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청망청 '대학1학년'은 없다. 지난 2007년부터 국내에선 처음으로 '레지덴셜칼리지'를 운영 중인 연세대 원주캠퍼스. 신입생을 대상으로 선배들이 기숙사에서 전공설명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 연세대 원주캠퍼스 RC교육센터]

대학 기숙사가 공동체 ‘인성ㆍ전인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24시간 학교 내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공동체 활동’을 통해 배운다. 기숙사가 생활체험의 교육 공간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레지덴셜 칼리지로 불리는 ‘기숙형 대학’이다.
기숙형 대학은 함께 자고 먹고 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규모 ‘기숙사’ 시설이 필요하고, 체험교육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지도할 수 있는 조교와 교수진이 배치돼야 한다. 학교 차원의 교육과정 개편과 함께 학과 교육과정이 연계돼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기숙형 대학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학 4년을 좌우하는 ‘1학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하는 고민에서 비롯한 교육혁신 모델이기도 하다. 1학년 신입생은 6개월 또는 1년의 ‘공동체’ 생활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학부모의 만족도는 더 높다고 한다.
기숙형 대학은 연세대가 지난 2007년 가장 먼저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림대도 2007년부터 ‘한림 레지덴셜 칼리지’를 시작해 신입생 전원이 기숙하는 ‘정주대학’제도를 정착시켜 가고 있다. 포스텍은 2008년부터 1ㆍ2학년 학생에게 기숙형 대학을 운영하고 있고, 이화여대는 2013년 2학기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대와 덕성여대도 내년부터 기숙형 대학을 운영할 계획이다.

연세대 원주캠, 신입생 전원기숙사 생활 의무화
연세대는 지난 2007년 원주캠퍼스에 ‘기숙형 대학’을 처음 도입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기숙사는 모두 3천700여명이 생활할 수 있는데, 신입생 1천600여명 전원이 1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신입생 첫 학기엔 무작위로 18명을 한 조로 편성한다. 2학기때는 ‘방친구’(룸메이트)를 정할 수 있다. 신입생 18명당 조교 1명씩 붙는다. 조교도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다. 조교는 연세대 학부생 2~4학년이 맡고 있다. 조교만 100여명이다. 조교는 신입생의 생활지도는 물론 공부방법과 전공 설명 등 신입생의 학교생활 정착을 돕는 가장 가까운 선배이자 친구다. 학생들의 ‘부모’ 역할을 하는 학사 마스터 교수도 7명이 함께 한다. 
‘RC 교육과정’을 통해 정규 학점이수 강좌는 물론 다양한 문화예술ㆍ체육ㆍ사회봉사활동을 한다. 학생들은 역시 학사별로 진행되는 공동체 프로그램이 즐겁다. 홍혜련 연세대 원주캠퍼스 RC교육센터 부장은 “(레지덴셜 칼리지 운영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면서 “학생을 케어하는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발로 뛰어 다니는 일이 대부분이다. 야간에도 일이 많다”고 말했다. 홍 부장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하라고 하면 잘 따르지 않는다”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주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에서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일부 학부에 ‘레지덴셜 칼리지’를 적용했고, 2013년 신입생부터 전교생이 한 학기 이상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신입생 모두 1년 씩 송도 국제캠퍼스에 있는 ‘송도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연세대는 레지덴셜 칼리지를 통해 교실에서의 전공학습을 생활의 장인 기숙사 내의 다채로운 외국어, 문화, 예술, 스포츠 프로그램과 접목시켜 교육의 개념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대학생으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은 물론, 리더십과 사회봉사 정신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라고 말했다.

'정주대학'교육모델 정착 힘쓰는 한림대
한림대는 2007년 시작해 발전해 온 ‘한림 레지덴셜 칼리지’(한림 RC)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숙식을 함께 하며 인성과 창의력,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기숙사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희망 학생은 언제든지 RC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한림 RC는 신입생 케어에 상당 부분 집중하고 있다. 한림대 신입생들은 학기 시작 전인 2월부터 바쁜 시간을 보낸다. 심리검사를 통한 상담 및 멘토링을 통해 학교적응을 돕고, 공동학습체 형성에 도움을 주는 예비대학을 열어 영어, 수학, 한문 등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수준별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전임교수 지도로 3주간 이뤄지는 예비대학은 학습동기 부여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교 적응프로그램을 먼저 실시하는 것이다.
입학 첫 학기에 이루어지는 ‘신입생 세미나’도 주목할 만하다. 각 학과 지도교수가 20명 내외의 학생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문화, 역사 등 자유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공연 등의 체험을 함께 즐기는 교수?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실질적인 학생 밀착지도의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 신입생 전원 입사가 가능한 한림대의 학생생활관은 인성, 문화체험, 글쓰기, 외국어 등을 중점 교육하는 최적의 RC교육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같은 관심사와 흥미에 따라 활동하는 200여개 커뮤니티(문화 스포츠 봉사 외국어)가 자율적 스터디와 취미·교양·학습형태로 학기 중 분주하게 돌아간다. 교과과정에도 변화를 줘 기존의 학문중심 영역분류에 소통, 통섭의 핵심역량을 추가한 교과목을 신설하고, 다(多)전공 이수 기회를 확대해 인성을 겸비한 실용인재, 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 9월 문을 연‘한림 스포츠 센터’에는 소통과 인성이 바탕이 되는 스포츠쉽을 기를 수 있는 수영장, 스쿼시, 농구장, 헬스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학생들의 건강과 여가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이화여대, 2015년 'RC전용기숙사' 완공예정

▲ 이화여대 신입생들이 조별활동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 9월부터 레지덴셜 칼리지인 ‘이화 RC’의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2015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하는 이화 RC는 1단계로 1학년 신입생 147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된다. 1학년 학생들은 10개 조로 나눠 RC 마스터 1명(국제학과 남영숙 교수)과 2~4학년 재학생으로 구성된 RC 조교 10명과 함께 시범 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화여대는 2015년에 RC 전용 기숙사를 완공할 예정으로, 2014년에는 학기당 300명씩 신입생을 대상으로 2단계 시범 운영에 들어가고, 2015년에는 신입생 전체로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입생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6개월씩 생활하게 된다.
이화 RC는 학습·생활 공동체로서 교육과 생활의 경계를 없애고 양질의 밀착형 교육 프로그램을 교과와 비교과로 나눠 운영한다. 교과 프로그램으로 올해 신입생 필수과목으로 개설된 ‘나눔리더십’과 ‘커먼리딩세미나’를 마련했다. 비교과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라이트업(Light-Up)이라는 걷기 프로그램이다.
이화여대는 2015년 RC 전면 도입을 목표로 전용 건물의 교내 신축을 추진 중이다. 3천200여명의 신입생이 두 학기에 나눠 한 학기 동안 생활하게 될 RC 전용 기숙사로 1천800여명의 학생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연건평 1만8천여 평(6만여㎡)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