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라.’ 책임지지 않을 어른들의 그 말을 아이들은 철석같이 믿었다. 생각해보면, 어찌 4월 16일의 그 날만 그랬으랴. 세상의 열여덟 살에게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란 대개 하지 말라거나 참으라는 식이기 일쑤다. 다, 너희를 위한 일이야. 이유? 지금은 그런 것 궁금해 할 때가 아냐. 그런 건 나중에, 대학 가서, 어른 돼서 해도 돼.
지방선거가 있었던 6월 4일, 경기도 부천 원미고등학교 학생들과 자리를 함께 한 것은 그래서였다. 열여덟 살로 대표되는, 고등학생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열여덟 살이 아니라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2학년 김표광·박진수 군과 이아영 양, 3학년 권새봄 양은 어른들 생각보다 더 훌륭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핵심을 볼 줄 알았고, ‘차이’가 아니라 ‘다름’을 품을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면서도 어른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규범을 내면화하려는 모습도 엿보였다. 이날 사회는 『18세상』이라는 책을 통해 날 것 그대로의 10대 문화를 파헤친 적 있는 문화평론가 김성윤(문화사회연구소) 씨가 맡았다. 

사회: 어른들이 보는 청소년 문화가 있을 텐데, 그게 사실은 왜곡되거나 편견 같은 게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노스페이스 패딩이 굉장히 유행을 했는데, 많이들 입었나요?
박진수: 많이 입더라고요. 저는 안 입었어요.
이아영: 저도 안 입었어요. 저, 유행 타는 것 싫어해요.
사회: 사실 요즘은 입던 사람도 안 입는 것 같더라고요.
권새봄: 창피해요.
사회: 언제부터 그렇게 창피해지기 시작했어요?
박진수: 고등학교 올라가서부터.
김표광: 중3 때부터 안 입었어요.
사회: 노스페이스 패딩은 왜 안 입게 됐나요?
김표광: 그런데, 그게 비판의 대상이 됐잖아요. 터무니없는 가격도 그렇고.
이아영: 그 뒤부터 안 입게 되는 것 같아요.
사회: 주로 그 비판을 어른들이 많이 하지 않나요. 언론이나. 그러면 어른들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결국 굴복한?
박진수: 우리끼리도 친구가 너무 비싼 옷을 입고 있으면 부모님 고생시킨다고 쓰레기라고 그래요.
권새봄/이아영: 등골브레이크라고.
사회: 사회 여론이 안 좋았던 게 사실인데, 그런 얘기 들으면 수긍을 잘 하는 편인가요?
김표광: 네.
권새봄: 더구나 여기 있는 4명은 노스페이스 패딩이 유행할 때 다 안 입었던 사람들이라 우린 다 동감을 하죠.

사회: 게임도 논란이 있지 않나요. ‘게임 중독법’이라고.
김표광: 셧다운제.
사회: 그때 어땠나요? 게임 중독이라 이랬잖아요.
권새봄: 셧다운제 실시할 때요? 짜증났죠. 저는 경험이 있었던 게, 싸이월드에 보면 미니게임 같은 게 있어요. 싸이월드 하다가 밤 12시가 된 거에요. 그래서 자기 건에 한 번만 하려고 했는데 12시에 갑자기 끊겼어요. 너무 어이가 없었던 게, 내가 중독인 것도 아니고 어른들이 문제라고 이야기한 그런 잔인한 게임을 한 것도 아니고, 정말 가벼운 미니게임이고, 귀여운 캐릭터들 나오는 그런 게임이었는데 그런 것조차 12시 돼서 끊어버리니까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사회: 그런데 셧다운제 같은 것을 보면 좀 억울할 것도 같네요.
박진수: 그렇게 자꾸 규제를 하시는데, 게임을 하는 이유가 개인적인 것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도 책임이 있을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게임에 집중하고 그런 것도 이유가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청소년들이랑 이야기 안 하고 일방적으로 어른들이 규제를 하시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김표광: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요.
이아영: 셧다운제 자체가 그다지 효율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아이디를 부모님 것으로 만들고 하면 끝이니까.
사회: 그건 오히려 범죄 아니에요?
권새봄: 범죄를 하면서도 게임을 하고 싶게 만드는 거죠.
사회: 그런데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게임을 그렇게 밤 12시 넘어서까지 하면 공부에 방해된다, 그런 논리로 밀어붙이는 거잖아요. 공부에 방해가 되나요? 어떤가요?
이아영: 우선 게임에 중독된 애들은 그냥 공부에 아예 관심이 없고 게임 쪽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 것 같아요.
사회: 본인은 새벽 3시에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봤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애초에 공부에 관심이 없는 그런 경우?
김표광: 그건 절대 아니에요. 결승전이잖아요, 완전 특별 이벤트. 결승전이기 때문에 그럴 때만 보는 거고. 솔직히 그때 안 보고 따로 재방송을 볼 수가 있어요.
박진수: 재미가 없잖아. 결과를 알고 보면.
김표광: 그렇죠. 결과를 알고 보면 재미가 없죠. 보통 그런 경기가 있고 아침에 일어나 텔레비전을 틀면 뉴스를 해요. 그럼 스포일러를 해주는 거잖아요. 학교 가면 애들이 다 말해줄 텐데, 재방송의 의미가 없죠. 그런 결승전에서는.
사회: 그럼, 학교 가면 자고?
김표광: 하루 그랬다고 학교에서 자고 이런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권새봄: 어차피 그 시간에 눈 뜨고 새벽까지 새고 하지 않아도 잘 애들은 자고, 깨어 있을 애들은 깨어 있을 거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고 봐요, 저는.
사회: 어차피 잘 애들은 어떤 애들인가요?
권새봄: 진짜 자는 애들의 특징은, 대부분 주변에서도 왜 그렇게 자는지 이해를 못할 정도로 자요. 원인을 뭐라 말을 못하겠어요. 중학교 때도 그렇게 자는 애가 한 명 있었는데 물어보면 밤 12시 전에 잔데요. 게임도 안 한데요. 그런데 그렇게 자요.
사회: 그런 경우도 있지 않나요. 학교에서 수업 받는 게 사실은 학원에서 배우는 것만 못해서 집중이 잘 안 되거나. 그런 경우는 혹시 없나요? 
박진수: 특히 수학 같은 경우 선행 학습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과에서 전교 1등 하는 애가 수업시간에 잤는데 시험은 잘 봐서…. 
이아영: 학원에서 늦게까지 수업하다고 해서 학교에서 자는 애들은 요즘 잘 없는 것 같아요.

사회: 친구들하고 관계는 어떤가요? 최근에 빵 셔틀, 그런 이야기도 있고 그랬는데.
이아영: 그런데 실제로 그런 것은 못 본 거는 같다.
박진수: 중학교 때까지는 실제로 왕따도 있고 주위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 오면서는 쟤는 그냥 저런 애구나 하고 방치하는 것 같아요.
사회: 쟤는 저런 애다 하면 저런 애는 어떤?
박진수: 지나치게 내성적인 애라든가 그런 애가 있으면 옛날에는 건드리고 그랬을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혼자 있게 내버려둬요.
김표광: 그냥 우리랑 다르다고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고 왕따 시키는 게 아니라 그 친구는 나랑 다른 거니까 하고 그냥 그렇게 이해해 주죠.
사회: 학교폭력 이런 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진 않다는 거죠?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권새봄: 안 친한 거지 괴롭히는 건 아니에요.
김표광: 시비 걸거나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권새봄: 지금까지 계속 그러면 말 그대로 중2병이죠. 지금 나이에 중2병이면 왕따예요.

사회: 어른들이 청소년 문화를 볼 때 이런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 그런 것 얘기해 볼 수 있을까요?
권새봄: 아까 게임이나 그런 걸 하면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느냐고 물어보셨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취미 활동을 통해서 자기 적성을 찾을 수도 있는데, 무조건 공부에 방해되는 일이니까 하지 말라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반대 입장이거든요. 솔직히 대놓고 말해서 우리 입시제도가 그렇게 자신의 적성을 잘 찾을 수 있게 하는 입시제도도 아니고, 무조건 국영수 중심으로 공부만 잘하라고 하는 그런 식이잖아요. 거기서 못 찾으니까 자기 취미생활을 통해서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도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봤던 것도 계속 돌려보고. 주변에서 폐인처럼 봤을 때도 있었고요. 그걸 통해서 저는 제 꿈을 찾았어요. 저는 드라마 PD가 꿈이고요, 그리고 제가 아는 애는, 축구 좋아하는 남자애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물어봤을 때 꿈 그런 것 얘기 안 했거든요. 그런데 스포츠 보면 물리치료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스포츠 의료 쪽으로 가고 싶다, 이런 애들도 있고. 또 화장 좋아하는 애들 있잖아요. 그래서 벌써부터 자격증을 네다섯 개씩 딴 애들도 있어요. 그런 것을 보면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취미생활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좀 이해가 안 돼요.
사회: 말 나온 김에 다른 분들도 장래희망을 여쭤 봐도 될까요?
김표광: 기자요. 아버지가 기자라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제4의 권력이라고 하잖아요. 약간 이어주는 매개체 같아서. 보통사람들이랑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랑 힘을 가진 사람들. 이 사이에서 연결해 주는 역할 같은 것, 그런 것 때문에.
이아영: 전 방송영상 쪽인데요. 예전에도 꿈 꿨던 게 웹디자이너인데, 그것도 취미생활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카페 같은 걸 운영하다 보면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래서 만들게 되고. 중1 때인가 포토샵 카페를 운영했는데, 1천400명 정도 회원으로 가입하고 그랬어요.
박진수: 직업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고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종교의 영향이 있는 것 같은데, 세상에서 가난하고 어렵게 살더라도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고 싶어요.

대학으로만 사람의 잣대를 평가한다는 게 좀 어이가 없어요.
정작 중요한 문제는 해결을 못하고 왜 수학여행을 제재하는 지 모르겠어요.
학벌주의 사회가 쉽게 바뀔 수 없으니까 저희도 아마 애들한테 강조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힘을 모아서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요.

사회: 요즘 사회적으로 보면 ‘일베’, ‘일베충’ 그런 말도 많이 나오잖아요. 고등학생도 일베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혹시 경험이 있거나 주위에 친구가 그렇다거나 그런 일은 없나요?
박진수: 제가 아는 친구는 두 명. 한 명은 자기는 일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평소에 사용하는 용어가, 불쑥불쑥 나오는 건지 일부러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사람들이 쓰는 용어를 써요.
사회: 이를테면, 무슨 용어가 있어요?
박진수: 민주화, 호성. 그런 것 있잖아요.
김표광: 게시판에 선정적인 내용을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그게 일간 베스트가 되는 거래요. 그래서 패러디 물을 만들어 내는데, 거기서 용어가 막 나오거든요. 들어 보면 호성 패러디 하는 것들도 있고, 故 노무현 대통령 비하하는 것도 있고. 민주화, 좌파, 이런 것들. 빨갱이 이야기도 나오고.
박진수: 정치적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면 상관없는데, 여성을 비하하는 이야기도 많은 것 같고. 그런 게 사회적으로 굉장히 좀….
사회: 주변 친구들 중에 그런 친구들이 더러 보인다거나 그런 경우는 없나요?
김표광: 그런 말을 하는 친구가 있으면 아무래도 시선이 안 좋죠. 그 친구가 일베를 안 한다 한들 그런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일베 하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게 하죠.
권새봄: 주변에서는 못 봤고요, 같은 반 애들 중에 (일베) 한 적은 있었죠. 애들끼리 좀 수군대죠. ‘쟤, 일베 하는 애래’ 하면서 주위에서 시선이 좀 바뀌고, 굉장히 인식이 안 좋죠. 학생들도.
김표광: 쓰레기다, 이런 소리도 듣고.

사회: 지금까지는 열여덟 살이 보는 열여덟 살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지금부터는 열여덟 살이 보는 어른들, 우리 사회 이야기 좀 해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얼마 전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잖아요. 다들 어땠나요?
권새봄: 화가 많이 났죠. 특히나 저한테는 후배들이잖아요. 우리나라의 어두운 면을 총체적으로 봤던 것 같아요. 일단 언론에서 하는 말이랑 현장에서 나오는 말이랑 다른 것도 많은 것 같았어요. 두 번째는, 대응도 늦었잖아요. 말 들어보니까 수색할 때 조명탄 쏘는데, 그 허락을 받는 데만 40분이 걸렸대요. 그런 것을 보면, 조명탄 하나 쏘기 위해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 관료제, 이런 것도 문제인 것 같고. 이 와중에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후보들이 선거운동에 이용하려는 모습도 조금 실망이었고요. 비리도 되게 많이 나오잖아요. 기사를 찾아보니 직원들 안전 교육에 쓴 예산보다 접대비로 몇 배를 더 많이 썼더라고요. 정말 중요한 데 돈을 안 쓰고 접대비에 쓴 것을 보면 아, 우리나라가 좀 비리가 많구나. 이런 생각을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갖게 된 것 같아요.
김표광: 우리가 제주도 간 날이랑 그 사건 터진 날이랑 같아요. 우리가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착륙하고 몇 시간 후에 들은 얘긴데,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다 구출되겠네’ 이런 식으로 별 일 없을 줄 알았지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죠. 솔직히 우리는 제주도 간답시고 즐겁게 보내야지 했는데 기분도 처지고, 슬퍼지고…. 우린 제주도에 있지만 부천에 있는 학부모들은 난리 나고. 비행기를 타고 갔지만 걱정하신 거예요. 교감 선생님도 한 숨도 못 주무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희생자 유가족 분들이나 희생당한 친구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긴 한데, 뭐라고 해야 하나, 그걸로 인해 또 다른 피해도 많은 것 같아요. 우리는 제주도 갔다 왔는데 다른 친구들은 수학여행 다 취소되고, 학교 행사 다 취소되고. 학부모들이 계속 안전, 안전  하니까 수학여행 가서도 초저녁부터 자기 전까지 방에만 있고. 개인적으로는 그런 여파가 있었고, 여러 가지로 영향이 엄청 컸던 것 같아요.
박진수: 선장이 희생자들에 대해서 책임을 안 지고 혼자 도망치고 그랬잖아요. 그냥 개인이 부도덕적이었다고 보는 것보다, 사회가 너도나도 경쟁만 하고 그러니까 직업윤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절차는 어느 정도 무시해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적으로 용납된 것 아닌가 하는.
이아영: 구조할 때도 정신이 없었잖아요. 대책도 없었고요. 나중에 유가족들한테도 보상이나 정책 같은 게 전체적으로 안 좋았던 것 같아요.
권새봄: 이런 사건이 터지면 뭔가 개선이 돼야 하는데, 그 개선방향부터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까 말이 나왔던 것처럼 다른 학교 수학여행 다 취소되고 그런 식이잖아요. 수학여행 갈 때 학부모 한두 명은 반드시 동반을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고요. 그런데 이건 수학여행 때문에 생긴 게 아니거든요. 수학여행이어서 문제가 아니라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정책이나 대처하는 게 사회적으로 미비했던 것이고, 그 회사가 비리도 굉장히 많았잖아요. 제일 황당했던 게, 그렇게 비리가 많은 회사가 우리나라 수학여행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었던 점이예요.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는 학교들은 대부분 그 배를 이용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게 문제가 있었던 건데 왜 수학여행을 제재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들 정작 중요한 문제는 해결을 못하고 왜 자꾸 돌려서 해결하려고 하는 건지.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다고 해결이 될 것은 아닌데.
사회: 문제가 거기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왜들 그런 것 같아요?
권새봄: 모르겠어요. 잘 이해가 안 돼요.

사회: 오늘 공교롭게도 선거 날인데, 교육감 선거도 하고 하니까, 고등학교 교육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어른들이 우리들을 제대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이런 게 있을까요?
이아영: 우선 우리 교육정책이 너무 입시 위주로 돌아간다는 것 자체부터 잘못된 것 같고. 또 요즘 수업하면서 국가정책을 배우는 중인데, 그런 교육을 강화해서 애들이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사회: 정치에 관심이 많으세요?
이아영: 원래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 배우면서 약간씩은 그래도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김표광: 대학. 그, 왜 그런 것 있잖아요. 회사 입사할 때 1차 서류(심사)에서 SKY랑 SKY 아닌 대학이랑 아예 분리해 놓고 뽑고 그런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SKY 안 나와도 되게 능력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아예 기회조차 안 주는 거잖아요. 그건 너무 부당한 것 같고. 또 어떤 회사는 고졸인 사람은 승진의 기회가 희박해지고. 이런 게 너무 안 좋은 것 같아요. 사회가 전적으로 대학으로만 사람의 잣대를 평가한다는 게 좀 어이가 없어요.
권새봄: 좀, 아이들에게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교육도 주입식 교육인 경우도 많고, 아이들에게 생각을 강요하는 것도 많은 것 같아서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변하는 것 같고. 심지어 대학에서도 요즘은 객관식으로 시험을 보는 그런 학교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그런 것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표광: 대학 가기 힘든 것도. 적성을 살려서 대학 가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대학 가기 쉬운 것도 아니고요. 미국에서는 대학 가는 것은 무난한데 졸업하는 게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고, 더 잘하는 것도 있는데 그 틀 안에 그냥 쑤셔 박아 넣는 것 같아요.

사회: 조금 있으면 열아홉 살, 스무 살이 되고, 어른이 되잖아요.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그런 시선, 청소년 문화를 왜곡해서 보는 어른들이기도 하고, 직업윤리도 제대로 안 지키는 그런 어른들이 될 텐데, 나중에, 한 10년쯤 뒤에 나는 어떤 어른이 돼 있을까요?
이아영: 학벌주의 사회가 쉽게 바뀔 수도 없으니까 저희도 아마 그것을 나중에 애들한테 또 강조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바꾸기는 쉽지 않잖아요. 여태까지 굳어서 왔던 것이기 때문에.
권새봄: 아이들에게 문화적인 것을 많이 보여주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제가 드라마를 통해서 꿈을 찾은 것처럼 2학년 때 연극 쪽으로 진로를 바꾼 친구가 있어요. 연극동아리를 하면서 자기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런 식으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 굳이 문화 쪽으로 진출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발전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있잖아요. 가치관 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그래서 그런 것을 많이 보여주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박진수: 세상의 어두운 면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잖아요. 거기에 물들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겠고. 어쨌든 저 혼자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저처럼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힘을 모아서 조금이라고 바꾸고 싶어요.
김표광: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세월호 참사 일어나고 나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진짜 의식을 가진 기자가 있더라도 그 위에서 그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들이 등을 돌린 거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진실을 알려 주려고 해도 사람들이 몰랐던 것이고. 열심히 기자생활을 해서 영향력이 생기고, 사람들한테 말할 정도가 된다면 그래도 진실을 알려라도 주고 싶어요. 그것을 바꾸고 안 바꾸고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알려는 줘야 할 것 같아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권형진 기자 jinny@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