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부터 2010학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고3 수험생이라면 수능 점수와 내신 성적을 놓고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지원할지 가장 고민이 치열한 때다. 그러나 똑같은 일반전형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점수만 따져서는 곤란하다. 내가 가진 장점과 대학이 원하는 조건을 따져 자신만의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일반전형을 통해 대학 티켓을 거머쥔 4명의 선배에게 합격 전략을 들어봤다. 

권지희(사회) 어떤 전형에 합격했나. 그 전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강정호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에 일반전형으로 합격했다. 내신 30%, 수능 70%를 반영했다. 학교 특성상 외국어 영역 점수를 많이 보는데, 나는 수리 영역 점수가 높은 편이었다.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전체 점수가 괜찮다고 판단해서 전공을 우선해 지원했다.

윤경미 덕성여대 자연과학대학에 일반전형으로 합격했다. 나도 외국어에 비해 수리 영역 점수가 높은 편이었다. 수능 100% 전형은 지원자 특성상 외국어 점수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내신을 30% 반영하는 전형에 지원했다.

김미현 건국대 기술경영학과에 일반전형으로 합격했다. 신설학과이기 때문에 정원 모두를 수능 100%로 선발했다. 내신이 좋은 편이 아니기도 했고, 전공이 매력적이어서 지원했다.
박진선 한양대 전자통신공학부에 수능 100% 일반전형으로 합격했다. 내신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수능을 잘 본 편이라 수능 점수만으로 뽑는 전형에 지원했다.

준비한 자만이 성공을 얻는다

지희 입시 정보는 주로 어디에서 얻었나.

미현 신설학과라서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추천해줘서 알게 됐다. 기술경영학은 경영학과 공학을 융합한 전공으로, 내가 알기로 학부 과정에 개설된 것은 처음이다. 학과 설명회에 참여하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커리큘럼을 따져본 후 비전이 있다고 판단해서 지원했다.

정호 어려서부터 언론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지망 전공이 확실했기 때문에 학교 전통이나 졸업한 선배들의 네트워킹이 잘 되는 대학을 위주로 학교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에게 추천을 받았다. 입시정보 사이트도 적극 활용했다. 대학을 선택하고 점수를 입력하면 합격 여부를 알려주는데 거의 맞더라.

경미 주로 입시학원에서 상담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약사가 되고 싶었는데, 제도가 바뀌어서 약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야 한다. 학원 조언대로 자연과학부나 화학과를 목표로 준비했다. 그래도 불안해 가고 싶은 대학 4~5곳에 전화를 걸어 합격 여부를 확인했다. 성적을 말해주면 합격 가능성을 알려주더라. 

진선 포털 사이트마다 대학별 합격 가능 점수를 알려주는 카페가 있다. 학과 정보나 전년도 입시 정보가 다 올라와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실제로 합격한 사람들의 점수가 공개돼 있는데, 배치표나 입시학원보다 확률이 높아서 참고했다.

지희 1년을 보냈다. 생각이 달라진 것이 있나.

진선 대학에 가면 술 마시고 노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1학기가 끝날 때쯤 보니까 다들 고3 때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있더라. 2학기부터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된다.(웃음) 대학도 수험생 때처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곳이라는 걸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정호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 제1전공은 다행히 올해부터 성적에 관계없이 선택할 수 있는데, 복수전공은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그래서 새벽까지 술을 먹어도 1교시에는 어떻게든 들어가고, 교양수업도 듣고 싶은 것보다 성적을 잘 주는 수업을 우선 선택하게 되더라.(웃음)

경미 입학 전에는 몰랐는데 3주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하는 ‘기숙영어 프로그램’이 있었다. 낮에는 수업 듣고, 저녁에는 기숙사에서 원어민과 수업을 하는 거다. 생각처럼 영어 실력이 뛰어나게 늘지는 않지만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는 효과적인 것 같다.(웃음) 또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와 표현’이라는 수업도 1년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인문자연계열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읽었는데, 유익한 것 같다.

학과를 보고 소신 지원해야

지희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현재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현 전공을 살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 우리 학과의 목표가 경영 능력과 신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테크노경영인을 양성하는 거다. 앞으로는 이런 융합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술경영학과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뉴욕주립대 교환학생 자격이 주어지는데, 글로벌 능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진선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원이 되고 싶다. 전자 분야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학과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2학년부터는 스터디 모임도 해보고 싶다. 

경미 약대 편입시험을 준비 중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약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방법도 있지만, 보다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결정했다. 만약 약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지 못하면 화학 분야 연구원이 되고 싶다.

정호 언론인이 되고 싶다. 1~2학년 때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지금 광고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언론고시를 준비할 계획이다.

지희 정시를 앞둔 고3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진선 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하향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전정신을 갖고 조금 점수가 높은 대학에도 지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학을 선택할 때 간판보다는 학교가 얼마나 그 학과를 지원해주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졸업 후 선배들의 네트워킹이 취업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미현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에 대해 잘 알아보는 게 첫 번째다. 원서를 쓸 때는 소신지원이 중요하다. 담임선생님은 일단 학생들을 대학에 많이 보내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하향지원을 권하신다. 선생님 말씀대로 하향지원을 했다가 후회한 친구들을 많이 봤다. 안정권 대학은 1곳 정도만 넣고, 나머지 2곳은 소신지원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정호 대학보다는 학과에 눈을 맞추길 바란다. 물론 지금 고3들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겠지만, 용의 머리보다는 뱀의 꼬리가 되어야 한다. 좋은 대학의 원하지 않는 전공보다는, 자신이 정말 공부하고 싶은 전공, 열심히 즐길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하길 바란다.

권지희 기자 editor@kyosu.net

정시 합격 비법 5계명

하나. 대학보다 전공이다
경미 친구들을 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배우는 내용이 달라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명성만 보고 지원했다가 중간에 꿈을 접거나 1년 더 늦추는 것보다는, 자신의 꿈을 밀어줄 대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학과 역시 이름만 보지 말고 커리큘럼을 꼼꼼히 챙겨보고 지원해야 한다. 

둘. 정보가 경쟁력이다
진선 같은 학과라도 대학별로 모집정원이 다르다. 우리 대학은 180명을 선발했는데, 같은 학과 다른 대학은 40명을 뽑았다. 정원이 적을수록 경쟁률이 높아지므로 잘 알아봐야 한다. 
미현 자신과 점수대가 비슷한 아이들이 어떤 학교에 몰리는지 잘 분석해야 한다. 대학에 전화하면 지난해 합격 점수대와 추가합격 숫자를 알려준다. 입시정보 사이트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정리한 후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을 찾아 지원해야 한다.  

셋. 배치표는 믿지 마라
정호 대학마다 과목별 반영 비율이 다르다. 자신은 수리 영역 점수가 높은데 외국어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에 넣으면 낭패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학원 배치표의 경우 이러한 과목별 반영 비율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입시에서는 더 많이 조사하고 알아보는 사람만이 승리자가 된다. 배치표만 맹신하지 말고 자신이 높은 점수를 받은 과목을 우선 반영하는 대학을 조사해서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넷. 유리한 전형을 공략하라
미현 일반전형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수능 점수가 높다면 수능 100% 우선선발전형을, 내신이 좋다면 내신 30% 반영 전형을 공략해야 한다. 하지만 내신 1등급부터 4등급 사이는 거의 편차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능이 당락을 좌우하게 된다. 꼼꼼하게 따져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선택해야 한다. 

다섯. 기회를 활용하라 
경미 여학생이라면 여대도 노려볼만하다. 사실 여대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여대생을 위한 진로 상담과 취업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 아무래도 공학이면 취업 지원이 남학생에 치우지지 않나. 또 하나의 기회이기도 하고, 향후 남학생과의 취업 전쟁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도 여대를 적극 고민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