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직업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는 직업생활이 어떠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산업사회에서는 소비자에게 대량으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 전형적이었다.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공장에서 몇 가지 모델을 고수하게 된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이전 농경사회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이다. 산업사회 이후의 세계에서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모델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이 우세해 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직업 생활의 모습이 상당히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원격근무’(telecommuting)가 광범위해질 것이다. 원격근무는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기기를 활용해 회사와 멀리 떨어진 자택이나 다른 장소에서 일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모든 직원을 수용할 건물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 자택에서 원격근무를 하는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공간적으로 다시 통합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직장 동료와 끈끈한 정을 누릴 수 없고 개인 생활이 오히려 방해받는 상황도 예상된다. 또 한 가지 모습은 ‘프로젝트팀’의 광범위한 활성화다. 상시적으로 조직이 갖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과제가 있을 때 팀이 구성돼 일을 하는 조직이 프로젝트팀이다.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도 일종의 프로젝트팀이다. 필요할 때만 조직되는 프로젝트팀이 일반화되면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가 직장인의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 에이전트는 이 회사가 저 회사 옮겨 다니며 일률적인 봉급을 받기보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수수료, 보너스, 스톡옵션 등의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다. 프리 에이전트는 자영업자, 임시직이나 계약직, 프리랜서 등의 신분으로 직업생활을 수행한다.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직업인들을 일부에서는 ‘잡 노마드’(job nomad )라고 이름붙이기도 한다. 잡 노마드는 말 그대로 유목민처럼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일에 따라 여러 직장과 지역을 유랑하는 직업인들이다. 이들은 일을 찾아 전 세계의 국경을 민첩하게 넘나들기도 한다.

최근 발견되는 새로운 유형의 직업인은 일찍이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가 논의한 ‘지식 근로자’ 개념을 넘어서고 있다. 지식 근로자는 ‘육체적 노동이나 수작업 기술을 사용하기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일에 활용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이다. 이들이 다른 노동자와 다른 점은 ‘이론적, 분석적 지식을 획득하고 적용하는 능력’이다. 미래의 직업인들 다수는 지식 근로자일 뿐만 아니라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변신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개인 입장에서 볼 때 미래 직업생활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프로테우스식 경력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테우스식 경력은 그리스 신화에서 자유롭게 변신하는 바다의 신이자 예언자인 ‘프로테우스’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필요에 따라 다양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인의 경력이 프로테우스식 경력이다. 프로테우스식 경력을 갖춘 직업인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자신의 인생과 경력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자격연구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