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해라 (1959) 감독 장 뤽 고다르 | 출연 장 폴 벨몽도, 진 세버그 | 드라마
제목만 듣고선 양동근, 이나영 주연의 드라마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무려 40년이 지난 영화를 권유하는 까닭은 제목처럼 멋대로 살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는 현대 영화사의 흐름을 바꾼 문제작이자 젊은 혈기로 가득 찬 현대 영화의 고전이다. 시네마테크에서 독학으로 영화를 배우고, 평론가로 활동하던 장 뤽 고다르는 스물아홉 살에 첫 장편 영화를 만든다. 카메라를 향해 얘기하는 배우, 장면의 연속성이 없는 편집, 시종일관 흔들리는 카메라 등 지금 보기엔 익숙한 기법들이지만, 당시에는 새롭고 획기적인 영화 형식들을 선보였다. 젊고 반항적인 콘셉트로 살고 싶다면 적어도 고다르처럼 독창적인 업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헤드윅(2000)감독 존 카메론 미첼 | 출연 존 카메론 미첼 | 뮤지컬
사춘기는 이미 지났어도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가장 많아지는 시기가 수능 시험 후, 바로 지금일 것이다. 별다른 고민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별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스물아홉 살, 서른 살이 넘어서도 여전히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영화 「헤드윅」은 록스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전환수술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동독 소년이 트랜스젠더 가수 ‘헤드윅’이 돼 겪는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다룬 작품이다. 원작인 뮤지컬의 대본을 쓴 극작가 존 카메론 미첼이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와 노래를 펼쳤다. 영화 중간 중간에 삽입된 독특한 애니메이션과 음악이 신선한 충격이 될 듯. 최근 국내에서 1천회 공연을 돌파한 뮤지컬 「헤드윅」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고양이를 부탁해(2001) 감독 정재은 | 출연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 드라마
이제 몇 달 후면 3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친구들과도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주 연락하고 만나자던 약속도 희미해지기 마련.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학창 시절 늘 함께였던 여고 동창생들의 스무 살을 그린 성장 영화다. 자의로 취업도 진학도 포기한 채 봉사활동을 하는 태희, 증권회사에 사무보조로 입사해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혜주,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고민을 겪는 아웃사이더 기질의 지영 등 다섯 명 동창생들의 스무 살을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한다. 친구들끼리의 소소한 질투와 다툼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영화 속 그녀들처럼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될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떠올라 살짝 서글퍼질 수도 있다. 그 친구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 감독 가스 제닝스 | 출연 마틴 프리먼, 주이 디샤넬, 샘 록웰 | SF 어드벤처
마냥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될 자유를 누리고 싶은 수험생이라면, 아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잠시 잊고 판타스틱 월드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평범한 지구인에서 졸지에 은하계의 히치하이커가 된 주인공 ‘아서’의 여정을 코믹하게 그린 SF 코믹 어드벤처물이다. 느끼한 은하계 대통령, 눈알 모양 우주선, 우울증에 걸린 로봇 등 우주를 소재로 한 여타 SF 영화와는 다른, 황당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유머와 풍자가 담겨 있다. 원작은 영국의 동명 인기 라디오 드라마로 이후 TV 시리즈와 소설로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 못지않게 흥미진진한다섯 권짜리 소설은 추운 겨울 밤, 이불 속에서 간식을 먹으며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니 꼭 찾아서 읽어볼 것.

무지개 여신(2006) 감독 쿠마자와 나오토 | 출연 우에노 주리, 이치하라 하야토 | 멜로
‘88만원 세대’인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 동아리에 더 관심이 많다지만, 대학 생활의 활력은 뭐니 뭐니 해도 동아리 활동이 아니겠는가. 일본 영화 「무지개 여신」은 대학교 영화 동아리를 배경으로 두 청춘 남녀의 엇갈린 로맨스를 그린 영화. 부담 없는 이성친구인 줄 알았던 그녀가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된다는, 가슴 찡한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러브레터」의 이와이 순지 감독이 기획, 각본, 제작을 맡아 감수성을 보증하고, 「노다메 칸타빌레」의 우에노 주리가 특유의 귀엽고 밝은 이미지를 살린 여대생 ‘아오이’ 역으로 출연한다.