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은 우리에게 잠깐의 만족감과 깊은 고민을 안겨줬다. 지난해에 비해 국어B형을 제외하곤 쉽게 출제돼 변별력을 잃어버렸고, 다수의 동점자가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만점자 비율이 약 4%에 달하는 수학B형은 1개를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없어 수시전형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비상이 걸렸으며, 의예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의 지원전략에 많은 혼선이 예상되고 있다. 수능 가채점 표본자료 분석에 의하면 국·영·수 3개 영역 만점의 예상 표준점수 합이 지난해에 비해 20점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점수대에 다수의 동점자가 있음을 인지해야 하고 점수 1점차를 단순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2015학년도 정시전형에서는 전형요소 중 수능을 활용한 수능위주전형이 증가하고 학생부의 영향력을 축소한 것이 특징이며 수능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다. 수능 100% 반영 대학은 89개교로 지난해 비해 18개교 감소했다. 그러나 수능을 80% 이상 100% 미만 반영하는 대학은 60곳으로 지난해보다 44개교가 증가했다. 성균관대, 서강대, 세종대, 가천대 등 수도권 주요대학은 수능과 학생부를 반영하던 지난해와 달리 수능 100%반영으로 변경해 수능의 영향력을 증가시켰다.

대학에서는 수능 반영영역이나 반영 비율을 달리하거나 응시유형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능 성적을 반영한다. 수험생들은 수능 영역별 점수를 분석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원점수가 같더라도 어떤 영역을 더 잘 봤는가에 따라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수능 국·영·수 3개 영역 원점수합이 270점 두 학생이 영역별 점수 차이에 의해 표준점수는 7점과 백분위 21점이 차이났고, 이와 같은 일은 빈번히 발생한다(표1 참고).

이에 따라 자신의 수능 성적을 분석해 표준점수와 백분위 중 어느 것이 더 유리한가를 판단해야 하고, 다음으로 영역별 반영비율을 확인해 자기 수능 성적의 강점을 활용한 대학 반영영역의 유리한 조합을 찾아내고, 마지막으로 대학 환산점수까지 확인하는 면밀한 지원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능 반영방법에 따른 지원전략 중 첫 번째는 유리한 수능 반영지표를 선택하는 것이다.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의 대학에서 표준점수를 활용한다. 건국대(글로컬), 광운대, 국민대와 여대는 백분위를 활용하며 연세대, 고려대, 건국대 등은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동시에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중상위권 대학은 표준점수를, 중하위권 대학은 백분위를 활용한다.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나타나는 탐구영역은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표준점수를 반영하는데, 수능 수학과 영어영역에서 변별력을 상실한 이번 정시전형에선 상대적으로 탐구영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반영방법에 따른 두 번째 지원전략은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수능 반영영역을 찾는 것이다. 지난해 의예과를 지원한 한 학생은 국·영·수 3개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지만 탐구에서 2등급을 받아 상대적으로 수학 반영비율이 높고 과학탐구 반영비율이 낮은 한양대 의예과에 가군과 나군에 모두 지원해 합격했다.

먼저 어떤 영역이 유리한가를 찾아야 하는데 수능 영역별 유불리를 찾는 방법으론 표준점수 합산점수와 동일점수대 영역별 예상 평균점수를 기준으로 점수 차이를 예측할 수 있다. 표2에서 표준점수의 합이 496점인 이 학생의 경우 국어A와 탐구2 영역은 각 영역의 평균점수와 비교하면 각각 7과 -11점 차이를 보여 상대적으로 탐구영역 반영비율이 낮은 대학과 학과에 지원하거나 국어A를 많이 반영하는 인문계열로 교차 지원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수능 성적은 대부분 대학에서 4개 또는 3개 영역을 반영하는데, 서울 소재 대학 중 3개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은 덕성여대, 삼육대, 서울여대, 성공회대, 성신여대(자연), 홍익대(자연) 등이다. 또한 이화여대에서 건강과학대학만 3개 영역을 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계열이나 학과, 캠퍼스에 따라 반영영역을 달리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대가 제2외국어를 포함한 5개 영역을 반영하고 경기대 국제산업정보, 서원대 수학교육과는 1개 영역을 반영한다.

수능 반영방법에 따른 세 번째 지원전략은 영역별 반영비율에 따른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이다. 인문계열에선 국어B와 영어의 반영 비중이 높아 각 30%씩 반영하고, 상경계열은 수학과 영어 반영비율이 높다. 자연계열은 수학과 과학탐구 또는 수학과 영어의 반영 비중이 높다. 4개 영역 성적이 고루 우수하면 4개 영역을 동일한 비율로 반영하는 동덕여대, 서경대, 서울교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홍익대에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인문계열 학생 중 영어영역은 강하고 사회탐구영역이 약하다면 영어 한 영역을 100% 반영하는 경기대 국제산업정보학과를 지원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밖에 건국대, 광운대 경영학부, 서강대, 중앙대, 세종대, 한양대(에리카)에서 사회탐구를 10% 반영하며 성균관대는 가군 10%, 나군 20%로 지원군에 따라 사회탐구영역 반영비율에 차이를 두고 있다.

자연계열 학생 중 영어가 약하고 과학탐구가 강하면 과학탐구를 30% 반영하는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서울시립대에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성균관대는 가군에서 영어 20%, 과학탐구 30%를 반영하나 나군에서 영어 30%, 과학탐구 20%로 군별 반영비율이 다르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성신여대는 수능 국어영역 반영비율이 인문계열 40%, 상경계열 10%로 모집단위에 따라 차이를 두고 있으며, 아주대, 연세대(원주), 인하대도 모집단위별로 수능 국어영역 반영비율을 달리하고 있다. 광운대와 중앙대는 자연계열에서 국어 반영비율이 15%로 상대적으로 낮다. 영어영역은 30% 이상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한성대, 고려대(세종), 덕성여대, 삼육대, 상명대(천안), 세종대(인문)에서 40%로 높은 반영비율을 보이고 있다.

수학영역은 계열에 따라 반영비율이 차이를 보이는데 한양대(에리카) 보험계리학과는 수학A영역을 40% 반영하고 한림대 의예과는 수학B영역을 40% 반영한다. 또한 숙명여대 통계학과는 수학A·B 40%를 반영한다. 따라서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을 적용해 유불리를 꼼꼼히 점검하는 지원전략이 필요하다.

수능 반영방법에 따른 네 번째 지원 전략은 수능 영역별 가산점 유무를 확인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형 수능을 처음 실시한 지난해보다 국어와 수학을 각각 A형, B형으로 지정한 대학이 줄었고, A·B형을 선택하는 대학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계열별로 국어와 수학B형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이 증가했다. 충북대와 전북대, 춘천교대에서는 국어B형에 가산점을 20% 부여하고 한국기술교육대는 최대 10점을 부여한다. 수학 B형 가산점을 높게 부여하는 대학은 강원대가 30%로 가장 높고 전남대, 전북대, 춘천교대, 충남대, 충북대가 20%를 부여한다. 한국기술교육대는 최대 15점을 부여한다.

강원대, 한림대, 한양대 등에서는 과학탐구II에 5~15% 가산점을 부여한다. 특히 숙명여대 나노물리학과는 물리과목에 20% 가산점을 부여하며 성신여대는 모집단위에 따라 물리II 가산점을 달리하고 있다. 울산대 의예과에서 물리 또는 화학을 필수로 지정하는 것처럼 특정 탐구 영역을 지정한 대학이 있으므로 지원 때 탐구 지정과목 만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에 비해 사회탐구영역 가산점은 다소 낮아 평택대, 충남대는 한국사에 2~10% 가산점을 부여하며 건국대와 충남대는 제2외국어와 한문에 2~5% 가산점을 부여한다.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인문계열은 제2외국어·한문을 사회탐구 1과목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아울러 탐구과목 수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가천대, 강남대, 건국대, 상명대 등은 탐구영역 1과목을 반영한다.

대입 전형 간소화로 인해 전형요소와 반영비율을 조합하는 가짓수가 줄어들어 정시전형에 지원하기 전에 대학별 전형을 살펴볼 시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자신의 수능 성적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지원전략을 세운다면 미로와 같은 정시전형에서도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유제숙 서울 한영고·진학지도부장
대교협 대입상담센터 상담교사 및 대표강사, 서울시 대학진로진학지원단 연구위원, EBS TV입학사정관 강사 등으로 활동했고, 『진로워크북』『, 30인이 쓴수시 톡톡』등여러책을함께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