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하는 새 학기.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이 컸다. 학기 시작 후 석 달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즐거운 마음으로 진로수업을 하고 있다. 어느 한 반과 궁합이 맞지 않아 지옥같이 힘든 수업을 하고 나오면서 ‘내가 왜 진로교사가 됐을까? 진로교사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 번은 더 했다.

3월 첫 수업을 들어갔는데 이이들의 입에서 “진로수업을 왜 해요, 시험도 안 보는데……. 공부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쓸데없이 왜 하는 거야. 영어, 수학 공부만 하면 되는 거지, 시간이 아까워요. 그냥 노는 시간 아닌가요?”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들에게는 진도 위주의 수업보다 나의 진로교사 선택 동기와 이유, 내 아들의 이야기를 비유로 들어 진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학생들이 진지하게 들었을 뿐만 아니라 수업 후에 진로상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 수업부터는 집중해서 잘 들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의 착각이었지만, 그때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착각은 그 다음 시간부터 몇 주간 지속됐다. 수업시간은 소란했고, 내 목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쉬기 시작했으나 그래도 화를 내지 않고 나의 기분과 수업시간에 힘들다는 것을 끊임없이 표현했다.

“그저 학생의 장점 하나를 톡 하고 쳐 줬을 뿐인데,
자신의 꿈을 갖게 된 게 얼마나 기쁘고 흐뭇한지….
어른들의 무관심이 아이들이 꿈을 갖게 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매일매일 후회하면서 학교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한 학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샘, 벌점이 많아요! 그 벌점 없앨 수 있게 청소 같은 것 시켜주시면 안될까요?” 나는 그 아이가 이런 말을 걸어와서 너무 기뻤다. 내게 마음의 문을 조금은 열어줬다는 그 생각에 얼마나 가슴 떨리고 행복했었는지!

약속시간을 잡고 일을 시키면서 굉장히 꼼꼼한 아이임을 발견했다. 진로상담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아이와 옆에서 같이 일을 했다 그리고 “꿈이 있니?”라고 질문했더니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고 그냥 그렇게 지내요”라고 했고,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찾은 장점을 말하니 놀라워하면서 “정말 그래요 선생님?”하고 되물으며 확인을 했다. 주위에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거의 모든 수업시간을 주도하면서 수업을 방해하던 학생이었는데 대화를 하고 난 후부터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친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줘 그 반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부정적이고 어른들을 신뢰하지 않는 아이로 유명했는데 아주 작은 것에 감동을 받고 나서부턴 자신을 알아가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미래의 꿈(회계 관련 특성화고 진학 희망)도 생겨 열심히 노력하고 생기발랄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저 학생의 장점 하나를 톡 하고 쳐 줬을 뿐인데, 자신의 꿈을 갖게 된 게 얼마나 기쁘고 흐뭇한지……. 어른들의 무관심이 아이들이 꿈을 갖게 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진로교사로서 학생들이 자신의 성격과 장점 등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활동을 많이 해 꿈과 삶에 영향을 주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경민 서울 영파여중·진로교육부장
서울진로직업박람회 지원단과 서울시 ‘진로와 직업 교과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통이 잘 되는 진로교사, 학생들의 장점을 찾아주는 진로교사, 열정적인 진로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