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과 안암에 자리 잡은 연세대, 고려대의 상징동물은 잘 알려져 있다. 독수리와 호랑이다. 물론 모든 대학이 다 ‘상징동물’을 지정하고 있지는 않다. 특정 종교와 관련된 대학들은 따로 상징물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종교적 교리 때문이다. 그렇지만 많은 대학들은 동물의 기상을 빌려 자신들의 인재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즐겨 채택한 상징 동물로는 무엇이 있을까. 호랑이, 곰, 독수리, 소, 용, 말, 봉황, 사자, 사슴 등이 눈에 띈다.

경북 경산시에 자리 잡은 대구대(총장 홍덕률)의 상징동물은 ‘비호(飛虎)’다. 대구대 경산캠퍼스 성산홀 로비 입구에는 1쌍의 호랑이 조각상이 있다. 이 호랑이 석상은 대구대의 상징인 비호의 호랑이를 의미한다. 대구대측의 설명이 흥미롭다. “웃고 있는 호랑이의 미소는 열린 대학의 상징적 의미이다. 이는 민화 속 익살스런 호랑이 표정처럼 해맑은 미소로 대구대 방문을 환영한다는 의미이다. 좌우 암수 1쌍은 음양의 조화, 만물의 이치를 의미한다. 자연친화적인 그린 캠퍼스를 지향하는 대구대의 아름다운 캠퍼스를 상징함과 동시에 캠퍼스의 조화로운 발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이 호랑이상은 ‘터 지킴이의 의미도 지난다.”

경희대(총장 조인원)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는 두 마리 사자가 늠름하게 앉아 있다. 한의과대학관과 국제캠퍼스 체육관 앞뜰 두 곳에도 사자상이 서 있다. 당당한 모습이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웃는 사자’, 바로 경희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외치며 나가는 쌍두의 사자.” 경희대 응원가 속에도 잘 드러나 있듯이 사자는 경희의 진취적 기상을 표상한다. 경희대측은 이렇게 말한다. “사자는 거침없이 앞을 향해 전진하는 강인함을 표현한다. 하지만 역동적인 강인함 속에는 부드러움이 내재돼 있다. 여유로움과 포용력을 지닌 사자는 빙긋이 웃으며 당당하게 세상과 맞선다.” 강인한 사자가 빙긋 웃는다? 이 부분이 흥미롭다.

경희대측의 설명은 여기서 더 이어진다. “백수의 왕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사자는 자연적 힘을 상징한다. 자연세계의 역동을 대표하는 사자는 힘의 상징이다. 치열한 생존세계에서 진화 과정을 거쳐 지구상에 살아남은 강인한 생명력의 표본이다. 하지만 사자의 웃음은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웃는 사자는 강인함 속에서도 타자에 대한 관용과 여유를 잃지 않는다. 너그러움과 헤아림의 여유를 견지하며, 치열한 현실세계에서도 타자에 대한 포용력을 키워나간다. 강인하지만 관대한 의식세계, 웃는 사자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다.”

‘힘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지고 나와 너의 하나 됨을 미덕으로 하는 것’, 경희대는 이것을 “경희대가 꿈꾸는 문화세계”라고 말한다. 사자는 바로 그런 상징이다.

상상 속의 동물 용과 봉황을 상징동물로 삼은 대학도 있다. 인하대(총장 박춘배)의 상징 동물은 ‘비룡(飛龍)’이다. 승천하는 용이다. 대학 소재지인 용현동(龍現洞)의 옛 지명 용정리(龍亭理) 비룡동(飛龍洞)에서 유래한다. ‘비룡’은 영웅이 때를 얻어 권세를 누린다는 ‘비룡승운(飛龍乘雲)’의 의미와 같이 인하대가 영재를 배출해 유능한 지도자로서의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 용은 웅비의 기상을 나타내는 동적이며 적극적인 전설 속 4령(四靈)의 하나로 전해져 왔다. 이를 바탕으로 인하대는 개교 20주년을 맞은 1974년 6월, 개방적인 모습으로 포용력을 지니고 기개세(氣蓋世)하는 비룡을 대학의 상징물로 제정했다. 특히 비룡 상징탑은 1983년 9월 1일 기공해, 개교 30주년을 기념하는 1984년 4월 24일에 개막식을 가졌다. 상징탑 건립에는 교비 외에 재학생, 동문, 교직원의 정성어린 성금이 포함돼 인하가족의 결속된 의지를 담아내기도 했다.  

전남대(총장 지병문)의 상징동물 역시 상상속의 ‘용’과 ‘봉황’이다. ‘용봉’이 전남대를 상징한다. 원광대(총장 정세현) 역시 ‘봉황’을 상징동물로 삼았다. 하늘로 비상하는 새 중의 새 봉황은 지덕겸수의 인재를 양성하는 원광대의 건학이념이기도 하다.

충북대(총장 윤여표)는 건국대(총장 송희영)와 마찬가지로 황소다. 그런데 사연이 조금 색다르다. 1980년 3월부터 당시 학생회(학도호국단)이 주관이 돼 재학생들에게 상징물 제정 등에 관한 설문조사와, 2년여에 걸친 충북대인의 제언 결과 황소, 곰, 돌고래 등으로 의견이 집약됐으며 그동안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견해를 종합해 오던 중 1981년 4월 학장회의에서 ‘황소’로 확정 발표했다. 충북대측은 “황소의 특성은 근면, 성실, 인내, 끈기, 순종, 개척의 정신으로 충북대의 교시 ‘진리, 정의, 개척’과도 맥을 같이 한다”라고 설명했다.

전북대(총장 서거석)도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 케이스. ‘표범’을 상징동물로 삼은 전북대는 이렇게 설명한다. “표범은 영리하고, 용감하며, 실수를 하지 않는 동물로서, 슬기와 용맹으로 전진하는 전북대인의 기상을 나타낸다.” 대학구성원과 동문 등 모두 6천여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982년 5월 대학 본부 앞에 ‘지인용(智仁勇) 표범’상을 설립했다.

경북대의 상징동물 역시 ‘소’다. 정확하게는 ‘호반우’다. 호반우는 역사적인 측면이 강한 상징동물이다. 인간친화적인 동물로 1천600년 전 고구려 고분(안익3호)에 그려져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대는 자신들의 오랜 역사와 호반우를 일맥상통하다고 보면서, 끈기, 성실함, 봉사를 표상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의 설명은 이렇다. “호반우는 우리 고유의 전통소로 순박함과 강건함을 동시에 갖추었으며 물러섬이 없는 호랑이의 용맹과 당당함이 있고 진취적인 기백과 지치지 않는 강인한 투지를 지녔으며 이는 경북대 인재양성의 목표에도 부합하고 장래 비전을 제시하는 상징성이 있다.”

광운대(총장 천장호)와 충남대는 백마, 경남대는 ‘한마(汗馬)’, 영남대는 천마(天馬)를 각각 상징동물로 삼고 있다. 충남대(총장 정상철)는 “백마는 지성과 야망 그리고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충남대인의 미래지향적인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말한다. 경남대(총장 박재규)의 ‘한마(汗馬)’는 ‘한혈마(汗血馬)’를 줄여 부른 것으로, 중국 사마천의 『사기』 열전 제 63절의 대원열전에 처음 나타난다. 『사기』에 의하면 한마는 땀투성이가 되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하고 지구력이 강한 말로, 경남대는 “학생들의 높은 기개와 강인한 의지를 잘 표상해줄 수 있기 때문에 한마를 상징 동물로 지정했다”라고 말한다. 영남대(총장 노석균)측은 “민족의 대학이라는 건학이념을 토대로 신라 화랑의 유서가 깃든 압량벌에 자리 잡은 영남대와 화랑의 기상이 담긴 천마는 잘 어울리는 이미지”라고 설명한다.

한국외대(총장 김인철)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상명대(총장 구기헌)는 사슴을 각각 상징동물로 삼고 있다. 부산대(총장 김기섭)는 독수리로, 이를 현대화해서 ‘산지니’라는 좀 더 친근한 상징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다.

상징동물은 아니지만, 상징이 조금 독특한 곳도 있다. ‘선구자상’을 내건 아주대(총장 안재환)다. 아주대측은 이를 두고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과거 흑룡강까지 국토를 넓힌 옛 선조들의 기상을 모티브로 이 시대의 지도자상을 표현했다. 선구자의 손에 들린 횃불은 아주대의 교표를 형상화한 것으로 지도자의 비전과 열정을 나타내고 있다.”

기독교계 대학들이 따로 상징동물을 두고 있지 않지만 불교계통의 동국대(총장 김희옥)는 ‘흰 코끼리’를 상징동물로 두고 있다. 동국대측은 “부처님의 탄생 설화 가운데 생모 마야 부인의 태몽인 흰 코끼리는 지혜와 복덕을 갖춘 신령한 동물로 여겨진다”라고 상징동물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을 상징동물로 삼고 있는 곳은 단국대(총장 장).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민족의 얼을 간직하면서 인내와 근면, 자활력과 용맹성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는 단국인의 길을 상징한다”는 게 단국대측의 설명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daenam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