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일반고 2학년 이과반 여학생입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막연히 미술 쪽으로 진로를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냥 취미로 하는 정도였고 부모님도 그쪽은 취업이 안 된다고, 공부해서 교사가 되면 좋겠다고 하셔서 접었어요. 요즘엔 대학을 어디로 가나, 어떤 학과를 가야할까 새삼 고민되고, 무슨 일을 하는 게 좋을지 몰라 답답해요. 미술대학을 가려니 지금까지 따로 입시 준비를 한 적이 없어서 실기도 자신 없고, 성적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걱정이에요. 누가‘좋아하고 잘하는 일, 보람 있는 일이 뭐냐’고 묻길래 한번 생각해 봤어요. 작년에 친한 친구랑 같이 그림치료반을 선택해 동아리활동을 하게 됐는데 선생님의 해석을 들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더라고요. 아이 돌보는 것도 좋아하고 손으로 만드는 건 대충 잘하는 편이에요. 미술치료사가 되려면 대학은 무슨 과를 가야하나요? 또 계열은 예술인지, 보건인지, 상담인지도 모르겠고요. 그리고 제가 미술치료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게 맞는 건지 궁금합니다.

A. 3학년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많군요. 미술치료 분야에 관심이 있어 관련 정보도 알고 싶은 것 같고요.

미술치료사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내담자에게 미술 활동을 통해서 감정을 표현하게 해 안정과 치유를 돕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미술치료를 하려면 긍정적 태도와 건전한 가치관을 지니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능력은 물론 그림검사 등을 통한 해석, 진단, 치료프로그램의 적용 등 전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말하자면 미술을 비롯해 심리학, 사회학, 의학에 걸쳐 폭넓은 지식과 소양이 요구되지요.

요즘 융·복합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미술치료야말로 미술, 심리, 의학이 결합된 분야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현재 미술치료에 종사하는 분들의 전공은 미술, 심리학, 재활학, 아동학 등 다양합니다.

통계를 보면 인문·사회계열이 45%, 의학계열 30%, 예체능계열 14%로 이뤄져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미술치료사를 꿈꾼다면 1차적으로 심리나 상담, 미술 관련 학과로 진학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통합된 관련학과를 찾아보고 싶다면‘미술치료학과’가 있습니다. 계열은 대학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인문사회(차의과학대, 세경대)나 예체능(대구한의대) 쪽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현재 별도의 국가자격증은 없고 학회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관련 자격증(미술치료사, 임상컬러테라피스트, 청소년상담사, 재활바우처교사 등)을 취득해 활동할 수 있습니다. 또 따로 요구하는 학력은 없지만 다양한 대상의 치료를 위해서 깊이 있는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은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운영되고 있으니 진학해서 학자나 연구원의 길을 걸을 수도 있겠지요.

미술치료는 말로 자신을 표현하기 힘든 아동이주 대상이지만 말로 자기표현을 꺼리는 성인이나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에게도 유용하다는 점 때문에 대상의 범위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진출 분야는 교육기관(유치원, 초등학교를 비롯한 각종 학교, 사회교육기관, 상담소, 연구소), 복지기관(아동발달센터, 복지관), 의료기관(노인전문병원, 정신보건센터, 재활병원, 한의원, 치매센터, 암센터 및 호스피스병동, 각종 클리닉) 등 다양합니다.

현재 첫 신입생을 선발 중인 차의과학대의 경우를 예로 보면 계열은 인문사회지만 일반전형의 성적 반영방법에 문·이과 구분이 없고, 수능에서 수학B형을 선택한 학생은 1등급을 상향 적용한다고 하니 자연계열 학생들에게 불리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미술치료사’라는 자격 기준이나 위상이 뚜렷하게 정립돼 있지 않지만 선진국의 사례를 본다면 향후 직업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미술에 소질이 있고, 그림이라는 도구로 표현된 심리상태를 분석·통찰해내는 데 흥미가 있으면서 힘든 사람 돕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있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서 아픈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아름다운 테라피스트가 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