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은 대학 학과 선택의 기준도 바꿔놓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취업을 위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학생이 매년 1천200여명에 달한다. 한 교육업체의 설문조사에서는 비슷한 성적대의 두 대학에 모두 합격했을 경우 상위권 학생들은 여전히 대학 서열을 중요시했지만 중위권 학생들은 학과의 특성화나 취업률을 고려해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취업과 등록금을 동시에 해결하고 싶다면 ‘계약학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대학과 계약을 체결해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로, 기업이 계약학과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50% 이상을 부담한다.
특히 해당 기업체 채용을 조건으로 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재학 기간 동안 기업체가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기업은 우수인재를 미리 확보할 수 있고, 학생은 취업과 등록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교육형’ 계약학과는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의 재교육이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과정이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계약 형태에 따라 ‘단독계약형’과 ‘제3자 계약형’으로 나눌 수 있다. 단독계약형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로 대기업이 단독으로 대학과 계약해 운영하는 형태다. 제3자 계약형은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의 공공기관이 기업체와 대학 사이에 체결된 계약에 대해 지원하는 형태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따르면 2013년 현재 학부과정에서 운영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14개 대학 18개 학과가 있다. 가천대 인터랙티브미디어학과, 경남과학기술대 교양학부(예체능계열), 경북대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 전공, 경일대 산업경영학과, 남서울대 융합비즈니스학과, 동명대 냉동공조공학과 냉동공조시스템 전공,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숭실대 벤처경영학·스토리텔링경영학과, 예원예술대 스포츠격기에이전시학과, 한국성서대 신학부·사회과학부·간호학부·정보과학부, 한림대 유비쿼터스게임공학과 등이다. 이들 학과 이름에서 보듯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대부분 전자공학, 모바일, 영상콘텐츠 및 정보보안 분야 등에 집중돼 있어 여전히 맞춤형 산업인력 수요가 IT산업에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사관학과와 학사·석사장교 등 장교로 임관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교를 육성하기 위해 계약학과를 설치·운영하는 경우가 있어 눈에 띈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과, 충남대 해군학 전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학과를 졸업하면 장교로 임관해 일정 기간 해당 분야에서 복무를 하게 된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는 육군본부가 사이버 전문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한 학과다. 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과와 충남대 해군학 전공은 해군 장교를 양성한다. 입학정원은 세 학과 모두 30명이다.
취업이 목적이라면 유의할 점도 있다. 대기업과 단독으로 개설한 ‘단독계약형’의 경우 취업률이 100%에 가깝지만 자치단체 등이 나서서 대학과 중소기업을 연결해주는 ‘제3자 계약형’의 취업률은 100% 보장이 안 된다는 현실도 참고해야 한다. 취업률 등 전국 대학에 개설된 계약학과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대학알리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