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고 서원의 대표 프로그램은 모두 청소년들이 기획하고 진행했다고 들었다. 이들이 창조적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연습의 결과다. 창조적 지혜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책이든, 경험이든, 아니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내가 사는 이유, 내가 소중한 이유, 내 삶이 가치 있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는 것이 첫 시작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면 질문하게 되고, 다른 이와 소통하고 싶어지고, 변화를 위해 실천하고 싶어진다. 이런 과정을 청소년기에 경험하면 자기 극복의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청소년기에는 전혀 창의적이지 않았는데 어른이 된 후 갑자기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겠나. 나 역시 청소년기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인디고 서원으로 그 영역이 확장될 수 있었다.”

>> 대한민국 청소년은 너나없이 입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간적, 물리적 한계를 무시할 수 없지 않겠나.
“지금도 많은 청소년이 공부 때문에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고, 설사 경험하고 싶어도 그럴 공간과 기회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핑계 아닌가. 의지만 있다면 하루 10시간 이상을 생활하는 교실에서, 늘 만나는 친구나 선생님과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인디고 서원과 같은 모양새를 갖춘 곳에서, 꼭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을 ‘입시’라는 비참한 곳에 던져진 ‘피해자’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 현실이 아프다면 마냥 견디기만 할 수 있을까. 진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닐까. 현실만 탓할 것이 아니라 먼저 스스로에게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댈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 많은 이들이 인문학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내 자녀만은 입시에서 살아남기를 바란다. 이런 이중적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모두 나와 같은 삶을 선택해라, 이것이 옳고 신념 있는 삶이다,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다. 외눈박이처럼 인디고 서원의 이상만을 좇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똑같은 선택이라도 외부의 의견에 그대로 순응하는 것과, 충분한 고민 끝에 스스로 선택한 사람은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부모나 학교 때문에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 될 수 있다. 청소년기에 수없이 갈등하고 방황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 고등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입시를 피할 순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입시를 치르기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입시에 시달린다’가 아니라 ‘우리는 왜 입시 전쟁에 피를 흘려야 하는가’로 질문을 바꿀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공론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디고 서원의 역할이기도 하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입시제도 개편 등 현실적인 조건이 따라줄 때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선 인디고 서원의 이런 활동들이 작은 물길이 되길 바란다.”

권지희 기자 editor@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