열 학생 중 많은 수가 영어 A형에 응시했기에 영어 B형 지정 대학에 지원할 수 없음으로 인한 경쟁률 하락과 그에 따른 합격 커트라인의 하락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영어 A·B형 모두 반영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다. 이때에는 영어 B형에 부여하는 가산점에 반드시 유의해 지원을 해야 한다.
자연계열의 경우 과학탐구영역 응시자는 23만5천946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ABB형’을 응시한 학생은 15만903명으로 과학탐구영역 응시자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체 과학탐구영역 응시자 가운데 36%의 학생은 ABB형을 지정한 대학에 지원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시모집에서 ABB형을 지정한 중위권 대학의 경우 지원율에 따라 합격 점수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우리가 시선을 고정시켜야 할 대상은 수학 B형 선택 학생들이다. 올해의 경우 중위권 대학 중 수학 B형 지정 대학이 전년도 수리 가형 지정 대학 수에 비해 늘었다. 실례로 가천대, 가톨릭대, 국민대, 성신여대, 한국외대(글로벌) 등 상당수 대학들이 지난해와 달리 올해 수학 B형을 지정했다. 게다가 올해 주요 대학들이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을 인문계는 ‘BAB형’, 자연계는 ‘ABB형’을 지정함에 따라 계열 간 교차지원이 지난해보다 축소됐다. 이러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ABB형을 지정한 중위권 대학의 합격 커트라인이 하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따라서 수학 B형 응시자의 경우 지나치게 하향 지원을 하기보다는 소신 지원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유·불리 분별 조건 2: 중하위권 가산점 반영 비율

가산점 반영의 경우, 예를 들어 발표된 등급 구분점수에서 영어 A형 2등급이 124점, 영어 B형 4등급이 108점인데, 여기서 영어 B형에 20%의 가산점을 부여할 경우 ‘108+(1080.2)=129.6’으로 나타난다. 이는 영어 A형 2등급 점수 124점보다는 5.6점이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영어 A형 1등급 점수보다도 0.6점이 더 높은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영어 B형 4등급 학생이 A·B형을 모두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려면 A형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과의 점수 차를 반드시 만회해야 한다. 즉 대학에서 부여하는 영어 B형 가산점이 19.4% 이상 돼야 한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불리 분별 조건 3: 백분위

올해 수능의 가장 큰 특징은 국어, 수학, 영어 전 영역을 A, B 선택형으로 치렀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입시 지도의 가장 큰 어려움은 지난해의 합격, 불합격 자료를 올해 입시에 적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지난해와 올해의 수능 영역 차이로 인해 지금까지 누적된 대학별 합격, 불합격 자료를 통한 진학 지도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수험생의 경우 입시기관의 모의 지원이나 배치 기준에 의해서 대학 지원을 결정해야 하는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입시기관마다 배치 기준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수험생은 모의 지원 결과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 말고, 단지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
결국 최종 결정은 수험생의 몫이다. 하지만 수험생이 스스로 대학에 대한 정보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이다. 이것이 대학 지원의 어려움에 다름 아니며, 특히 앞서 강조해 서술한 것처럼 중하위권의 경우는 그 치열함이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별히 천착해야 할 요소가 바로 백분위다. 수험생은 다양한 입시기관의 배치 기준을 종합하고, 최종적으로 반드시 본인이 응시한 유형의 백분위를 기준으로 자신의 지원 가능권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입시기관의 배치 기준에 따른 대학 위계를 확인해 모집정원을 중심으로 한 누적 백분위를 확인해 보면, 대략 본인이 지원하려고 하는 대학의 누적 백분위를 예측 할 수 있다.   

한지민 서울 경신고·연구부장
서울 경신고 진학부장을 지냈고, 현재 EBS 상담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