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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멸종시킨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리사 랜들 하버드대 교수의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2016년 08월 04일 (목) 16:03:47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 하버드대 물리학과에서 여성 이론 물리학자로서 최초로 종신교수직을 맡게 된 리사 랜들 교수. 그녀는 암흑 물질과 공룡의 연관성에 대해서 쉬운 설명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 백과
미생물과 암흑 물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람 세포보다 10배 더 많은 세균 세포는 우리 몸속에서 살면서 우리의 생존을 돕는다. 암흑 물질은 1초에 수십억 개의 입자로,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다.

하버드대 물리학과 리사 랜들 교수는 최근 번역된 『암흑 물질과 공룡』(리사 랜들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6)에서 암흑 물질을 우주의 제5의 힘으로 설명했다. 리사 랜들 교수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5차원 가설, 여성 최초 프린스턴대학과 하버드대학 (이론)물리학 종신교수, 「숨겨진 우주」,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로 주목을 받고 있는 물리학자이다.

암흑 물질은 우주의 물질 중에서 85% 가량을 차지한다. 랜들 교수는 저서에서 암흑 물질과 공룡 멸종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대체 암흑 물질과 공룡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랜들 교수의 설명을 간략히 도식화 하면 다음과 같다. 암흑 물질 > 우리 은하 > 태양계 > 혜성 > 공룡의 멸종 > 생명 > (지구) 균형. 랜들 교수는 암흑 물질로 시작해 왜 지구 차원의 균형이 중요한지 나아간다. 책의 구절을 인용해보자.

“암흑 물질 입자들은 붕괴하여 은하를 이루었고, 별에서 만들어진 중원소들은 생명에 흡수되었으며, 맨틀 깊숙이 묻힌 원자핵들의 방사성 붕괴에서 나온 에너지는 지각을 움직이는 힘이 됐고, 그 움직임은 산맥을 이뤘다.”

느낄 수 없어도 존재하는 암흑 물질

랜들 교수는 2013년 2월, 애리조나주립대의 비욘드 센터에서 강연 후 독특한 질문을 받았다. “혹, 암흑 물질 원반이 공룡의 멸종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랜들 교수는 질문을 시작으로 공룡의 멸종과 암흑 물질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암흑 물질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지한 탐구대상이었다. 우리가 느끼는 물질은 빛과 상호작용을 한다. 랜들 교수는 시각뿐 아니라 촉각, 후각, 미각, 청각도 원자들의 상호 작용에 기반 한 현상이라고 했다. 이들 원자의 상호작용은 전기를 띤 입자들의 상호 작용에 기반한다.

랜들 교수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의 전부인 편이 오히려 더 신비롭다고 말한다.
모든 물질이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기에,
우리 시야에 숨겨진 것은 아주 많다.

반면 암흑 물질은 빛과 상호 작용을 하는 재료로 이뤄지지 않아 감지가 어렵다. 빛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암흑 물질은 검지 않고 투명하다. 암흑 물질은 물질의 한 형태로 뭉쳐서 중력을 발휘하며 다른 물질과 중력으로 상호 작용한다. 우리가 감지하는 물질과 약하게 상호 작용하기에 암흑 물질을 찾기는 까다롭다. 중력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오랫동안 분석하여 연구원들은 암흑 물질의 존재를 감지하기에 이르렀다. 연구원들은 우리 은하의 별들 속도가 일반 물질의 중력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빠르다고 봤다.

일반 물질이 아니지만 물질이면서 빛을 내지않는 무엇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무엇’이 먼 거리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별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었다. 만약 ‘무엇’이 없었다면 별들은 은하 바깥으로 튕겨나갔을 것이다.

우리 은하에도 암흑 물질이 폭 65만 광년의 거대한 구형 헤일로 형태로 존재한다. 랜들 교수는 우리 은하는 기체와 별로 이뤄진 밝은 원반과, 이와 상호 작용하는 밀도 높은 암흑 물질로 이뤄졌다고 했다. 약 130억년 전 우리 은하는 먼저 응집된 암흑 물질이 보통 물질을 끌어들임으로써 형성됐다. 암흑 물질과 보통 물질은 중력으로 한데 묶인 구조를 형성했다. 이후 보통 물질이 에너지를 복사해 빛나는 원반을 형성했다. 그리고 약 45억년 전 우리 은하에 태양과 태양계가 만들어졌다.

오르트 구름이 보낸 운석

태양계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이라는 가상적인 천체 집단으로 둘러싸여 있다. 얼음덩어리 미행성체들이 거대한 구름처럼 분포된 구조이다. 과학자들은 오르트 구름 속에 작은 행성이 1조 개쯤 들어 있을 것이라 봤다. 오르트 구름의 얼음덩어리 천체들은 우리 은하 원반이 잡아당기는 힘에 반응한다. 그러면서 이따금 궤도를 조금씩 바꾸면서 제 궤도를 돌고 있다. 몇몇 얼음덩어리 천체의 궤도가 지나치게 뒤틀려 태양계 안쪽을 통과하기도 한다.

   

▲ 일러스트 = 돈기성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온 천체 중 일부는 중력 때문에 애초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랜들 교수는 이러한 얼음덩어리 천체들 중 하나가 혜성이 되어 공룡 시대의 지구와 충돌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오르트 구름에서 흔들린 천체가 안쪽 태양계로 들어와 지구와 부딪치는 혜성충돌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운석은 지구가 본질적으로 우주 환경에 속한 일부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생명의 씨앗을 가지고 온 창조자이면서 한편으로는 생명의 대량 멸종을 야기하는 파괴자이다. 운석에 의한 생명의 파괴는 약 6600만 년 전의 대량 멸종에서 명확히 나타난다. 그 시기 운석 충돌로 공룡을 포함해 살아 있던 생물 종의 약 75%가 멸종했다.

랜들 교수는 지구 궤도와 가까운 영역에 소행성이 계속 출몰하기 위해서는 어디로부터든 새 소행성이 꾸준히 공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유성체는 매우 작아 상층 대기에서 완전히 분해되지만 몇 천 년에 한 번씩 큰 유성체가 나타나 하층 대기에서 폭발을 일으킨다. 1908년에 러시아 퉁구스카에서 벌어진 일도 그러하다. 시베리아 숲 속 퉁구스카 강 근처의 하늘(지상 6~10km쯤)에서 지구로 들어온 유성체가 폭발한 일이 있었다. 폭발은 숲 2천 제곱킬로미터를 파괴했으며 지구 전체의 기압을 변화시켰다.

1994년 2월 1일에는 마셜제도 부근 태평양 상공에서 폭이 5~15m쯤 되는 유성체가 폭발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그리스와 리비아 사이 지중해 상공에서 폭 10m 유성체가 폭발했다. 폭발하지 않은 유성체는 지구와 충돌하기도 한다. 다른 자연 재해만큼 자주 발생하지는 않아 위협은 없지만, 실제로 발생한다면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파괴적이다.

이탈한 혜성이 공룡을 멸종시켰다

지구 근처에 있던 천체만이 아니라 먼 거리의 혜성도 이따금 궤도를 이탈하여 대규모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공룡의 멸종이 태양계의 천체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는 많다. 여러 증거들 가운데 멸종은 우리 은하 평면에 있는 암흑 물질 원반이 야기한 소행성 때문이라는 랜들 교수의 주장은 흥미롭다.

랜들 교수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의 전부인 편이 오히려 더 신비롭다고 말한다. 모든 물질이 빛과 상호 작용하지 않기에, 우리가 모든 것을 직접 인지할 수 있는 완벽한 감각을 가진 존재 또한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시야에 숨겨진 것은 아주 많다.

랜들 교수는 책에 자신이 연구하는 암흑 물질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소재를 다뤘다. 그러나 지구가 주변 우주와 맺는 관계를 함께 다루어 암흑물질의 존재를 구체화시켰다. 랜들 교수는 “거듭된 혁신으로 방정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결과는 틀림없이 지속 불가능한 팽창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구와 우주의 관계를 균형의 차원에서 고민하는 랜들 교수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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